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더 잘 알고 싶다면? 추천도서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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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라인]
00:00 영상시작
00:55 입문서
03:17 영화사, 영화이론 개론서
05:44 심화
08:17 작품 분석
10:18 감독론
12:53 장르론
14:31 비평서 (해외 평론가)
16:16 비평서 (국내 평론가)

사유 속의 영화
첫 번째 책은 ‘사유 속의 영화’입니다. 14편의 글이 실린 이론선집입니다. 에이젠슈테인, 아른하임, 파노프스키, 벤야민, 바쟁 등 유명한 학자들이 쓴 영화와 관련된 논문이나 에세이 등을 이윤영 교수가 엮어서 번역한 책입니다.
책을 보면 연대순으로 배열이 되어있는데요. 첫 번째 글인 에이젠슈테인의 글은 1929년 글이고요. 마지막 글인 세르주 다네의 글은 1992년 글입니다.
무엇보다 번역이 좋습니다. 깔끔해서 믿을 만한 번역입니다. 한국어로도 이상한 문장이 없어서 술술 읽히고요.

꿀팁이 하나 있다면, 앙드레 바쟁의 '영화란 무엇인가?'는 번역 판본이 두 개가 있습니다. 2013년판이 있고, 교보문고에서만 POD로 구할 수 있는 2018년 김태희 번역본이 있어요. 구해서 보실 거면 무조건 2018년 버전을 보셔야 합니다. 2013년 판은 차라리 안 보는 것보다 못한 수준입니다. 굳이 이걸 구해서 봐도 잘 이해가 안 갈 겁니다. 이게 한국어가 맞나 싶은, 이상한 비문도 잔뜩 있는 희한한 책이라서요. 2018년 판도 도서관에 신청하면 다 들여다 놔주니까 돈이 부담되면 도서관에 시켜서라도 김태희 번역본으로 보십시오.

그런데 이게 너무 주먹구구식이라고 느끼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시간이 다 옛날 저처럼 남아돌지도 않으실 거고요. 일단 쭉 영화사, 혹은 영화 이론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훑어본 다음 본격적으로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은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책 두 권을 준비했습니다.

일단 영화의 역사와 관련해서는 데이비드 보드웰의 ‘세계영화사’를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영화이론의 역사를 다룬 책으로는 로버트 스탬의 ‘영화이론’을 추천드립니다. 이건 절판된 책인데요. 중고로도 구하기 힘드니까 국회도서관 ‘우편복사’ http://post.clopy.net/ 서비스를 통해 제본해서 구해보시면 되겠습니다. 아니면 이거 말고 토마스 앨새서, 말테 하게너가 쓴 ‘영화이론’을 대신 보셔도 됩니다. 대신 앨새서의 영화 이론은 구성이 다소 특이해서, 통사적으로 구성되어 있는 게 아니라 특정한 주제에 따라서 분류되어 있습니다. 둘 다 입문서로는 적절한 책이고요. 재미로 따지면 앨새서 책이 더 재미있고 또 읽고 나서도 기억에 남긴 합니다. 저는 학교에서 각각 다른 수업에서 교재로 쓰는 바람에 두 책 다 읽긴 했는데요. 입문서이니 만큼 둘 중 하나만 읽어도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둘 다 읽으면 서로 상호보완이 되긴 하지만, 굳이 안 그래도 나중에 다른 책 더 읽다 보면 어차피 자연스럽게 부족한 부분은 채워지거든요.
굳이 보완을 위해 하나 덧붙이자면, 쇼히니 초두리의 ‘페미니즘 영화이론’이 가장 적절한 보완재가 될 것 같습니다.

이쯤 되면 이제 개론이 아니라 각론으로 들어갈 차례죠. 그러니까 더 실용적인 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겁니다. 구체적인 장면도 예시로 들고, 구체적인 영화도 예시로 들고 그러는 책들. 저는 딱 적당한 책이 노엘 버치의 ‘영화의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이 책도 절판됐으니 도서관에서 빌려보든가 아니면 우편복사 신청해서 보셔야 합니다. 왜 이 책을 추천드리는지에 대해서는 영상에서도 설명 드렸지만, 특정 장면을 예시로 들면서 설명하는 방식이 아주 귀에 쏙쏙 꽂히는 책이라 영화를 틀어 놓고 글과 왔다갔다 비교하며 읽어나가기 좋은 책이라 그렇습니다.

여기까지 꼼꼼히 읽었으면 이제 기초가 부족하다고 평가받진 않으실 겁니다. 저만 해도 가끔씩은 위의 개론서에서 읽은 내용인 데도 잘 기억이 안 나서 다시 뒤적거리는 경우가 있는데요. 위에 언급된 책만 잘 소화해도 베이스는 탄탄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 번에 소화하는 것이 어렵다면 특정한 시대를 콕 짚어서 익히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이렇게 배우고 나면 최소한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러니까 프랑스 누벨바그든,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이든, 특정한 시대를 잡아 익히는 걸 추천합니다. 저는 초기 영화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고, 에이젠슈테인의 글과 영화를 아주 흥미롭게 본 데다가, 이 사람의 개인사도 매력적이라서 일부러 고른 거였고요. 그래서 공부를 한다는 느낌보다는 취미의 연장선상에서 익힐 수 있었습니다.
이제 특정한 작품이나, 한 명의 감독, 혹은 하나의 장르를 다룬 책들을 소개하겠습니다.

특정한 작품을 다룬 책은 세권을 꼽아봤습니다. 로라 멀비의 ‘시민 케인’, 카밀 파글리아의 ‘새’. ‘영화 분석 입문’ 제2부에서 다루는 레베카 분석. 특정 작품을 다루는 책은 많지만, 이렇게 세 권을 추천합니다.
일단 이 세 권의 책은 한 명의 저자가 하나의 작품을 진득하게 다룬 책입니다. 특정한 영화를 여러 명이 나누어서 다루는 그런 책을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들 중구난방 자기 얘기를 짧은 분량 안에 욱여넣다 보니 깊이감도 없고 설득력도 떨어지거든요. 반면에 이 책은 한 명의 저자가 썼기 때문에 중심이 딱 잡혀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게 하나의 논리로 쭉 밀고 나갑니다. 무엇보다 씬바이씬 분석을 배우는 데에 도움이 되는 책들이라 생각해서 꼽아봤습니다. 영화 분석에 기초가 전혀 없는 경우, 장면을 진득하게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은 감독론입니다. 하스미 시게히코의 ‘오즈 야스지로’. 태그 갤러거의 ‘존 포드’. 존 힐의 ‘켄 로치’. 그리고 인터뷰집이긴 하지만, ‘히치콕과의 대화’. 이렇게 네 편을 추천합니다. 먼저 시게히코의 오즈론은 워낙에 유명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읽어보면, 조금 경악스러운 논리를 거침없이 펼치는데 이게 시원스럽습니다. 쭉 읽어 나가면 결국 설득이 되어버리고 말죠. 하지만 원체 개성이 강한 평론가라서, 초보자가 읽기엔 다소 부적절한 측면도 있다고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갤러거의 존 포드론과 존 힐의 켄 로치론은 상당히 모범적인 스타일의 글쓰기를 보여줍니다. 디테일을 차분하게 주워섬기면서 감독에 대한 납득이 되는 주장을 밀어붙이죠. 작품들을 연대순으로 차분히 분석하는 과정도 나타나고요. 개별 작품이 아주 깊게 다뤄지진 않지만 그래도 충분할 정도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히치콕과의 대화는 감독론은 아니고 인터뷰집입니다. 작가론의 출발점에 있는 감독이고, 또 작가론의 출발점에 있는 평론가가 그를 직접 다루는 내용인 만큼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합니다.

장르론으로 넘어가보면 토머스 샤츠의 ‘할리우드 장르’가 유명합니다. 저는 장르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장르를 다루는 책은 많은데, 개중 한국에서 가장 잘 알려졌고 또 많이 읽히는 책이 샤츠의 이 책입니다. 제가 장르론을 다룬 책을 다 읽어보진 않아서 이게 정말 최선의 선택인지 잘 모릅니다만, 어느 정도 콘센서스가 형성된 평가이니 만큼 위험부담 없이 이 책을 선택해서 읽어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만 읽어도 장르에 대한 개론은 형성이 되는 것이고, 각론은 알아서 채워 나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장르라는 건 결국 애매모호한 성질이 있어서, 직접 해당 장르에 속하는 작품을 많이 찾아보고 그 ‘감’을 익히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또 영화만 보는 게 아니라 해당 장르에 속하는 유명 소설을 많이 읽어보는 것도 중요하고요. 한국에 번역된 장르소설은 웬만하면 이미 검증된 작품이 많이 들어오니까, 특정 장르가 궁금해지고 마음에 든다면 절판이 된 다음에도 다른 출판사를 통해 반복적으로 번역이 되는 작품, 그리고 최신 작품 위주로 골라서 아무거나 골라 읽어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비평서. 결국 영화평론을 직접 쓰려면 다른 사람 비평을 많이 읽어보는 게 가장 도움이 많이 되죠. 구체적인 비평가의 저서를 꼽기 전에 먼저 보드웰이 쓴 이 책을 보는 걸 추천 드립니다. ‘미국 영화비평의 혁명가들’이란 책입니다. 1940년대 미국의 영화평론가 네 명에 관한 책입니다. 할리우드 황금기 시대에 활동한 이 사람들이 당대의 영화에 어떻게 개입했고, 그를 통해 후대에 물려준 유산이 무엇인지 추적하는 글인데요. 네 명의 비평서가 한국에 번역되지 않았기 때문에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어렴풋이 비평가란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가에 대한 초상을 잡을 수 있는 책이기 때문에 추천 드립니다.

외국 평론가 책으로는 로저 에버트, 조너선 로젠봄, 하스미 시게히코의 비평집을 추천합니다. 각각 ‘위대한 영화’, ‘에센셜 시네마’, ‘영화의 맨살’이란 제목으로 나와있습니다.
국내 평론가 책으로는 김혜리, 정성일, 허문영 책을 추천합니다. 책이 여러 권 나와있는데요. 김혜리 책으로는 가장 최근에 나온 ‘묘사하는 마음’, 정성일은 ‘필사의 탐독’(절판), 허문영은 ‘보이지 않는 영화’를 추천 드립니다.
선정 기준은 간단합니다. 진짜 특정 영화에 대한 글, 현장비평에 가까운 글이 많이 포함된, 정말로 영화에 대한 글을 당장 쓰고 싶은 사람들에게 전범이 될 만한 글이 많이 실린 책을 고른 겁니다. 그 중에서도 그나마 접근성이 높은, 또 그나마 최신 영화를 다룬 책들을 골랐습니다. 예를 들면 김혜리 씨의 영화의 일기는 몇 권에 걸쳐서 출간이 되었는데요. 개중 ‘묘사하는 마음’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글인 ‘토리노의 말’에 관한 일기가 실려있어서 저 책을 추천드렸습니다.
허문영 씨 책에 실린 글 중 ‘사이비’ 평론에 대해서는, 연관해서 읽어볼 만한 논문을 또 추천하고 싶습니다. 곽영빈 씨가 쓴 ‘“연대는 (불)가능하다!”: 연상호 애니메이션의 ‘바닥없는 표면’’이란 제목의 논문인데요. 직접적으로 허문영이 씨네21에 쓴 사이비 평론을 언급하며 그에 대한 반박과 재론을 이어가는 글입니다. 연상호가 사용한 로토스코핑 기법을 두고 “이럴 거면 영화로 찍는 게 낫겠다”는 말들이 많았는데, 그에 대한 반론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작품을 두고 이어지는 논쟁을 살펴보는 것도 자신만의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사용된 음악]
a happy morning -구재영
night run a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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