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꽃이 아니면 어떠랴. 묵묵히 그 자리에서 기다리며 희망의 꽃씨를 품은 부부의 정원 | 자연의 철학자들 52부 꽃이 아닌, 홑씨라도 좋다 (KBS 20230414 방송)

Описание к видео 지금 꽃이 아니면 어떠랴. 묵묵히 그 자리에서 기다리며 희망의 꽃씨를 품은 부부의 정원 | 자연의 철학자들 52부 꽃이 아닌, 홑씨라도 좋다 (KBS 20230414 방송)

내츄럴 휴먼 다큐 자연의 철학자들 - 52회 '꽃이 아닌, 홑씨라도 좋다' 2023년 4월 14일 방송

■ 청도로 날아온 홑씨
봄이 오면 복사꽃이 사람의 발길을 잡는다는 청도. 신숙희(60)씬 잠시 내려온 이곳에서 어느 순간 한 아름 다가오는 복사꽃들을 지나치지 못하고 남편을 설득했다.
그때 두 아들이 초등학생, 젊은 부부가 살기엔 걱정도 많았지만 꽃이 피는 이 마을이 더없이 좋아 부부는 귀촌을 결정했다. 하루에 2시간만 자며 일한 고된 표구사 일로 하루아침에 안면마비가 온 신숙희씨(60). 그녀에게 꽃과 정원은 큰 위로가 됐다. 20여년 간 이 정원에서 뛰놀던 아들들은 독립했고, 그녀는 여전히 해마다 씨를 뿌리고 봄을 기다린다

■ 봄, 너를 만나 고맙다
아침이 되면 숙희 씨는 차 한 잔을 들고 맨발로 정원에 나온다. 그녀는 매일 나와 흙의 상태를 느끼며 식물과 눈을 맞추고 안부를 묻는다. 문을 여는 순간 마음속의 응어리가 녹는다는 그녀는 화를 내거나 고함 한 번 지른 적이 없단다. 계절이 바뀌고 계절마다 흙의 질감도 다르다. 하지만 그 계절과 흙에 자신의 모든 것을 맞추면 불평불만도 사라진단다. 숙희 씨는 정원을 거닐며 꽃에도 삶을 배운다. 꽃피는 시기가 짧아도, 색과 모양이 제각각이어도 어느 것 하나 예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니 ‘사람도 마찬가지리라, 모든 꽃이 귀하고 예쁜 것처럼’
봄을 헹가래 치는 숙희 씨의 정원은 그래서 더 고맙고 아름답다.

■ 연잎이 없었다면 꽃과 이슬이 있었을까요?
남편 형범 씨는 한국미술대전 초대작가로 활동을 시작한 전도유망한 화가였다. 화가의 아내,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도시에서 표구사를 개업한 부부는 하루에 두 시간씩 자고 일할 만큼 고단한 일상을 이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숙희 씨가 갑작스레 안면 마비가 오고, 간도 급격히 나빠졌다. 그 시절 집으로 돌아오면 깜깜한 밤인데도, 주인이 없던 한낮의 마당을 다녀간 햇살의 기운을 느끼며 위로를 받았다는 숙희씨. 그녀에게 자연은 스스로 삶을 바꿔 나갈 용기를 주는 공간이었다. 만학도로 공예가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고, 산골에서 다시 고생하겠다는 딸을 만류했던 아버진, 공예가로서 첫걸음을 떼는 딸을 위해 집 한쪽에 공방을 손수 지어주셨다. 5남매 중 유일하게 시골에 남아 농사를 돕던 딸, 도시로 공부하러 나간 형제들의 뒷바라지도 마다하지 않았던 숙희 씨의 삶은 학창 시절, 그녀가 희망한 대로 꽃과 이슬을 받쳐주는 연잎과 닮았다. 그래서일까? 흙과 꽃으로 작업하는 숙희 씨의 작품은 소박한 그녀의 마음이 담겼다.
화가 남편, 형범 씨의 삶도 달라졌다. 유려한 필력과 먹의 운용으로 주로 형상이 없는 추상화 작업을 하던 한국 화가였지만 지금은 계곡과 소나무, 욕심을 버리고 여백의 미를 한껏 살리며 자연과 가까운 그림을 그려 나간다. 도시에 있을 땐 더 유명해지고 돈도 남보다 더 벌고 싶었지만, 그 또한 욕심이란 걸 이곳, 청도에서 배웠다.
그의 그림 속 꽃들은 다른 꽃과 비교하지 않고도 나름의 꽃을 피우고 스스로 아름답다는 것을 말이다.

■ 나눠 주고 베풀고 꽃 피는 홑씨처럼.
부부의 정원에는 이사 온 즈음부터 30여 년째, 동고동락 중인 소나무가 있다. 대책 없이 솔방울을 잔뜩 달기에 자손을 남기고 떠나기 위한 것이라는 주변의 걱정이 많았단다. 그러나 소나무는 심신이 지쳐 이곳에 들어와 이웃과 소통하며 나누고 베풀고 사는 숙희 씨처럼 해마다 솔방울을 많이 달되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숙희씬, 혼자 누리는 기쁨은 기쁨이 아니란다. 그래서 꽃도 나무도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 얼마든지, 나누고 베푼다. 정원을 찾는 새들에게도 춘궁기를 잘 넘기길 바라는 마음에 모이통을 달아주는 부부. 딱히 보상을 바라지 않는 그 마음을 알아서일까? 지난 30여 년간 이웃으로 지내는 93세, 할머니가 흙손으로 캔 봄 냉이를 마음껏 나눠주는 두 사람의 풍경은 정원의 그 어떤 꽃보다 아름답다.
지금 꽃이 아니면 어떠랴. 묵묵히 그 자리에서 기다리며 희망의 꽃씨를 품은 부부는 홑씨라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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