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봉의 낭만에 대하여_3회 길 위의 여자들

Описание к видео 최대봉의 낭만에 대하여_3회 길 위의 여자들

최대봉의 낭만에 대하여 -- # 3 길 위의 여자들

1
추석 잘 쇠셨습니까? 고향에서 그리운 얼굴들은 만나보셨습니까? 시짜가 붙은 것은 시금치도 안 먹는다는데 시댁에 가셔서 몸 고생 마음고생 하신 분들은 안 계십니까? 아무쪼록 풍성하면서도 적당히 쓸쓸한 가을 맞으시기 바랍니다. 최대봉의 낭만에 대하여 세 번째 이야기 ‘길 위의 여자들’ 지금 출발합니다.
2
인생을 길이라고도 하지요. 인생길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길을 떠나거나 그 길에서 돌아오는 것, 그 길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기도 하는 것, 그것이 우리 인생입니다. 로드 무비(road movie)라는 영화 장르가 있지요. 100년의 영화사(映畵史)에서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이태리 영화 'La Strada, 길'에서는 떠돌이 차력사 잠파노가 자신이 버렸던 여인 젤소미나를 찾아 길을 떠나고, 우리 영화 ‘서편제’에서는 잃어버렸거나 잊어버렸던 것을 찾아 길을 떠납니다. '델마와 루이스'에서는 지리멸렬하게 청춘을 흘려보내던 두 여자가 그들의 것이 아니라고 여기며 살았던 자유를 찾아 길을 떠납니다. 최대봉의 낭만에 대하여 세 번째 이야기는 델마와 루이스, 그녀들을 찾아 떠납니다.
3
자, 썬글라스가 그들의 쓸쓸한 청춘과 썩 잘 어울리는 두 여자를 소개합니다. 델마와 루이씁니다. 가부장적이고 고압적인 남편과 권태로운 결혼생활을 유지하던 델마와 식당의 웨이트리스로 무의미하게 청춘을 흘려보내던 루이스가 무미건조한 일상으로부터 탈출을 감행합니다. 클래식한 스포츠카 썬더버드를 타고. 도중에 들른 작은 마을 바에서 술을 마시고 한 건달과 춤을 추던 델마는 주차장에서 강간을 당할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제지하는 루이스에게 오히려 욕설을 퍼부으며 위협하는 그 남자를 루이스는 총으로 쏩니다. 자수하자고 말하는 델마에게 루이스가 하는 말은 우리에게 많은 걸 시사합니다. “니가 술을 마시고 그 건달 놈과 몸을 맞대고 춤추는 걸 본 사람이 백 명도 넘어. 아무도 우리 말을 믿어주지 않을 거야.” 술에 취해 남자와 춤을 춘 것은 모든 걸 허락한 것이라고 치부해버리는 남성중심적 오해를 날카롭게 꼬집은 것이지요. 그때는 삼십년 전이었으니까요. 그 사건을 시작으로 자유를 구가하던 그들의 여행은 도주의 여정이 되어버립니다. 검문을 하는 경찰관을 총으로 위협해 트렁크에 가두기도 하고 성희롱을 하는 트럭 운전사의 기름탱크가 적재된 트럭을 폭파시키기도 하고 강도가 되어 수퍼마켓까지 털면서 그녀들은 위태로운 도주를 이어갑니다.
4
소설이나 영화 같은 어떤 작품이 예술이냐 아니냐를 두고 오랜 논쟁과 수많은 담론들이 존재하지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그 작품이 예술이기 위해서는 메타포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말로는 은유라고 하지요. 은유란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암시나 상징으로 등치시키는 것이지요. 여기에서 우리가 첫 시간에 이야기했던, 낭만이라는 말을 처음 쓴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를 다시 한 번 불러와야겠습니다. 영문학자이기도 했던 그가 I Love You 라는 거의 만국공통어를 어떻게 번역할까 고민하다가 “오늘 달이 참 밝네요”라고 옮겼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사랑한다라는 현상을 곧이 곧대로 이야기 하지 않고 달이 밝다라는 암시나 상징을 사용하는 것, 그게 은유라고 할 수 있지요. 몇 해 전에 경상도 버전으로 하면 “내 아를 나도”라고 한다는 개그가 유행하기도 했지요. 전라도 버전으로 하면 어떻게 될까요? “아따, 거시기 하요잉” 징하게를 붙이면 더 강조하는 말이 되겠지요. :아따 징허게 거시기 하요일.“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가 “라면 먹고 갈래요?” 하는데 “잘 밤에 라면 먹으면 얼굴 붓는디요” 하면 곤란하겠죠? 자, 본론으로 돌아가서 영화의 대사나 장면에 은유가 숨어 있을 때 우리에게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나는 이 영화에서 세 개의 중요한 은유를 발견합니다. 그 첫 번째는 경찰의 추격을 피해 도주하는 과정에서 델마가 하는 말입니다. ”I don't ever remember feeling this awake." 이렇게 깨어 있는 기분 처음이야. 지금처럼 이렇게 깨어 있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지요. 이 말에는 그녀가 지나왔던 지리멸렬한 과거와 불안함으로 설레는 현재, 그리고 그녀가 마주하게 될 불확실한 미래가 그대로 담겨 있지요. 두 번째 은유가 숨어 있는 곳은 이 영화에 삽입된 한 곡의 노랩니다. 'The Ballad of Lucy Jordan' 루씨 조던의 발라드. 리들리 스콧 감독이 이 한 곡을 영화에 삽입한 것은 탁월했습니다. 자, 우리는 이 노래를 듣기 전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살았던 한 여가수를 만나봐야 합니다.
5
이 노래들 많이 들어보셨죠. 'As Tears Go By'와 'This Little Bird'. 이 노래들을 부른 마리안 페이스풀은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 왕가의 혈통을 받아 1946년 런던에서 태어납니다. 18세에 'As Tears Go By'로 데뷔한 그녀는 청순한 외모와 뛰어난 패션감각으로 만인의 우상이 되었습니다. 그 시절 영국 최고의 밴드 롤링스톤즈의 리드싱어 믹 재거의 연인으로 최고의 인생을 구가했지만 한 사건으로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1967년 경찰이 롤링스톤즈의 멤버였던 키스 리차드의 별장을 급습했을 때 술과 마약의 절은 여덟 명의 남자들 가운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마리안 페이스풀이 있었습니다. 남자들은 다음날 아침에도 느긋하게 모닝커피를 마시고 일상을 이어갔지만 그녀는 천사의 얼굴을 한 창녀라는 이름으로 세상의 지탄을 한 몸에 받고 알콜과 마약에 절은 노숙자로까지 전락하게 됩니다. 자 이제 그녀의 비극은 뒤로 하고 그녀의 노래 'The Ballad of Lucy Jordan' 들어보시겠습니다. 델마와 루이스는 경찰의 추격을 받으며 멕시코 국경을 향해 달려갑니다. 노래는 먼지를 일으키며 사막을 달리는 자동차의 진동처럼 시작됩니다. 자, 이 가사에 주목해주십시오. At the age of thirty seven, she realized she'd never ride through Paris in a sports car with the warm wind in her hair. 서른일곱에 그녀는 깨달았지. 따뜻한 바람에 머리를 휘날리며 스포츠카를 타고 파리를 드라이브 하는 일은 그녀의 인생에 없을 거라는 걸. 꿈에는 이룬 꿈과 못다 이룬 꿈만 있는 게 아닙니다. 그 꿈으로부터 멀어져 더욱 그립고 쓸쓸한 꿈도 있는 것입니다.
6
세 번째 은유는 마지막 장면에 있습니다. 수많은 경찰차들과 헬기의 추격을 받아 막다른 길에 몰린 델마는 말합니다. Don't let us be caught 우리 잡히지 말자. 루이스가 말하지요. What are you talking about 뭐라는 거야. Let's keep going. Go 계속 가자구, 가. 델마가 외칩니다. 그들의 차는 낭떠러지를 향해 달려갑니다. 바로 이 장면. 그녀들이 탄 차는 낭떠러지 위로 비상합니다. 라스트 씬은 저기에서 정지합니다. 그녀들의 차는 추락하지 않습니다.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었던 뉴튼의 만유인력도 그녀들의 자유를 향한 의지를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 잡히지 말자. 델마의 절규가 들리는 듯합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자들의 역설적 자유. 델마와 루이스였습니다.
7
인생은 길입니다. 길 저쪽에 있는 무언가를 찾아서 떠납니다. 길 저쪽에 닿았을 때 우리가 찾고 있던 것을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그 길을 가야만 합니다. 그게 우리 인생이니까요. 최대봉의 낭만에 대하여 다음 이야기는 '미인도(美人圖)'로 이어집니다. 구독을 꾹 누르시고 옆에 있는 종도 누르십시오. 종소리와 함께 다시 오겠습니다. 최대봉의 낭만에 대하여였습니다.

Комментарии

Информация по комментариям в разработк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