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화제의 뉴스를 골라 과학 기자의 시선으로 분석하는 '과학 본색' 시간입니다.
최소라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어떤 소식을 준비했나요?
[기자]
지난 31일 우리나라 제약업계를 뒤흔든 큰 사건이 있었거든요,
바로 코오롱생명과학의 유전자치료제, 인보사가 판매 중지된 건데요,
코오롱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유전자치료제라는 개념이 생소해서 그런지, 인보사에 대한 부정확한 이야기들이 기사와 인터넷을 통해 퍼져나갔습니다.
인보사 성분이 바뀌었다, 아니다, 세포 명칭이 바뀐 것이다, 등 여러 이야기로 혼란스러운 분들 많을 텐데요,
이 때문에 관련 주가가 급락하는 등 한바탕 시끄럽습니다.
인보사가 뭔지, 뭐가 문제인 건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인보사는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로 알고 있는데요,
일단 퇴행성 관절염은 어떤 병인가요?
[기자]
네, 흔히 무릎이 시리다고 표현하는 병이 퇴행성 관절염, 골관절염인데요,
증상은 관절이 붓고, 딱딱해지며, 튀어나와 통증이 생기는 거고요,
원인은 관절연골이 마모되고 손상되어서 생기는 겁니다.
골관절염은 관절을 많이 사용하면 발생하는데요,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발생 빈도가 매우 올라갑니다.
하지만 요즘은 20대 젊은 층에서도 많이 발생하는데요,
이 때문에 골관절염 치료제에 대한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합니다.
코오롱생명과학도 거의 20년간 천억 원 이상을 들여서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를 개발한 겁니다.
[앵커]
20년간 천억 원을 들였으면 정말 공들인 치료제라고 볼 수 있을 텐데, 그럼 인보사는 골관절염을 어떻게 치료하죠?
[기자]
인보사의 작용 기작을 말하기 전에 일반적인 골관절염 치료 방법을 먼저 설명하면요,
초기 골관절염의 경우엔 병원에서도 휴식이나 적절한 운동을 권장합니다.
통증이 있다면 약으로 통증을 완화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여기서 증상이 더 심해지면 중증 골관절염이라고 하는데요,
주사 요법을 씁니다.
그리고 이에도 불구하고 말기로 진행되면 연골을 인공 연골로 바꿔주는 수술을 해야 합니다.
인보사는 말기로 가기 전 중증 골관절염 환자에게 주사하는 치료제입니다.
[앵커]
약으로는 안 듣는데, 수술까지는 가지 않아도 될 환자에게 쓰는 주사 치료제라고 보면 될 텐데요.
그러면 인보사 효과는 어떤가요?
[기자]
사실 주사로 골관절염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니까 관절연골을 재생하는 건 굉장히 어렵습니다.
관절 연골의 재생 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인데요,
조금만 움직여도 관절연골은 마찰이 되고 마모되는데 그래서 재생속도가 마모 속도를 못 따라가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골관절염을 주사로 치료하는 것은 관절을 재생하는 것보다는 통증을 완화해주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통증이 있는 관절 연골 쪽에 주사를 놔서 이를테면 기름칠을 해주는 겁니다.
그런데 아무 성분을 주입해서 기름칠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의사마다 다른데, 윤활제 역할로 히알루론산을 주사하기도 하고요,
약간의 염증이 있는 경우엔 스테로이드를 주사하기도 하는데요,
모두 통증을 완화해주는 데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기는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 주사들은 연골 재생 효과가 없습니다.
그냥 통증을 줄여주는 효과만 있습니다.
사실상 먹는 약과 효과는 비슷한 거죠.
그래서 제약사들은 이 성분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연골 세포를 넣어주면 이 세포들이 관절연골 부위에 정착하지 않을까, 그러면 관절연골 재생 효과가 조금이라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거죠.
하지만 대부분 세포 치료제는 그런 재생 효과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주사 후 몇 주가 지나면 통증이 완화하지만, 몇 달이 지나면 이 성분이 모두 흡수돼서 다시 마찰로 인한 통증이 발생하거든요,
사실상 이것도 통증 완화 효과만 좋았던 거죠.
그런데 인보사는 연골 세포에다가 유전자 변형 세포까지 넣어줬습니다.
[앵커]
그럼 일단 대부분의 주사 치료제는 재생 효과는 기대할 수는 없지만, 통증 완화 효과는 있었고요.
그럼 인보사는 국내 첫 유전자치료제인데, 다른 치료제와는 다른 효과가 있었나요?
[기자]
네 약간 그런데요.
여기에 들어간 유전자 변형 세포가 있는데 TGF-β1 유전자, 그러니까 성장인자 유전자가 연골 세포의 원래 유전자에 쏙 들어간 세포입니다.
그러면 유전자 변형 세포는 그 유전자, 성장인자를 계속 발현하거든요.
그러니깐 성장인자를 계속 내뿜는다는 겁니다.
이 성장인자는 관절염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염증을 완화한다고 알려졌습니다.
다시 말해, 그냥 사람 연골세포와 유전자 조작 연골세포를 3대 1 비율로 섞은 것이 인보사입니다.
그러니까 인보사도 재생 효과가 있는 건 아닙니다.
염증을 완화하고 윤활 역할을 통해 통증을 줄여주는 효과가 좋아서 쓰인 겁니다.
[앵커]
그러니깐 재생 효과를 크게 보이는 약은 현재까지 없는 거군요.
그런데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인보사 성분이 알려진 것과 다르다는 건데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기자]
인보사에 들어가는 성분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요.
하나는 사람 연골세포이고 하나는 유전자가 변형된 연골세포라고 알려졌습니다,
사람 연골세포는 맞게 들어가 있는데 유전자 조작 세포가 처음 알려졌던 것과는 다른 것이 섞여 있었습니다.
섞인 물질은 같은 유전자가 삽입된 신장 세포였습니다.
코오롱 측이 인보사를 미국에서 시판하려고 FDA 승인을 받으려고 임상을 진행하다가 밝혀진 겁니다.
임상 3상, 마지막 단계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난 겁니다.
[앵커]
그러면 이번에 들어간 것은 연골세포가 아니라 다른 세포였다는 거죠?
신장 세포라고 하셨는데 이건 어떤 건가요?
[기자]
신장 세포는 인보사를 만드는 과정에 쓰이는 건데요,
추정하기로는, 성장인자를 만들 때 신장 세포를 이용하거든요.
신장 세포에서 만든 성장인자를 정교하게 분리하지 못해 최종 약에도 중간 단계에서 쓰이는 신장 세포가 혼입됐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식약처에서 세포의 확인 및 원인조사를 철저하게 할 예정입니다.
[앵커]
그러면 코오롱생명과학에 따르면 기술의 진보로 밝혀진 오류다, 원래는 연골세포인 줄 알았는데 신장 세포가 들어가 있더라는 말씀이신데요,
[기자]
네 그렇게 해명했는데요.
코오롱 측에 따르면 최신의 STR 검사법으로 수행한 결과 이같이 나타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004년 허가 당시 덜 진보한 기술로 분석했을 때는 유전자 변형된 세포가 연골 세포의 특성을 보이길래 연골세포라고 표기했다고 합니다.
현재의 더 진보한 기술로 분석해보니 다른 것이었다는 겁니다.
그런데 왜 인제야 STR 검사를 했냐는 질문에, 코오롱 측은 STR 검사는 미국 FDA에서도 필수인 검사가 아니라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인보사를 의약품 위탁생산 업체에서 생산했기 때문에 인보사가 맞는지 확인해야 했다고 하고요,
이를 위해 필수는 아니지만, STR 검사를 했는데 15년 만에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 겁니다.
국내에서 안 한 이유는 충주 공장에서 단일 생산하기 때문에 허가 당시 STR 검사가 필요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니까 약 성분이 중간에 바뀐 게 아니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 성분 그대로였는데 정체를 잘 못 알고 있었다는 거죠.
그러니깐 안전성은 괜찮다고 주장하는 건데요,
그런데 약 자체에 대한 안전성은 해소돼도 회사 자체의 신뢰성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보이는데요.
15년 동안 제대로 검사를 안 한 거잖아요.
사실 STR은 그렇게 최신 기술이 아니고요, 90년대 중반에 나온 기술이거든요.
[앵커]
그러면 검사를 하려고 했다면, 충분히 성분이 바뀐 걸 알 수 있었다는 말씀이시네요.
어쨌든 연골세포가 아니라 신장 세포가 쓰였다고 해도 인보사로 통증 완화 효과를 보긴 한 거잖아요.
그런데도 왜 문제가 되고 있는 걸까요?
[기자]
코오롱 측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형질전환 세포는 일정 기간 이후 체내에서 사멸된다고 합니다.
때문에 식약처는 안전성 측면에서 큰 우려는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안전성을 더 검토해봐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코오롱생명과학은 바로 해당 제품에 대해 유통·판매를 중지했고요,
식약처도 원인 조사에 대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진통제, 스테로이드 제제 등 대체의약품 처방을 당부했습니다.
국내 판매된 인보사에도 같은 문제가 있는지는 식약처에서 조사해 오는 15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앵커]
일단 식약처에서 조사 결과를 기다려봐야겠지만, 코오롱 측의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YTN 사이언스 기사원문] https://science.ytn.co.kr/program/pro...
Информация по комментариям в разработк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