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스페이스공감] 김청만&박재천 - 자진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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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회 - 김청만&박재천 / 전기흐른
장단 VS 비트
EBS 스페이스 공감,EBS Space

2015-05-21

장단의 고수 김청만과 비트의 마에스트로 박재천이 빚어내는 엄청난 케미 / 사운드와 리듬에 집중한 전자음악 이전에, 메시지와 선율의 힘을 지닌 노래를 완성하는 전기흐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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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 VS 비트
김청만&박재천


드럼 그리고 장구. 무대 위에는 동서양의 대표 리듬 악기인 드럼과 장구 딱 둘 뿐이다. 이는 상상해본 적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음악일 테지만, 어떤 음악을 상상해도 그 이상일 것이다. 이 두 악기, 아니 장단의 고수 김청만과 비트의 마에스트로 박재천이 빚어내는 엄청난 케미(화학작용)는.

명고 김청만

여기, 마치 삶의 천형인 듯 평생 북을 치며 소리판을 주름잡아 온 당대 최고의 명고수가 있다. 1946년에 태어나 누구는 무대 뒷전 인생이라 폄하해도 그는 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명창 안숙선과 이매방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가 되었고, 명창을 키워낸 최고 실력의 고수로 무형문화재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열세 살에 설장고를 치기 시작해 ‘천재 소년 설장고’라는 별칭을 얻고, 1981년 국립국악원 고수 시험에서 김청만이 뜬다는 소문에 다른 지원자들이 줄줄이 지원을 포기하고 돌아갈 만큼 북 치는 솜씨는 수십 년 동안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무대 뒷전 인생? 이만하면 그 누구의 무대 인생보다 화려하지 않은가!


타악 연주자 박재천

그리고 대중음악부터 클래식, 국악, 재즈를 섭렵하며 종횡무진 해온 괴짜 천재 음악가가 있다. 1961년에 태어나 이른바 ‘나이트’와 ‘오브리’ 무대에서 드럼을 치다 결국 발군의 실력을 감추지 못해 스스로 튕겨져 나온 괴짜 연주자. 정통 클래식 교육을 받았지만 세상에 길들여지지 않는 태생적 야생성에 남에게 지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하는 승부욕까지 얹어져 그는 작곡에서부터 판소리, 타악, 재즈를 두루 거치며 ‘코리안 그립’이라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타악 주법을 만들어냈다. 코리안 그립은 ‘서양악기의 한국주법’으로 한국의 전통음악이 세계를 주름잡는 날을 간절히 염원하며 탄생시킨 그의 자존심이자 고행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장구와 드럼, 그 파열과 융합

그렇게 고집스럽게 자신만의 오롯한 길을 개척해 온 명고수와 괴짜 천재 타악 연주자가 세대와 장르를 단숨에 횡단해 제로베이스에서 도란도란 자신들의 타악 주법을 뒤섞고 고집하며 결국 하나에 다다른다. 장구와 드럼의 자유 즉흥 연주로 이루어진 이들의 앨범 [Records & Recordings]는 파열이자 또한 융합의 이야기이다. 김청만 선생의 장단이 포인트를 효율적으로 짚어낸 수묵화의 인상을 풍긴다면, 박재천의 비트와 사운드는 여러 채색과 질감을 연출한 유화의 그것에 비견할 수 있다. 과학적으로는 절대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이 좌우에서 자유롭게 노닐다가, 어느덧 시선 한복판에 모여 앉아 물도 기름도 아닌 그 무엇으로 탈바꿈해 서로를 얼싸안고 묘한 파장을 그리며 번져나간다.

복잡한 상념과 계산으로 가득한 이 시대에 이들이 들려주는 파열과 융합은 “탁! 탁!” 상념을 물리치는 죽비소리 같기도 하고, “타닥! 타닥!” 사랑방에 따스하게 피어오르는 군불 지피는 소리 같기도 하다. 그 시끌벅적 온기 가득한 사랑방에 여러분을 초대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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