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고 봐 진짜. 두고 보라고!🌙유쾌한 재즈+조용한 공부 분위기 [명탐정 양성 전문 아카데미 도서관] ASM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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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찬란이 마침내 힘을 잃었다. 찬바람이 도시 구석구석을 기웃거리는 시각인 탓이다.

30미터 뒤에서 봐도 어설픈 신입생 하나가 허둥지둥 달려가는 뒷모습이 보인다. 강의에 늦은 모양이군. 나는 느긋하게 걸으며 낯선 애송이의 불행을 만끽했다. 아마 이 선택을 공감하지 못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처럼 시험 기간을 앞두고 도서관을 향하는 학생이라면 분명히.

누가 봐도 길을 헤매고 있는 신입생은 높이 묶은 갈색 포니테일을 좌우로 흔들다 우측 코너를 돌아 사라졌다. 어이쿠, 저런.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은 저런 상황을 두고 만들어진 말이다. 왜냐고? 그쪽은 강의동 건물이 아니거든. 난데없이 눈앞에 등장한 연극이 퍽 재미있어, 나는 조금 소리 내어 웃었다.

잠시 후, 예상을 벗어나지 않은 여자가 헐레벌떡 건물에서 뛰쳐나왔다. 거 봐. 내가 바로 저 꼴을 보려고 일부러 걸음을 늦춘 거거든. 속으로 낄낄대는 사이에 신입생은 뒤통수까지 울상이 됐다. 축 늘어진 뒷모습이 처량하기까지 하다. 커다란 아름드리나무가 드리운 꽃가지 아래 선 그녀를 향해, 나는 소리 없는 핀잔을 늘어놓는다. 뭘 망설이는 거야? 그쪽이 아니면 반대 방향이라는 뜻이잖아. 멀거니 서있지 말고 어디로든 다리를 움직이란 말이야, 답답이! 우리 아카데미에서 조금... 덜떨어진 학생도 받나? 그렇다면 좀 실망스러워지려고 하네.

보랏빛 석양 아래에서 벌어진 일인극에 흥미를 잃은 나는 다시금 속도를 높여 걷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정면의 플라타너스 길을 쭉 따라가면 있는 도서관이다. 방금 전까지 연극의 주인공이었던 여자는 어느덧 슬픈 행인 1 정도의 이름을 붙여 주었다. 설렁설렁. 대충 걸어도 제법 빠른 내 긴 다리로 그녀의 곁을 막 지나치는 찰나였다.

"어? 찾았다!"
"네?"

슬픈 행인이 내게 대뜸 말을 걸었다. 뭐야... 누가 봐도 신입생 같은 복장인데? 설마, 내 추리가 틀렸다고? 제발. 그러지 마. 아는 선배랑 헷갈렸다고 말하지 못해?! 하지만 그녀는 내 희망의 끈을 우지끈 즈려밟았다.

"한참 찾았잖아요! 내 메일 안 읽었어요?"
"갑자기 무슨... 아, 설마."
"물건은 이미 훔쳤다고요. 흠, 재미없네. 다음번엔 잘 좀 해봐요. 혹시 알아요? 다음엔 내가 당신 손에 잡혀줘서 수석 졸업에 박차를 가하게 될지."

말레나 오웬. 이 벌꿀오소리 같은 좀도둑. 매번 변장은 또 왜 이렇게 잘 하는 거야.

"그럼 또 봐요. 실망시키지 말고, 응?"

하도 황당해 벙쪄 있던 내가 손을 뻗었을 때, 이미 그녀는 말총머리끝을 검지로 돌돌 말며 보란 듯이 도망치고 있었다. 그제야 그녀의 머리끈을 발견했다. 열받게도 짤랑대는 종이 매달린 저 빨간색 머리끈! 나는 뒤늦게 말레나를 뒤쫓아 달리기 시작했다. 망할. 젠장. 빌어먹을! 방금까지 멍청한 신입생 연기를 했던 말레나 오웬은 이제 미로처럼 얽힌 캠퍼스와 도시 곳곳을 능숙하게 누비고 있었다.

"오웬! 당장 거기 서지 못해?!"
"서라면 서는 도둑 봤어요? 풋!"

상큼한 조소가 비수처럼 날아와 박힌다. 싸늘하다. 긴 꼬리를 남긴 웃음의 메아리를 마지막으로, 말레나 오웬은 깔끔하게 자취를 감추었다. 언제나처럼.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나는 달리던 가속을 이기지 못해 머저리처럼 벽에 몸을 부딪히며 기함했다. 아아아악! 두고 봐 진짜. 두고 보라고!





- 명탐정 양성 전문 아카데미의 중앙도서관, 잔뜩 열이 받은 채로 시험공부에 매진하는 주인공, 몇명 남지 않은 학생들이 조용히 필기하는 펜촉 소리, 도서관 바깥에서 들리는 풀벌레 소리, 말레나 오웬의 잔상이 놀리듯이 짤그랑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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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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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문의가 많아 덧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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