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물건이 없어" 무너진 남대문 수입상가..."노점상엔 손님 바글바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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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인터넷 판매를 하면 대면 장사를 하는 여기 오지 않잖아요” (남대문 시장 F동 수입상가 상인)

외국인 관광객들이 돌아오면서 홍대·명동 등 주요 상권 유동인구가 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서울 쇼핑 메카라 불리는 곳들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유동인구가 꽤 많은 남대문 시장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북적이는 남대문 시장길과 달리 남대문 집합상가는 줄줄이 경매에 나오고 있다. 여러 상가를 묶어 내놓는 일괄매각까지 등장했다. 거리 상가는 회복세 인데 반해 수입점포 등이 밀집한 남대문 집합상가는 3년 코로나 충격에 이어 회복세가 더디면서 경매로 이어지고 있다.

■유동인구 늘어도 눈길 끌지 못해 패싱 당하는 남대문 시장 수입상가
남대문시장은 숭례문을 기준으로 북쪽으로는 신세계 면세점을 끼고 있고, 남쪽으로는 서울역 12번 출구의 포포인츠 바이쉐라톤 서울역 호텔을 포함하고 있다. 상권이 넓다 보니 잘 되는 곳들도 있다. 꽃 시장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영업중인 대도종합상가, 도매업 중심의 남대문 액세사리 상가 등은 여전히 사람이 몰리고 있다. 숭례문 쪽으로 더 가까이 이동하면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과거 수입상가로 유명했던 남대문 바로 옆에 있는 에티버스타워입. 최고 29층 상가로 지하 1층~지하3층에 상권이 형성돼 있다. 이 가운데 지하 1층 수입상가 일부가 통경매로 나왔다. 지하1층 일부 40개가 넘는 호실이 묶여 경매로 나왔다. 이 상가는 이미 2회 유찰됐다. 남대문 도깨비 시장 골목길에 있는 F동 수입상가에도 12개 점포가 묶여 경매로 나왔다. 이 상가에서 경매로 나온 점포는 5회 유찰됐다. 뷰티 로드샵, 아동복 매장은 현재 영업 중이지만 상가 내부에 있는 점포는 곳곳이 비어 있다.

현지에서는 남대문 시장에 상가 점포가 대량 경매로 나온 원인으로 상품의 경쟁력이 없는 점을 꼽았다. 뷰티 로드샵과 같은 외국인의 이목을 끄는 관광 아이템이나 남대문 시장의 대표 상품격인 ‘아동복’, 도매업을 중심으로 한 꽃, 액세서리 등 특정상품을 제외한 재래시장 상품들이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고, 일반 잡화 상품 판매가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지 못했다는 것이다. 남대문 시장 에티버스타워 수입상가 상인은 “중국 사람들을 위해서 화장품 같은 명품을 따라 하려고 했는데 여기는 물건이 없어서 유입이 안 된다”며 “저쪽으로는 많이 다니는데 여기는 이렇게 상품이 없다”고 했다.

■온라인 쇼핑과 경쟁에서 설 자리 잃는 남대문 도매 상인들
이 상가는 숭례문 바로 앞에 자리해 있다. 같은 남대문시장 상권이라도 거리상 외국인 수요가 몰리는 명동과 반대 방향이다. 게다가 최근 10여 년간 온라인쇼핑과 해외직구가 보편화하면서 이런 트렌드를 전혀 쫓아가지 못하자 상황은 더 악화했다. 장사가 어려운 가운데 상가 임대료를 부담하는 것보다 명동과 같은 주요 상권을 잇는 길목에 노점상을 차리는 게 오히려 수익이 좋다는 말까지 나온다. 남대문 시장 F동 수입상가 상인은 “인터넷 장사를 많이 하다보니 대면 장사를 하는 여기 오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유찰이 계속된 이유 중 하나로 재래시장 집합상가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아 인기가 줄어든 탓이라고 분석했다. 이 건물의 청구액을 보면 근저당권이 96억원이다. 이 이자를 감당할 만큼의 수익이 나오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업무 상업시설 같은 경우는 지금 상당히 금리가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이제 수익률 자체가 매우 낮은 수준이다. (남창동 일대) 지금 나와 있는 상가들이 100억짜리도 있고 68억, 79억 이런데 이런 것들은 너무 금액대가 크고 이런 것들을 통으로 다 어떤 테마 상가로 만들거나 이런 수요가 아니면 사실 낙찰 받기가 힘들거든 같다”고 했다.

온라인쇼핑과 해외직구가 보편화하면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도태하는 상가가 속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경매 물건은 앞으로도 다수 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상권 양극화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서지영 땅집고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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