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숙박하기좋은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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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편안하게 머물다 가면 마음이 뿌듯해 집니다. 어제는 손녀 손자들과 함께하듯 마음이 즐거웠습니다.

(43꼭지)_결손아동 사랑모임


사진은 추억 담은 기록이다. 사진 기록 속에는 살아왔던 기억이 함께한다. 기록과 기억은 지울 수 없는 사실이다. 사진을 즐기는 것처럼 산천초목을 즐기다 보면 평상시 가보지 않은 색다른 길을 찾는다.

내장산 근처 서당촌이라는 마을이 있다. 지금은 리조트 개발로 살아졌다. 서당촌 마을에는 용산저수지가 있고 마을 뒤편에는 나지막한 산이 있다. 험한 산은 아니지만 인적이 드문 곳이라 온갖 산나물이 있고 사람 발길이 뜸한 곳이다. 우연히 이곳을 알게 되었고 주말이면 가끔씩 찾아 산책을 즐기는 곳이다. 이곳에는 작은 교회가 있다.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아슬한 도로 막다른 길 산 아래에 있는 교회다. 공기 좋고 물 맑고 경치 좋은 평화로운 교회다. 교회 가는 길목 돌담을 뱅뱅 돌듯 부는 바람은 작은 먼지 하나라도 쓸어내듯 상쾌하다. 오래된 감나무, 예배당 옆 사택에는 겨울을 기다리며 쌓여있는 화목이 묵묵히 자리를 지킨다, 떠나간 사람들 발자취에 남은 추억이 카메라 속으로 깊게 빨려온다. 인정하고 세워주기보단 서로 주장하며 끌어내리려는 생활 속을 잠시 벗어날 수 있는 곳이다. 예배 드리는 분은 할아버지 한 분, 할머니 한 분, 그리고 목사님과 사모님, 모두 4명이다.

어느 주일날 아내와 함께 이곳 교회에 성경책을 들고 예고 없이 찾았다. 이곳에서 신앙생활을 한다기 보담 작고 조용한 교회에서 쉬고 싶은 맘이 더 컸다. 우리가 들어서는 순간 준비 찬송을 인도하시는 목사님 눈빛이 자꾸만 우리에게 집중되는 것 같다. 예고 없이 찾아온 낯선 부부가 예배당 한편에서 찬송을 부르니 반갑기도 하고 궁금하기 때문이었을 거다. 4명에서 6명으로 늘었으니 교회를 찾아온 우리 부부도 부담을 갖게 된다. 예배를 마친 후 목사님께서 강대상에서 급히 내려오셔서 어떻게 오셨냐 기뻐 접대하듯 문의한다. 사모님께서 주시는 정성 어린 '차 한 잔' 도회지 어느 교회에서 느낄 수 없는 애틋한 사랑도 느낀다.

세상은 참으로 좁다. 목사님과 '차 한 잔'나누며 이 이야기 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목사님과 나는 어릴 적 동네 선후배 관계다. 나는 선배였고 목사님은 후배였다. 수십 년 전 결혼 후 젊은 나이에 이곳에 와 지금까지 목회를 하셨다고 한다. 사람이 그리워 사모님이 우울증 증세까지 있었다 한다. 가끔 도시로 사람 구경 하러 갈 정도였다 한다. 열심히 기도하는 덕분에 하나님이 도와서 오늘 이렇게 우리를 만나게 되었다고 기뻐하신다. 때로는 이곳을 떠날 생각도 했지만 교회를 지켜줄 사람이 없어 참고 견디니, 하나님께서 전도사 신분을 벗어나시도록 서울에 있는 총신대를 다니게 하셨고 목사 안수를 받고 이곳 목회를 하신다고 한다. 머지않아 이곳에 도로가 나고 리조트 개발까지 하게 되어 지역 발전이라는 큰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목사님께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다른 곳에서 교회를 섬기고 있으니 등록할 수는 없고 가끔 들려 예배를 드리겠다."라고 말씀을 드린다. 목사님은 쾌히 승낙하시고 그때부터 친분관계가 이루어진다.

은혜 넘치는 찬양과 말씀이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농촌 교회 아름다움이 있다. 성도가 한 사람이든 두 사람이든 교인 숫자보다는 주님께 드리는 예배 자체가 중요하다. 농촌에 뜻이 있어서 주님께서 세우신 교회가 사라지지 않도록 묵묵히 지켜온 목사님의 순교적 믿음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 드림이다. 목사님 내외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 우리 부부 모두가 3가족 총 6명이다. 아무리 시골이지만 사람 수를 생각하면 자꾸만 맘이 아파진다.

그러나 꿈이 있다. 목사님께서 농촌 이곳 저곳에 열심히 다니며 친구처럼 지내고 모이는 주일학교 학생들이 있다. 교회 신앙생활이라기보다는 목사님이 제공하는 아이스크림과 라면을 통하여 정을 나누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은 부모님을 일찍 여의었거나, 가정 형편상 부모님과 함께 살지 못하는 '결손아동'들이다. 연로하신 할아버지 할머니 와 함께 사는 정이 그리운 아이들이다. 그렇지만 목사님은 아이들이 농촌을 지키며 이겨가게 하는 꿈이 된다.

봉고차도 한대 있다. 교회 어려운 형편을 알고 14년 만에 어느 믿음의 봉사자가 구입해 준 봉고 차다. 농촌 선교 사역에 단단한 몫을 한다 하며 애지중지하신다. 철저한 관리 덕분에 차는 언제 보아도 새 차 같다. 목사님은 꿈 덩어리 아이들을 오가는 길에 태워주는 걸 즐겨 하며 아이들은 자가용처럼 편안하게 타고 다닌다. 아이들과 목사님은 친구처럼 웃으며 산다. 아이들을 향해 카메라 초점을 맞춘다. 쑥스러워 하면서도 싫어하지는 않는다. 어느 사이 아이들과 친구가 된다. 지갑 속에서 만 원짜리 한 장을 꺼내어 라면이래도 하나씩 사 먹으라고 아이들에게 전해준다. 아이들은 좋아한다. 단돈 만 원에 나도 행복해진다.

며칠 전 콩밭에서 콩을 베다 콩깍지에 눈이 찔렸다. 심하지 않아 하루 이틀 쉬면 괜찮을 것 같아 콩 베는 일을 멈추고 있는 중이다. 갈수록 심해져서 안과 병원에 가려고 한다. 새벽 기도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한참 있다 창 밖을 보니, 웬 봉고차가 콩밭에 주차되어 있다. 낚시꾼이 낚시하기 위해 세워둔 차이겠지 하고 깜박 잠이 들었다. 평상시보다 조금 늦게 아침을 먹고 안과병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선다. 콩밭을 보니, 목사님께서 콩밭에서 콩을 베고 계신다. 깜짝 놀라 뛰쳐가 "목사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목회하시는 분에게 일을 시키면 하나님께 혼납니다." 하고 만류했다. 이미 목사님은 맘으로 작정하고 오셨기 때문 만류가 통하지 않았다. "집사님 어서 빨리 병원이나 다녀오세요. 내가 어느 정도 베어 놓을 테니까."

까칠 까칠한 눈에서 자꾸만 눈물이 난다. 목사님 정에 마음이 찡해진 탓도 있다. 안과 병원에 도착한다. 작은 콩깍지 하나를 뽑아내는 듯 '따끔' 하더니 흐르던 눈물이 멈춘다. 바삐 병원에 다녀와 안대를 벗어버리고 목사님과 함께 콩을 베기 위해 나섰다. 우리의 모습을 보고 이웃 할머니께서도 "두 젊은이들을 보니 보기 좋구먼 나도 조금은 거들어야지" 하며 콩밭에 나오셨다. 아내도 낫을 들고 나선다. 처음 낫질을 하는 아내의 입가엔 즐거움이 넘친다. 콩밭은 축제 분위기다. 흥겨운 콧노래와 웃음보따리가 터진다. 천사들 손에 의해 콩 수확이 하나 둘 되어 간다.

콩 수확 후 며칠 된 저녁이다. 절친하게 지내고 있던 젊은 친구가 방문한다. 사람이 그리울 때 농촌 분 위에 젖어 가을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며 삶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친구다. 오늘도 이야기 도중 콩 베는 목사님 이야기를 하고, 교회와 신앙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젊은 친구는 시간을 내어 교회에 봉사하기를 원했다. 이야기 속에서 젊은 친구는 조카가 한 명 있는데 이미 목사님 봉고차를 이용하고 있었다. 조카는 엄마 아빠가 떠나고 삼촌과 함께 사는 초등학교 5학년 결손 아동이다. 젊은 친구는 콩 베는 목사님, 조카에게 라면을 끓여주는 목사님 정성에 감동이 되어 있었다.

콩 한 쪽이라도 나누어 먹고자 하는 마음이 싹튼다. 농촌 아이들에 대한 새로운 모습이 보인다. 이곳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생각밖에 결손 가정이 많다. 농촌의 열악한 환경에서 부모 없이 할머니나 할아버지 친척들에 의해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다. 부모 잃은 아이들은 라면 한 끼가 그토록 맛있어 하며 웃음을 잃지 않는다. 노는 모습에서 천부적인 예능에 대한 소질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결손이라는 가정을 일찍부터 경험하면서 꿈조차 꿀 수 없는 아이들이다. 목사님과 함께 결손 아이들의 예능의 끼를 키워주는 방법을 구상한다. '결손 가정 예능 돕기 사랑모임(결사 모),

주말 오후다. 목사님 부부와, 젊은 친구, 3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간단한 다과를 나눈다. '결사모'를 위한 '어올 한마당'을 열어 뜻이 있는 사람끼리 모여 어울려 보겠다는 목적이다. 서로는 마음을 정리한다. 아이들에게 결손이라는 이름 때문에 행복이 방해되지 않도록 작은 정성을 전하기로 한다. 식사와 장소를 무료로 제공하고 몇몇 사람이 노력봉사만 함께한다면, 아이들의 꿈이 시작되어 크게 이루어지리라 믿고 실천하자는 내용이다.

3가족(남자 3, 여자 2, 총 5명)은 '결사모'를 위한 '어울한마당' 실천을 위한 계획을 세운다. 회사 근무 시절 건설 영업을 했던 경험을 되살려 전단지를 만든다. 목사님과 함께 지역에 있는 교회와 관공서에 우편물로 발송한다. 이곳 농촌에 와서 첫 농산물인 배추를 수확하여 김장 김치를 담아 나눔 하였던 지인들에게까지 뜻을 전한다. 우편 발송을 완료한 후 목사님과 함께 전단지를 들고 각 교회 담임목사님과 기관장을 한 사람 한 사람 정성껏 만난다. 때로는 문전에서 거부를 당하기도 했지만, 지역 시장님께서 참석하신다는 의사에 힘을 얻는다. 젊은 청년은 결손 아이들과 힘을 합하여 행사장 천막 등 주변 청소를 하기로 한다. 아내와 사모님은 행사를 위한 주방 일을 하기로 한다. '결사모'는 5명이 힘을 합하여 이렇게 출발한다.

행사를 앞둔 3일 전이다. 젊은 청년을 주축으로 결손 아이들은 동네 어르신들도 함께 참여하도록 동네 입구에 현수막을 세운다. 행여 바람에 날려 찟겨질까 정성 들여 설치한다. 가까운 교차로에도 세운다.
목사님과 나는 천막을 설치하고, 지역 작가를 찾아가 그림과 도자기 임대하여 전시한다. 모닥불용 화목을 구해서 한 토막 한 토막 열심히 잘라 쌓는다. 행사장 실내 무대를 꾸민다. 음향 및 조명, 옥외 전기시설도 준비한다.

행사를 앞둔 2일 전이다. 어제 보다 더 바쁘다. 열심히 설치한 야외용 천막이 바람에 날려 문제가 발생되어 이리 뛰고 저리 뛴다. 적은 비용으로 싱싱하고 맛이 있는 식단을 꾸미기 위해 이곳 저곳 수소문해서 음식재료를 준비하다 보니 시장 보는 시간이 길어진다. 서울 친구로부터 보내온 '어울림 한마당' 축하 화환이 도착된다. 행사 분위기가 시작되는 기분이다. 바람에 날렸던 천막이 새롭게 설치 완성된다. 날씨가 추워질 것을 예상하여 벽 쪽에도 천막을 가린다. 맛 좋기로 소문난 유명 정육점에서 별도로 돼지고기를 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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