Скачать или смотреть [내외경제TV] 동농 이해조, 근대소설의 선구자이자 교육가

포천, 한국 근대문학의 뿌리를 재조명하는 '이해조문학전집' 발간
동농 이해조의 문학적 유산, 37편 작품으로 집대성

2024년 11월, 동농이해조기념사업회에서 『이해조문학전집』(총 12권)이 발간되었다. 이 전집은 문학박사 이병찬 대진대 명예교수가 10년 이상 심혈을 기울여 엮은 결과물로, 동농 이해조(1869–1927)의 문학적 유산을 총망라하고 있다.

이해조는 애국계몽기 소설가이자 교육자로, 포천 신북면 신평리 출신이다. 그의 처녀작인 한문소설 『잠상태』(1906)에서 마지막 작품인 『강명화전』(1927)에 이르는 37편의 작품이 이번 전집에 수록되었다. 이 전집은 1986년 최원식 박사의 박사학위 논문 「이해조 문학 연구」에서 이해조의 문학을 본격적으로 조명한 이후, 동농이해조기념사업회의 꾸준한 연구와 노력으로 이루어진 결과다. 2006년 설립된 기념사업회는 이해조 문학의 계승과 보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으며, 이번 전집 발간은 그 결실이라 할 수 있다.

1906년 『잠상태』를 발표하며 소설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해조는 『제국신문』을 중심으로 『고목화』, 『빈상설』, 『원앙도』 등 다수의 소설을 연재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특히 그의 작품은 여성 독자층을 주요 대상으로 하였으며, 이는 『제국신문』의 독자 성향과도 맞닿아 있다. 이해조는 여성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시대적 억압 속에서 고난을 극복해가는 여성 인물을 통해 근대적 가치와 여성해방의 필요성을 설파하였다. 대표작 『자유종』(1910)은 여성 등장인물이 주도하는 토론체 소설로, 애국계몽사상을 대중적으로 풀어낸 점에서 주목받는다.

1910년 이해조는 『매일신보』 기자로 입사해 약 2년 반 동안 『화세계』, 『옥중화』, 『강상련』 등 15편의 소설을 연재하였다. 그는 판소리 사설을 개작하여 『춘향전』, 『심청전』 등을 현대적 매체인 신문 지면에 옮김으로써 전통문학을 보전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활동은 나라를 빼앗긴 식민지 백성의 고난과 희망을 작품 속에 담아내는 한편, 민족문화를 지키려는 이해조의 열정을 보여준다.

1927년, 이해조는 그의 마지막 작품 『강명화전』을 발표했다. 이 작품은 신분의 한계를 넘어 사랑을 추구한 기생 강명화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여성의 신분 해방을 일관되게 다뤘다. 이해조는 병마와 싸우다 5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으나, 그의 문학은 이후 세대의 문학적 실천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번 전집 발간은 이해조 문학의 사상적, 문학적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집은 초간본을 기준으로 당시 어휘를 최대한 보존해 100여 년 전의 언어와 삶의 모습을 생생히 담아냈다. 이해조의 작품은 단순히 시대적 기록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내면과 보편적 삶을 탐구한 점에서 오늘날에도 큰 울림을 준다. 그의 문학 속 인물들은 당시 민중의 희망과 고난을 대변하며, 독자들에게 우리 문학의 뿌리와 그 가치를 상기시킨다.

이병찬 명예교수는 “이번 전집 발간은 이해조 문학의 전모를 드러내는 작업으로, 그의 작품을 통해 한국 근대문학의 기원을 다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해조의 문학은 우리의 모국어와 문학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중요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해조문학전집』의 발간은 이해조 문학을 재조명하고, 후대에 그의 문학적 유산을 계승하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 이 시대의 거울, 이해조 문학전집의 발간 의미

지난달 발간된 『이해조문학전집』은 조선 후기에서 일제강점기 초기에 걸쳐 활동했던 선각자 이해조(1869–1927)의 문학적 유산을 재조명하는 중요한 작업으로 평가된다. 문학계는 물론 한국 근현대사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그의 작품을 한데 모은 이번 전집의 출간은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이해조는 19세기 말이라는 전환기의 중심에서 신문학 운동을 이끌며, 한국 근대소설의 초석을 다진 인물이다. 그는 시대를 앞선 실험정신과 통찰력을 통해 ‘신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그러나 그의 생애와 업적은 긴 세월 동안 주목받지 못했고, 일부 작품만이 단편적으로 소개되어 온 것이 현실이었다. 이번 전집은 이해조의 문학적 가치를 재조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그가 남긴 20여 편의 신소설과 다수의 시, 산문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번 전집의 출간을 주도한 한국문학연구소는 “이해조는 단순한 문학가가 아니라, 시대의 거울이자 목소리였다”며 “그의 작품 속에는 시대의 혼란과 민중의 고뇌, 그리고 새 시대에 대한 희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의 대표작인 『자유종』과 『혈의 누』는 신소설 장르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서구적 사상과 조선의 전통적 감각을 조화롭게 융합한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혈의 누』는 봉건적 가족 제도와 사회 모순을 비판하며, 계몽사상을 전파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작품이다. 당시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이 작품은 이후 많은 신소설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이해조의 문학이 단순히 혁신적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그의 작품 세계에는 전통과 근대화, 개인과 공동체, 그리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 군상이 생생히 담겨 있다. 이러한 점에서 그의 문학은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준다.

이해조문학전집의 발간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를 계기로 그의 문학이 현재의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히고 해석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과거의 문학은 단순히 과거를 위한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위한 거울이어야 한다.

문학평론가 김진우는 이번 전집의 발간을 두고 “한국 근대문학의 형성과 발전 과정을 이해하는 데 있어 이해조는 반드시 거론되어야 할 이름이다. 그의 문학은 시대를 앞서갔으며,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고 평했다.

이해조는 문학뿐 아니라 출판, 언론,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근대적 사고와 계몽사상을 대중들에게 전파하는 데 앞장섰다. 그의 삶과 업적은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한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연구와 평가가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전집의 발간이 이해조를 중심으로 한 한국 근대문학 연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를 기대한다.

이해조의 문학은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그의 작품이 다시금 빛을 발하며, 현대 독자들에게 새로운 통찰과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이해조문학전집』의 출간이 단순히 학문적 가치를 넘어, 그의 작품이 우리 시대에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