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신학? 중세 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가 말하는 '신'이 존재하는 다섯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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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스콜라 철학의 대표적 철학자인 토마스 아퀴나스의 철학을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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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후 9세기 경, 교부 철학의 시기가 지고 스콜라 철학의 시기가 도래했습니다. 스콜라 철학은 중세 유럽에서 성행한 기독교 신학 중심의 철학 사상을 말합니다. 스콜라 철학자들은 기독교 신앙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이성적 사유를 바탕으로 논증하려고 했죠.

스콜라 철학이 시작된 시기, 신학자들은 ‘보편자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보편자 문제란 보편적 개념들, 즉 보편자普遍者가 존재하는가, 그리고 그것이 존재한다면 어떤 존재 형식을 갖는가라는 물음을 두고 벌어진 논쟁을 말합니다. 여기서 보편자란 보편적 개념을 의미합니다. 인간, 말 같은 종種이나 갈색, 원형 같은 속성을 지칭하죠. 반대편엔 특수자特殊者가 있습니다. 존, 스미스 같은 개별 인간들이나 갈색 문, 둥근 컵 같은 개별 대상을 의미하죠. 여기서 보편자가 실재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우리는 실재론자라고 부르며, 보편자는 실재하지 않고 단지 이름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유명론자라고 부릅니다. 사실 이 논쟁이 스콜라 철학의 시대에 짠 하고 나타난 것은 아닙니다. 가령 플라톤의 이데아 사상은 보편자가 대상에 앞서 존재한다고 보는 실재론에 가깝고, 보편자가 개별 사물 안에 존재한다고 본 아리스토텔레스의 입장은 유명론에 가깝죠.
중세 초기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실재론에 가까운 입장을 취했습니다. 이성이 파악할 수 있는 객관적 도덕성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가능하며, 세상을 신이 만든 보편적 개념 아래에서 파생된 것으로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의문이 피어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말해, 신앙과 이성의 관계를 분리시켜 생각하거나 철학과 이성으로 신을 증명하려는 사람이 나타난 거죠.

토마스 아퀴나스는 후자, 즉 철학과 이성을 통해 신을 증명하려 한 인물입니다. 그는 당대에 번역되기 시작한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바탕으로 신의 존재와 신앙의 존재 이유를 증명하고자 했습니다.
그는 신의 존재를 ‘신에게로 이르는 다섯 가지 길’을 통해 증명합니다. 우선 첫 번째는 ‘운동의 원인’을 통한 증명입니다. 그에 따르면, 모든 것은 다른 것에 의해 운동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원인을 찾아 끝까지 추적하다 보면, 결국 스스로는 움직이지 않으면서 다른 것을 움직이게 만드는 존재를 만나게 되죠. 그는 이를 부동의 원동자라고 불렀는데요. 이것이 바로 신神이라고 설명했죠.
두 번째는 ‘능동 원인’을 통한 증명입니다. 첫 번째 증명과 마찬가지로 토마스 아퀴나스는 무언가 존재하기 위해선 존재의 원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 원인을 끊임없이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최초의 존재 원인이 있게 마련입니다. 물론 그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신이고 말이죠.
세 번째는 ‘우연의 존재 이유’를 통한 증명입니다. 그는 이 세상에 우연한 무언가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그것을 존재하게 만든 필연적 존재가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습니다. 그에 따르면 필연적 존재가 없다면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게 되는데요. 그 필연적 존재란 바로 신을 일컫는 말이죠.
네 번째는 ‘완전성의 기준’을 통한 증명입니다. 우리는 무엇이 더 예쁘다거나 무엇이 더 착하다며 개별 존재의 완전성을 비교하곤 합니다. 그런데 그 완성도에 대한 절대적인 비교 기준은 무엇일까요? 토마스 아퀴나스는 그 근원을 찾아 올라가다 보면 그 비교 기준이 될만한 완전한 존재가 있을 것이며, 그것이 바로 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만 다섯 번째는 ‘목적론적 방법’을 통한 증명입니다. 그가 보기에 각각의 존재는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모든 존재가 어떠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만드는 지적 존재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물론 이 또한 신이죠.
토마스 아퀴나스에게 완전한 선善은 ‘행복’입니다. 그리고 이 행복은 신과 하나가 되어 신이 가진 무한한 선을 향유할 때만 가능하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신과 신앙에 관한 모든 것을 이성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보아선 안 됩니다. 그는 오히려 이성적 사유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믿었습니다.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신의 초자연적 섭리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세계와 세계의 구성 원리를 이성으로 이해하고자 노력했다는 점에서 이전 시대의 신학자 혹은 철학자와는 다른 면모를 분명 가지고 있었음에 분명합니다. 이성의 눈으로 세상 만물을 이해하고자 한 근대의 시기가 차츰 도래하고 있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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