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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나를 안아준다

비닐 우산 아래 번진 신호등
비는 늘 내가 묻지 못한 말을 대신했지
낡은 유리창에 스민 불빛
하루의 끝이 내 얼굴에 스쳤어

잉크 번진 노트 위의 문장처럼
내 마음도 제자리를 찾지 못해
전화박스 안의 짧은 숨결
누군가를 향한 다짐처럼 떨렸지

누군가는 나를 조용하다 했지
나는 그게 편했어
말보다 오래 남는 건
말하지 못한 마음이더라

괜찮아, I’m still learning to breathe
이 느린 리듬 안에서
불안도, 부끄러움도 다
그 시절의 tempo였어

복사기 열기와 종이 냄새
검은 잉크 아래 눌린 내 이름
시간은 흘렀고
나는조금씩 투명해지는 법을 배웠어

카세트테이프의 잔상처럼
사라지지 않는 멜로디가 있지
그건 후회가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한 문장이었어

지워진 메모 속 문장들이
이제 와서 조금은 다정하게 들려
그 시절의 서툼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니까

괜찮아, I’m still on my way
lost and found, in every day
멈춰 있던 그 발자국들이
지금의 리듬이 되었어

밤의 끝에서 나는 가끔
낡은 필름을 되감듯 내 안을 돌린다
빛바랜 프레임 속 표정 하나
그건 부끄러움이 아니라, 나였다는 증거야

스쳐간 모든 장면이 내 안의 온도를 남기고
묵음처럼 남은 시간 속에
나는 여전히 나의 길을 걷는다
still, I keep walking
same place, slow light

모든 건 제 자리를 찾아가니까
뒤돌아본 그 시간 속에서
나는 그때의 나를 안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