눈물 한 방울/김혜순, 상상의 현미경적 관찰, 시 창작 강의, 시 쓰기 이론

Описание к видео 눈물 한 방울/김혜순, 상상의 현미경적 관찰, 시 창작 강의, 시 쓰기 이론

#시클 #시쓰기 #시낭송
눈물 한 방울/김혜순(1955, 경북, 울진)

그가 핀셋으로 눈물 한 방울을 집어 올린다. 내 방이 들려 올라간다. 물론 내 얼굴도 들려 올라간다. 가만히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으면 귓구멍 속으로 물이 한참 흘러들던 방을 그가 양손으로 들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가 방을 대물렌즈 위에 올려놓는다. 내 방보다 큰 눈이 나를 내려다본다. 대안렌즈로 보면 만화경 속 같을까. 그가 방을 이리저리 굴려본다. 훅훅 불어보기도 한다. 그의 입김이 닿을 때마다 터뜨려지기 쉬운 방이 마구 흔들린다. 집채보다 큰 눈이 방을 에워싸고 있다. 깜박이는 하늘이 다가든 것만 같다. 그가 렌즈의 배수를 올린다. 난파선 같은 방 속에 얼음처럼 찬 태양이 떠오르려는 것처럼, 한 줄기 빛이 들어온다. 장롱 밑에 떼 지어 숨겨 놓은 알들을 들킨다. 해초들이 풀어진다. 눈물 한 방울 속 가득 들어찬, 몸속에서 올라온 플랑크톤들도 들킨다. 그가 잠수부처럼 눈물 한 방울 속을 헤집는다. 마개가 빠진 것처럼 머릿속에서 소용돌이가 일어난다. 한밤중 일어나 앉아 내가 불러낸 그가 나를 마구 휘젓는다. 물로 지은 방이 드디어 참지 못하고 터진다. 눈물 한 방울 얼굴을 타고 내려가 번진다. 내 어깨를 흔드는 파도가 이 어둔 방을 거진 다 갉아먹는다. 저 멀리 먼동이 터오는 창밖에 점처럼 작은 사람들이 개를 끌고 지나간다.
―김혜순, 「눈물 한 방울」 부분, 『불쌍한 사랑기계』, 문학과지성사, 1997. 시클
질문과 대답 :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Комментарии

Информация по комментариям в разработк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