Скачать или смотреть [글로벌K] 미국 '출근하라' 법 등장…재택근무 시대 끝? [지구촌 돋보기] / KBS 2023.02.27.

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나가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노동자 입장에선 이전으로 돌아가기가 못내 아쉬운 것들도 있죠. 그중 하나가 재택근무가 아닐까 싶은데요. 미국에서는 재택근무를 끝내는 문제를 두고 사회적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미국에서 '출근하라'라는 법안까지 등장했다고요?

[기자]

미 하원이 이달 초 '쇼 업(SHOW UP)'이라고 불리는 법안을 가결했습니다.

우리 말로 하면 '출근하라' 정도가 될 텐데요.

이 법안은 공무원들의 재택근무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미 정부 기관들이 2019년 방역을 위해 원격 근무를 도입했는데 이를 그 이전 수준으로 돌리고, 원격 근무를 다시 늘리려면 보고서를 내고 상부 승인도 받도록 했습니다.

공무원의 생산성을 높이고 도심 경제도 더 활성화한다는 취지입니다.

다만 이 법이 시행되려면 상원까지 통과해야 하는데,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가 커서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입니다.

[앵커]

출근하라는 법까지 만들어지긴 어렵다고 하더라도, 미국에서 공무원들이 재택 근무를 끝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고 있는 모양이군요.

[기자]

공무원들이 출근을 안 하니 관공서와 그 주변이 텅 비고, 경제적 타격이 크기 때문인데요.

워싱턴DC의 경우 코로나19 대유행 3년 동안 2천 개가 넘는 사업체가 문을 닫았는데, 공무원들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고객층이 사라진 탓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2021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미 공무원 절반 가까이가 재택근무를 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렇게 사무실로 돌아오라는 압박은 미국 내 일반 기업에서도 커지고 있는데요.

디즈니는 다음 달부터 주 4일은 사무실로 나오라고 했고, 아마존은 5월부터 주 3일 이상 출근을 결정했습니다.

스타벅스와 트위터, 애플도 다시 회사로 나오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한 상황입니다.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과 불안한 경기 전망 탓에 기업 실적이 점점 나빠지자,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재택근무에 이미 익숙해져 버린 상황이라 도로 회사에 나오라는 소리가 달갑지는 않을 것 같아요.

[기자]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근로자 : "출퇴근은 힘들어요. 집에서 일하는 것에 익숙해졌어요. 많은 사람과 함께 일하면 세균 감염 같은 것도 걱정되고요."]

[미국 근로자 : "화가 나요. 회사로 복귀해야 한다니 실망스러워요. 이 상황을 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어요."]

디즈니 본사와 계열사 직원 2천여 명은 사무실 복귀 지침을 다시 생각해 달라는 청원을 냈습니다.

아마존 직원들은 "회사 복귀 정책이 다양성과 포용성, 지속 가능성을 표방하는 아마존의 가치에 반한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미국 공무원들은 재택근무가 훨씬 친환경적이라는 이유까지 들고 있는데요.

차를 끌고 사무실로 나가는 만큼 공해가 심해진다는 겁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재택근무가 더 좋다는 주장도 종종 나오는데요.

최근 전미경제연구소 조사를 보면, 미국인들은 재택근무로 하루 평균 55분을 절약하는데, 이 중 40% 정도는 다시 일하는 데 쓰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앵커]

재택근무가 좋다 나쁘다를 두고는 항상 의견이 분분한 것 같아요.

사실 직종별, 회사 상황별로 다르지 않을까요?

[기자]

집 또는 회사 양자택일로 근무 장소를 나누고 선택을 강요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보다는 둘을 적절히 섞는 이른바 '하이브리드 근무'가 절충안으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미 갤럽 조사를 보면 코로나 이전에는 미국 근로자의 32%가 '하이브리드 근무'를 했는데, 지난해에는 42%로 늘었습니다.

주목할만한 건 선호도인데요.

아예 회사를 나오지 않는 '원격 근무'보다 '하이브리드 근무'를 선호하는 직원이 두 배 정도 많았던 겁니다.

직원들 입장에선 집이냐 회사냐 보다 얼마나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거겠죠.

[앵커]

치솟는 물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유연한 근무 방식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요?

[기자]

직원들이 회사에 안 나오면, 회사는 그만큼 관련 비용을 아낄 수 있죠.

특히 임금 인상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 시카고대 베커프리드먼연구소는 재택 근무를 할 경우 미국의 임금 상승률이 2년 동안 2%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최근 미국은 고용난이 심각해서 임금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죠.

임금이 오르면 겨우 잡히고 있는 물가도 덩달아 다시 오를 거란 우려가 큰데요.

직원들이 임금 인상 대신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게 하면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거라는 분석입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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