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풀영상] 'AI 의사'가 마약류까지…동네 병원 정보 훔쳐 처방 / SBS 8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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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인공지능, AI 의사가 채팅으로 진료를 보고 처방까지 해준다고 홍보하는 한 업체가 국내에 등장했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직접 이 AI 의사에게 가짜로 증상을 이야기해 봤는데, 전문의약품은 물론 마약류까지 처방해 줬습니다.

먼저 사공성근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사공성근 기자〉

인공지능 AI로 비대면진료를 한다는 업체의 홈페이지입니다.
 
AI와 채팅을 통해 진료를 받고 처방전까지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합니다.

챗 GPT에게 내과와 외과, 피부과 등의 300만 건이 넘는 처방 자료를 학습시켰다고 주장합니다.

[업체 홍보영상 : 처방만 전용적으로 하는 AI를 다시 학습을 시켰어요. 실제 진료 데이터들을 꽤 많이 넣었고요.]

AI에게 수면장애를 호소해 봤습니다.

잠자는 환경과 습관 등에 대한 10가지 질문이 이어진 뒤 5분 만에 나온 AI의 처방전에는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애토미데이트'가 적혀 나왔습니다.

체중 감소를 문의하자 마약류인 디에타민이, 사후 피임약을 처방해달라고 하자 임신중지약까지 처방됐습니다.

전문의약품인 비아그라 등 발기부전 치료제도 의사와 전화 한 통 없이 나왔습니다.

증상을 실제 확인하거나 병력을 검증하는 절차는 없었습니다.

500원 정도의 진료비를 결제하면, 처방전을 인쇄할 수 있습니다.

직접 약국에 가 처방전을 제시했더니, 진통제와 발기부전 치료제 등은 구입이 가능했습니다.

[A 약국 관계자 : 성분명으로 처방을 내주셔서 같은 성분 (다른) 약으로 약을 드릴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같이 복용하면 안 되는 약이 함께 처방된 경우나, 에토미데이트같이 병원에서만 사용 가능한 약들은 약국에서 거부당했습니다.

[B 약국 관계자 : 저희 못 해 드려요. 병원에서 직접 처방전 뽑은 것만 해 드려요.]

코로나19 이후 시작된 비대면 진료는 의료진과 전화 또는 화상으로 진료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와 달리 AI가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로 허용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채동영/대한의사협회 부대변인 : (다른 분야에) AI를 접목시키는 것에는 편리하고 좋을 수 있지만, 의료에 한해서는 한 번의 실수로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고….]

의사협회는 업체 대표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영상취재 : 윤 형, 영상편집 : 김윤성, 디자인 : 이종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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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렇게 발급된 처방전에는 실제 병원의 이름과 면허번호가 적혀 있었는데요. 업체와 제휴했다는 병원들에 확인해 봤더니 전혀 모르는 곳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업체 대표는 일부 병원 이름을 도용한 건 맞지만, 실제로 가맹된 곳도 있다고 주장했는데 계속해서 최승훈 기자가 단독 보도 이어가겠습니다.

〈최승훈 기자〉

AI 진료 업체가 발급한 처방전입니다.

의료기관 정보란에는 업체 이름과 병원 이름이 함께 적혀 있고, 의사 이름과 면허 번호까지 나와 있습니다.

처방전에 적힌 병원에 찾아가 AI 진료 업체와 함께 처방한 적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A 병원 : 도용된 거고요. 저희는 그런 자료가 없어요, 아무것도.]

홈페이지에 가맹 병원이라고 밝힌 6곳 모두 가맹한 적이 없고, AI로 처방하지도 않는다고 답변했습니다.

[B 병원 : 비대면 자체를 안 하니까, 오지 않으면은 진료를 볼 수가 없어요.]

[C 병원 : 아예 무단이고, AI가 아무리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의사의 그게(진료) 없이 처방전이 나가는 건 불법이잖아요.]

명의를 도용당한 병원 한 곳은 지난 7월 AI 업체 대표가 찾아와 진료를 받고 처방전을 받아 간 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처방전에 도용할 면허번호 등의 정보를 얻기 위했던 걸로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A 병원 : 처방전에 나와 있는 형식이나 의료기관명이나 의사명이나 이런 걸 복사한 거죠.]

AI 업체 대표는 일부 병원 이름을 도용한 건 인정하면서도 가맹 병원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처방이 나갈 때는 가맹된 병원의 의사가 확인하고, 처방이 안 된다고 판단되면 처방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가맹 병원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가운데, 처방전에 도용된 의료기관 규모와 AI 처방전으로 실제 지급된 약물이 얼마나 되는지 등은 수사를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김용우·이상학, 영상편집 : 이상민, 디자인 : 박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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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사건 취재한 시민사회팀 사공성근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AI 처방전'으로 약 처방 가능?

[사공성근 기자 : 반반이었습니다. 이번 AI 처방전의 가장 큰 특징은 '성분명 처방'인데요. 약의 상표명을 구체적으로 적는 것이 아니라 성분명만 적어서 약사들이 직접 판단하게 하는 겁니다. 통상적인 경우랑 조금 다르다 보니까 약사들도 처방전을 보고 '어 이거 뭐야' 하면서 다시 들여다보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다시 보니까 투약 일수가 세 달까지 길게 적혀 있거나 1회 투약량이 과도하게 많은 경우에 약사들이 도리어 저희에게 이 처방전 어디에서 받은 겁니까, 되물어보면서 제조를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꼼꼼히 보지 않거나 조금 일반적인 약 같은 경우에는 아까 리포트에서 보셨지만 처방전의 형식이나 구성이 갖고 또 의료기관의 상세한 정보까지 적혀 있다 보니까 의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Q. 의료현장 도입되는 AI, 허용 범위는?

[사공성근 기자 : AI가 의료 현장에서 무엇을 하느냐를 좀 구체적으로 봐야 되는데요. 현재는 환자의 병력을 추적 관리하는 과정이나 CT나 MRI같이 영상 정보를 분석하는 과정에 아주 제한적으로 도입은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거는 의사를 보조하는 행위지, 직접 진료, 진찰하는 건 아니잖아요. 현행법상 진단서와 처방전 같은 건 직접 진찰한 의사만이 작성할 수 있습니다. AI가 질문하면 답을 해 주는 시대가 왔지만 증상을 호소했다고 진찰하고 진단서까지 내주는 건 AI가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는 거죠. 제가 이 문제가 된 업체의 AI에게 직접 진료하는 건 합법이니 이렇게 한번 물어봤습니다. 그랬더니 이 AI도 인공지능 모델이 직접 처방전을 내린 것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스스로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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