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앞에 온 초고령사회…잘 늙어가는 법이란? [뉴스브릿지] / EBS뉴스 2023. 07.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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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서현아 앵커
세상을 연결하는 뉴스, 뉴스브릿지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노인 인구는 전체 인구 가운데 17.5%를 기록했습니다.

내후년이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우리 사회는 어떤 고민과 준비가 필요할지 짚어보겠습니다.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의 김영옥 대표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김영옥 상임대표 /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안녕하세요.

서현아 앵커
[늙어감을 사랑하게 된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책을 내셨습니다.

어떤 내용입니까?

김영옥 상임대표 /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나이 든 사람들과 함께 활동한 그 경험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그리고 또한 장애인이나 퀴어 같이 다른 방식으로 나열되는 사람들도 소개했고요.

무엇보다도 '세대 갈등'이라는 매우 흉흉한 소문에 맞서서 다양한 세대 동행의 현실을 부각하고 싶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네 최근 노인 인구가 아주 빠르게 늘면서 초고령화사회가 임박했다는 예측이 나옵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노인'이 갖는 사회적 위치 어디에 와 있다고 보십니까?

김영옥 상임대표 /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다른 연령대 구성원과의 사회적 지위를 둔 관계에서 노년들은 역시 갈등도 하고 뭔가 경합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노년들의 사회적 지위가 낮아지고 있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우선 '초고령화 저출산'이라는 슬로건 자체가 오래 살게 된 걸 사회 경제적 문제로 설정하는데 이때 정책적 혹은 정치적 결정이나 소위 오피니언 리더들의 발언이 얼마나 정의로운지 그리고 얼마나 상황 판단을 복합적으로 잘 하고 있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서 베이비부머들은 그렇게 순순히 수동적으로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혹은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우리는 기대를 걸 수 있다.' 이런 발언도 있는데 이때 과연 베이비부머들 사이에 있는 다양한 차이들 즉 자원이라든가 젠더라든가 건강이라든가 지역 등등을 얼마나 고려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고요.

그리고 현재 70대, 80대, 90대에 살고 계신 노인분들의 삶은 또 베이비부머들의 삶과는 매우 다르고요.

그래서 노년들 사이에 있는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해야 되는데 우리가 가장 가져야 할 태도는 이분들의 삶을 좀 더 취약한 상태에 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해서 그러니까 주변에서부터 살피는 바로 그런 태도입니다.

서현아 앵커
노인 세대 간의 어떤 차이와 다양성이 존중받고 있지 못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노인 문제 중에 가장 심각한 문제, 뭐라고 보십니까?

김영옥 상임대표 /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돌봄의 불평등과 부정의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실 나이가 드는 과정은 돌봄의 의존도가 높아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자원에 따른 차이는 있겠죠.

그러나 기본적인 일상의 유지에서부터 포괄적인 삶의 질 전반에 이르기까지 어떤 돌봄을 받느냐 이것이 핵심이 되는 그런 시기는 누구에게나 필연적으로 오죠.

이런 의존 상태에 이르게 되면 누구든 좋은 돌봄을 받기를 원할 겁니다.

그런데 좋은 돌봄은 막연히 상상하고 원한다고 해서 저절로 주어지지는 않잖아요.

자원이 많은 사람이라면 고가의 실버타운에 입주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런 고가의 실버타운에서 제공받을 수 있다고 하는 그 좋은 돌봄, 누가 하는 것입니까? 그 뒤에서 저임금, 고강도에 시달리면서 노동하는 노동자들이 있잖아요.

그리고 이들은 또 대부분 여성이에요.

이렇게 본다면 좋은 돌봄이라고 하는 것은 여러 요소들이 얽혀 있는 매우 복잡한 문제입니다.

이것을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시민사회가 돌봄을 근간으로 해서 전격적인 체제 전환을 이뤄내야 되는 거죠.

이 말은 첫째, 돌봄을 시민이라면 누구나 진지하게 배우고 실천하는 지식과 역량이 되게 하고, 둘째, 돌봄 노동자나 돌봄 제공자를 제대로 대우하고, 마지막으로 공공보건의료나 돌봄 서비스 등을 보편적인 복지 시스템으로 갖춰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래야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늙어감을 두려움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가능성으로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서현아 앵커
네 돌봄의 영역을 바로 세워야 한다 최근에는 세대 갈등을 넘어서서 노인 혐오라는 말까지 등장을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세대가 서로 잘 이해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김영옥 상임대표 /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우선 저는 이 노인 혐오라는 용어 자체를 매우 조심스럽게 사용하자고 제안 드려요.

이 용어가 왜 생겼는지, 그리고 어디서 유통되고 있는지, 과연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 아니면 오히려 현실에서 혐오를 만드는 효과를 내는 건 아닌지 이걸 좀 잘 살펴봐야 되고요.

그리고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의 접촉면이 늘어나는 게 우선 제일 중요하겠죠.

젊은 세대가 노년을 만나는 곳은 거의 유일하게 지하철이나 버스입니다.

이때 받은 매우 표피적인 인상으로 노년에 대한 집단적인 견해를 갖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죠.

그래서 노년이 현재 보여주고 있는 이 모습이 노년이 살아온 인생 여정 전체의 맥락에서 이해될 때, 통합적으로 이해될 때, 그때 세대 간 이해는 원활하지 않을까 보고요.

그런 의미에서 노년과 느슨하게라도 관계를 맺고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이 다양하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은 사실 노년 세대와 젊은 세대뿐 아니라 관계 자체가 SNS에 토대를 두고 있잖아요.

이럴 때는 서로 얼굴을 보고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게 모든 사람에게 매우 어려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연령차가 많이 난다면 더 어렵겠죠, 그래서 더 세심하게 만남의 장이 마련돼야 하는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사실은 누구나 나이를 먹고 늙어가게 됩니다.

하지만 이걸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요.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김영옥 상임대표 /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늙음에 부착된 부정적인 평가와 감정을 가장 먼저 지적하고 싶어요.

노년 하면 먼저 떠오르는 게 뭐 빈곤, 추레함, 기능의 쇠퇴 혹은 사회 활동이나 발언권의 약화 등등이잖아요.

늙음과 늙은 사람을 매우 부정적으로 재현하고 하는 거죠.

일종의 문화적인 편견인데, 이것은 한 사회가 다양성을 얼마나 존중하고 또 실제로 구현하는가 이것과도 관련되어 있겠죠.

그래서 다양성의 원칙이 말로서뿐만 아니라 삶터와 일터의 모든 영역에서 중요한 삶의 지침으로 정착되는 사회라면 다양한 연령대가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며 사는 게 더 잘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더 다양한 노년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리고 여러 세대가 나이와 무관하게 혹은 나이의 차이 때문에 오히려 더 창의적으로 서로 협력하면서 우정을 키우는 그런 문화 콘텐츠가 더 많이 생산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서현아 앵커
사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굉장히 늘어나면서 '노년'으로 살아가는 시간도 과거에 비해서 좀 길어졌는데요.

잘 늙어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김영옥 상임대표 /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잘 늙어간다고 하는 것은 잘 살기입니다.

이것은 잘 죽기가 잘 살기인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죠.

그래서 삶이라는 전 과정의 매 순간이 늙어감의 과정이고 그리고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평소에 깨우칠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매 순간 나는 지금 여기서 이런 삶을 이렇게 살고 있구나라고 하는 감각을 생생하게 잘 알아차리고 그 의미도 나름 짚어가면서 산다고 하는 것 이게 중요한데 이것은 우리가 날마다 수련해 나가야 할 역량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역량이 잘 쌓이면 몇 살까지 살아도 혹은 언제 죽어도 억울함이나 후회는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늙음'이라는 용어가 아니라 '늙어감'이라는 용어를 쓰자고 저는 제안을 드리는 겁니다.

생은 어느 순간이든 과정으로 구성되는 것이니까요.

서현아 앵커
지금 이 순간에도 모두가 늙어갑니다.

늙어감을 사랑한다는 건 아마 삶을 사랑한다는 의미와 똑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김영옥 상임대표 /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