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학을 바꾼 살아있는 별…김승옥 ‘무진기행’ / KBS 2021.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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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시대의 소설.

매주 이 시간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함께 선정한 한국문학 50편을 차례로 소개해드리는 시간이죠.

오늘(11일)은 1960년대 발표된 김승옥의 단편소설 '무진기행'입니다.

이 작품이 한국 현대문학에서 갖는 위상과 의미는 정말로 남다르죠.

우리 문학의 어떤 '분기점'이라고 평가되기도 하는 작품입니다.

김지선 기자가 소설가 김승옥 씨를 만나고 왔습니다.

[리포트]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갯벌.

여름의 초록을 머금은 갈대밭.

김승옥의 소설 의 배경이 된 곳입니다.

올해 여든 한살이 된 작가는 이곳에 머물고 있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건강은 좀 괜찮으세요? (조금...)"]

2003년 갑작스럽게 찾아온 뇌졸중으로 말과 글을 잃고 회복 중인 작가와의 인터뷰는 아주 천천히, 필담으로 이뤄졌습니다.

["(무진기행이) 발표된 이후에 그때 반응 기억나세요? 독자들의 반응."]

["아, 좋다고 해주셨어요? 이렇게 정말 최고라고..."]

명동, 술, 친구.

["(친구들이) 명동에서 술도 사주셨어요? 너무 좋다고? (어어)."]

["(무진은) 없는 도시잖아요, 실제로는. 이름을 왜 '무진'이라고 지으셨어요?"]

한반도 지도, 무진.

["전쟁을 겪은 한반도 전체를 담아서 '무진기행'을 쓰셨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지)."]

["'무진기행' 쓰실 때 얼마나 걸리셨어요?"]

1964년 봄 3월→여름 7월 끝.

1964년, 24살 청년 김승옥이 넉 달 걸려 완성한 소설 은 한국 문학의 지형을 완전히 바꿔 놓습니다.

["안개, 무진의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출세한 주인공이 고향 '무진'에 내려와 만난 여성과의 짧은 사랑을 그린 이 작품은 전쟁 이후 역사와 이념에 짓눌려 있던 당시 문학계에서 개인의 꿈과 낭만, '자기 세계'를 전면에 등장시킵니다.

'감수성의 혁명'이란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한국 문학사에 김승옥이란 지울 수 없는 이름 석 자를 새긴 순간입니다.

[정과리/문학 평론가 : "그런 것은 전혀 없었던 한국인들에게 '아, 너만의 세계가 있어' 라는 것을 딱 보여줌으로써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아, 그래. 나의 세계를 찾아가야지.' 그것이 1960년부터 80년대까지 이어지는 기나긴 여정 속에서 모든 사람들이 추구해 간 거예요."]

반세기 전에 나온 이 소설이 오늘날에도 찬사를 받는 건 작가가 한글로 펼쳐 보여준 가장 감각적이고 매혹적인 문체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김승옥 ‘무진기행’"]

[김승옥/1994년 인터뷰 : "많은 작가들이 다 그렇겠지만, 항상 소설을쓸 때마다 잉크로 쓰는 것 같지 않고 글을,자기 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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