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낭송] 산다는 것 - 박경리/유고 시집 -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영애시낭송

Описание к видео [시낭송] 산다는 것 - 박경리/유고 시집 -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영애시낭송

#박경리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모르고지냈으면그럭저럭세월이갔을까
#청춘은너무나짧고아름다웠다 #인명재천
#젊은날에는왜그것이보이지않았을까/


시 : 박경리/산다는 것/


체하면
바늘로 손톱 밑 찔러서 피 내고
감기 들면
바쁜 듯이 뜰 안을 왔다 갔다
상처 나면
소독하고 밴드 하나 붙이고

정말 병원에는 가기 싫었다
약도 죽어라고 안 먹었다
인명재천
나를 달래는 데
그보다 생광스런 말이 또 있었을까

팔십이 가까워지고 어느 날부터
아침마다 나는
혈압약을 꼬박꼬박 먹게 되었다
어쩐지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허리를 다쳐서 입원했을 때
발견이 된 고혈압인데
모르고 지냈으면
그럭저럭 세월이 갔을까

눈도 한쪽은 백내장이라 수술했고
다른 한쪽은
치유가 안 된다는 황반 뭐라는 병

초점이 맞지 않아서
곧잘 비틀거린다
하지만 억울할 것 하나도 없다
남보다 더 살았으니 당연하지

속박과 가난의 세월
그렇게도 많은 눈물 흘렸건만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2008. 박경리 유고 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마로니에북스



#시낭송박영애

Комментарии

Информация по комментариям в разработк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