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감시 국가, 중국, 가지타니 가이, 멋진 신세계, 분산식처리, 권위주의국가,유발하라리, 빅데이터,AI, 도덕적신용점수, 행동모니터링, 사회신용시스템, 감시카메라망, 불가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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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코로나19와의 전쟁 승리를 선언한 이후 더욱 자국 체제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공식 기념 행사를 앞두고 지난 6월 27일 후자오밍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 대변인은 “코로나19를 극복하면서 중국공산당의 집권 이념, 집권 전략, 집권 능력이 더욱 인정받고 있다”라고 자평했다. 중국공산당의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개인정보를 추적하고 철저히 통제해 방역 성공을 이끈 중국의 감염 대책은 전부터 중국인들이 받아들일 만한 감시 체제를 마련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책은 중국공산당 정권과 대기업이 코로나 발생 전부터 차근차근 구축한 ‘안전하고 편리한 감시사회’에 대다수 중국인들이 불만을 품기는커녕 만족하는 현상에 주목한 책이다. 저자들은 중국공산당과 대기업이 IT기술을 활용한 감시 시스템과 행동을 유도하는 제도 설계를 통해 ‘바르고 예측가능한 사회’와 ‘사회를 긍정적으로 보는 여론만 오가는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실태를 면밀히 따진다. 또한 중국인들이 감시사회를 큰 저항없이 받아들이게 된 원인을 분석하며 감시사회화 문제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혼란하던 중국 사회를 ‘바른 사회’로 만든
디지털 감시기술과 평가 시스템

글로벌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의 ‘세계가 걱정하는 것에 대한 조사(What Worries the World study)’ 2019년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28개국 국민들의 과반수(58%)가 ‘자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느낀 반면, 중국인 대상자의 94%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답변했다. 대다수 중국인이 사회 전반에 만족한 것이다. 공산주의 독재국가에서 국민들이 세뇌를 당한 것일까?

중국의 감시사회화에 경종을 울리는 보도의 대부분은 감시 체제가 시민과 언론의 자유가 억압되기 때문에 섬뜩한 ‘디스토피아’임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행복한 감시국가, 중국》의 저자들은 AI·빅데이터 등의 진보한 IT기술과 평가 제도로 구축한 최근의 감시사회는 완전한 디스토피아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감시국가가 자유를 억압하지만 동시에 중국 사회를 ‘바른 사회’로 변화시켜 ‘더 안전하고 쾌적한 사회에 살고 싶다’는 시민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실상을 생생하게 소개한다.

2017년 선전시 룽강구에서 벌어진 유괴 사건은 중국인들이 왜 첨단 감시카메라망을 용인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중국에서 유괴는 아주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위협이다. 중국 정부는 어느 곳에 누가 있고,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차를 입는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 등의 정보를 감시 화면에서 추출해 자동 판단할 수 있는 AI 감시카메라를 2천만 대 이상 설치하는 프로젝트로 감시카메라망의 질과 양을 모두 높였다. 덕분에 유괴 사건이 발생한 후 경찰은 유괴된 아이의 특징을 AI 감시카메라망에 입력해 바로 아이와 유괴범이 있는 곳을 찾아냈고, 24시간이 채 되지 않아 아이를 구조할 수 있었다.

한편 중국 정부는 국민과 기업의 행동을 모니터링해 보상이나 제제를 가하는 ‘사회신용시스템’을 운용해 사회 전체의 신용을 증진시키고자 하고 있다. 사회신용시스템에는 여러 하위 제도가 있는데, ‘징계’ 분야에서는 탈세나 환경오염 등의 문제를 일으킨 기업, 재판 판결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는 등의 문제를 일으킨 개인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후 공개하고 있다. ‘도덕’ 분야에서는 일부 지방정부가 ‘도덕적 신용점수’라는 점수 평가 서비스를 도입해 시민들의 효도·헌혈 등의 선행은 권하고 사이비 종교활동·탈세 등의 일탈 욕망을 막는 식이다. 도덕적 신용점수는 다소 보급에 차질이 있지만 추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AI 감시카메라망 등 통치를 위한 기술과,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에 동기를 부여하는 평가 시스템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중국 사회를 ‘바르고 예측 가능한 사회’로 만들고 있다. 《인민일보》는 폭행과 중대 교통사고 발생률이 줄고 사회 치안에 대한 만족도가 2012년 87.55%에서 2017년 95.55%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거주 일본인들 역시 중국 사회에 살인이나 폭력적인 범죄가 크게 줄고, 남이 잃어버린 물건을 슬쩍 가져갈 수 없게 돼 귀중품을 잃어버려도 찾을 수 있게 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검열받는지 본인도 모르고 사회 비판은 하지 않는,
‘긍정적인’ 여론을 조성한 교묘한 검열

독재정권은 선거로 그 정당성을 담보받지 못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민주정권 이상으로 여론에 민감하다. 폭압으로 여론을 누를 힘이 있더라도 표면적으로는 민중의 지지가 필요해, 인터넷 여론 통제는 시진핑 정권의 주요 과제였다. 《행복한 감시국가, 중국》의 저자들은 중국 정부가 진화한 여론통제 방법으로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과정을 탐구한다.

중국 정부는 강압적이던 기존 여론 통제와 달리 이용자가 검열 사실을 느끼지 못하게 하거나, 자발적으로 반정부 발언을 삼가게 하는 여론 통제 방법도 도입했다. 그중의 하나가 ‘불가시화’다. 과거에는 게시글을 삭제할 때 계정이나 글을 삭제해 당사자 본인은 물론 제3자도 삭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이지 않는 삭제’를 고안했다. 게시글 작성자 본인에게는 평소대로 글이 보이지만, 다른 이용자에게는 글이 표시되지 않거나 추천글에 오르지 못하게 하는 식의 검열이다. 이로써 게시자도 검열 사실을 모르게 인터넷상에서 논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통제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한편 또 다른 새로운 검열 방법으로 ‘게임화’가 있다. 게임화는 레벨을 올려주거나 포인트를 주는 식의 게임 요소를 다양한 영역에 적용하는 방법이다. 가령 중국의 SNS인 웨이보(微博)에는 신용점수가 있어 글이 수준 미달이면 감점하고 차례로 추천 표시. 팔로우, 글 노출을 받지 못하게 한다. 게다가 다른 이용자의 부적절한 발언을 통보하면 점수를 회복시켜 준다. 이 같은 점수 시스템은 강압적인 삭제와 달리 이용자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검열하고 여론 통제에 참여하게 하고 있다.

이와 같은 통제로 과거 사회문제 비판으로 가득했던 인터넷 공간은 연예·스포츠 등의 엔터테인먼트 중심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인터넷 이용자 입장에서는 본인이 검열당하고 행동을 유도당한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중국공산당 입장에서는 여론이 깨끗하고 바른, 긍정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인터넷 세계가 나타난 것이다.

중국인들은 왜 감시사회를 용인하고 또 원하는가
중국의 행복한 감시국가 현상이 갖는 의미는

중국에서는 ‘인권’ 등의 정치적 권리를 상대적으로 경시하는 감시사회화가 왜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었던 걸까? 《행복한 감시국가, 중국》의 저자들은 중국 사회에 정치적 권리의 평등을 뜻하는 서구적 민주뿐만 아니라 경제적 평등과 생존을 요구하는 독자적인 민주 개념이 있었다는 점을 짚는다. 민의보다는 ‘만민의 균등한 삶’을 ‘천리(天理)’로 삼던 전통 사상에서 비롯한 독자적 민주 개념은 경제적 평등을 이루도록 국가권력의 역할을 강화시켜 보편적인 인권(특히 자유권)의 보장을 소홀히 하기 쉽게 만들었다.

한편 저자들은 자본주의의 세계화가 ‘결과로서의 행복’을 중시하는 공리주의를 불러와 중국의 감시사회화를 진행시키고 있다고도 말한다.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보다 사회 전체가 누릴 편리성과 안정성을 더 우선시하는 자세가 감시사회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현대 중국 사회에서 감시사회가 받아들여진 배경에 공리주의가 있다면 감시사회화에 있어 중국과 여러 자본주의 선진국 사이에 명확히 선을 긋기 어려워진다. 우리는 감시사회화에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앞서 감시사회화가 대다수 중국인들을 만족시키는 상황을 이야기했지만,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소수민족이 겪는 탄압은 감시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일방적으로 박탈하고 착취하기만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신장의 인권 문제를 사회주의 일당독재국가의 일로 치부할 수 있지만 《행복한 감시국가, 중국》의 저자들은 사회 안정을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정당화하는 일은 공리주의가 퍼진 자본주의 사회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뻔한 말일지 모르겠지만 감시사회화를 초래할 수 있는 신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제한할지 깊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중 한국 사회도 감시기술을 활용한 방역대책의 효과를 확연히 체감했다. 또한 한강공원 의대생 실종 사건 이후 방범용 CCTV의 확대 필요성을 느끼며 한강공원은 물론, 전국 지자체에서 방범용 CCTV 설치 확대 요구가 봇물처럼 나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행복한 감시국가, 중국》은 잘 알려지지 않던 중국의 감시 체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한편, 기술 진보와 함께 전 세계에서 진행되는 감시사회화 움직임에 대비할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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