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종교 반발에 ‘12사도’ 사라진 신안군 순례길 [GOODTV NEWS 20240201]

[앵커]

전남 신안군에 위치한 기점·소악도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빗대 ‘섬티아고’로 불리며 관광명소로 자리잡았습니다. 섬을 잇는 순례길엔 예수의 12제자들의 이름을 딴 예배 공간이 자리해 기독교인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는데요. 하지만 타 종교의 반발로 지난해 이곳에서 12제자들의 이름이 모두 사라진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 권현석 기자의 보돕니다.

[기자]

전라남도 신안군의 기점·소악도입니다.

2017년 전남도가 진행하는 ‘가고 싶은 섬’ 조성 사업에 선정돼, 2년여의 공사를 마치고 성경 속 12사도들의 이름을 딴 순례길이 조성됐습니다.

총 12개 예배당을 잇는 이곳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연상케 해 이른바 ‘섬티아고’로 불리며 한 해 약 5만명의 관광객이 몰리는 명소가 됐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4월 ‘베드로의 집’과 ‘요한의 집’ 등 사도들의 이름을 딴 각 예배당의 표지판들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순례길 조성사업이 알려지자 불교계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사업이 특정 종교에 특혜를 줬다”며 문화체육관광부에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입니다.

군은 1000개 이상의 섬으로 이루어진 신안군이 기존에 활용하던 ‘천사섬’ 이미지에서 컨셉을 도출한 것뿐, 특정 종교를 홍보할 생각이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문체부는 결국 명칭 변경을 권고했습니다.

[ 신안군청 관계자 : 기점·소악도가 대대적으로 많이 알려지고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다 보니까 저희가 또 컨셉 자체가 ‘순례자의 섬’, ‘순례길’ 이런 식으로 돼 있잖아요. 불교계 쪽에서 저희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있는 종교차별위원회에 신고를 했어요. 거기서 이제 종교 차별로 판명이 나서… ]

결국 베드로의 집은 ‘건강의 집’으로, 요한의 집은 ‘생명평화의 집’으로 바뀌는 등 각 예배당은 사도들과 관련 없는 명칭으로 변경됐습니다. 순례길이라는 관광명소의 홍보이미지 자체가 사라지게 된 겁니다.

“지자체가 기독교 이미지를 차용해 관광객의 이목을 끌어 놓고 반대 의견이 나오자 한순간 기독교의 흔적을 없앴다”며 이는 기독교에 대한 모욕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 김병희 교수 / ‘12사도와 떠나는 섬티아고 순례길’ 저자 : 뭐 ‘생명평화의 집’, ‘기쁨의 집’ 이렇게 다 있잖아요. 그게 이제 사도들이 갖고 있는 상징성, 사도들의 인생하고 정확하게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예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

관광사업에 생계가 달린 주민들의 걱정도 늘었습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현저히 줄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사도들의 이름이 빠진 지난해 이 지역의 관광객은 전년에 비해 약 6천 명 감소했습니다.

현재 일부 주민들은 3월 중으로 직접 사도들의 이름을 딴 표지판을 다시 세우는 계획을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GOODTV NEWS 권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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