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정인 작가 “문학의 목적은 ‘사람의 모습’ 드러내는 것”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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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인/소설가

Q. 요즘도 집필 활동을 하시는지.

지금은 인터넷으로 메일로 받으니까 마감 시간 직전에도 보낼 수가 있어요. 그런데 그때는 우체국에 가야 되거든요. 그러면 우체국에 막 쫓아가요. 마감 시간에. 그렇게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쓰지 좀 넉넉했으면 얼마나 좋아요. 그렇게 안 돼요. 요즘에는 쓰라는 데가 없으니까 편해요. 안 쓰니까 편해요. 야 이렇게 편한 건데 내가 뭘 잘났다고...머리가 퇴화를 한 것 같아요. 퇴화를. 대개 좋은 작품은 40대, 50대, 60대. 70대 넘으면 없어요 이제.

Q. 왜 제목을 '강'이라고 했나

군하리가 김포에 있는 지명이에요. 군하리에 결혼식에 가는 이야기입니다. 세 사람이. 해놓고 보니까 제목이 좋데요. 강이 많은 것을 암시하는 것 같아요. 흘러가니까.

Q. 작품에 실제 경험이 녹아 있는지

내가 실제로 군하리를 간 적이 있어요. 옛날에 서울 돈암동에 있는 학교에 근무하면서, 학부형이 군하리에 초등학교 교장이에요. 그래서 그 학생이 자기 집에 한번 놀러 가자고. 거기가 비무장지대에요. 실제로 갔습니다 그 때. 가서 보고 야 이 배경이 참 좋은데...

Q. 서정인 소설은 어렵다는 반응도 있는데...

그런 분한테는 뭐라고 대답하고 싶은고 하니. 소설은 예술이지, 오락이 아닙니다. 그럼 예술이란 뭔가. 힘들어요. 거창하게 말하자면 불가능한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이 예술가입니다. 제 생각에 문학, 소설이란 무엇인가.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겁니다 모습을. 사실을 보여주는 건데, 사물의 모습을 보여 주는 건데 이게 엄청 어려워요. 시지프스 신화처럼. 밀고 올라갔다 또 떨어지고. 불가능해요 그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 불가능하단 이야기에요.

신수정/문학평론가

선생님 생각하시기에 소설은 궁극적으로는 언어, 언어를 벼르고 별러서 아주 날카롭게 만들어서 한순간 핵심을 찌르는 그 현장을 잡아내는데 소설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소설이란 것이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긴 하지만 드러내는 순간에 현실과 조금 더 다르면서 더 본질에 입각한 핵심을 포착해야 할 텐데 그 핵심을 선생님의 언어가 보여줄 수 있다, 그런 이야기를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Q. 소설가는 어떤 존재인가

누가 그랬어요. 나는 경험하지 않은 것은 한 줄도 안썼다. 전부 경험한 것을 썼단 얘기에요. 그러나 경험한 대로는 한 줄도 안썼다. 007이 살인면허를 갖고 있다는데 소설가는 거짓말 면허를 갖고 있어요. 경험한 그대로는 안 쓰려고 하죠. 쓰려고 하는 사람도 있습디다. 작가를 드러내는 사람도 있어요 소설 보면. 나는 어느 쪽이냐면 감추려고 해요. 내 모습을. 감추고, 그러나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을 쓸 수는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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