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대사의 해탈시 [시낭송가_이채유] 이채유TV

서산대사(1520~1604)

근심걱정 없는 사람 누구인고
출세하기 싫은 사람 누구인고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구인고
흉허물 없는 사람 어디 있겠소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 말고
못 배웠다 주눅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 것 많다 유새 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 소리 치지 말고
명예 얻었다 목에 힘주지 마소
세상애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깐 다니러 온 이 세상
있고 없음을 편 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 하지 말고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나 거세

다 바람 같은 거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이라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오
폭풍이 아무리 거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에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다 바람이라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리요
줄 게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하겠소.내 것도 아닌데..

삶도 내 것이라 하지 마소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인 묶어 둔다고
그냥 있겠소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그냥 있겠소

그저 욕심 일 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 번 못 피고
인생 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 그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내시오

환한 대낮이 있으면 깜깜한 밤하늘도 있지 않소
낮과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게 있겠소
살다보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있다마는
잠시 인생 대역 연기 하는 것일 뿐

슬픈 표장 짓는다하여 뭐 달라지는 게 있소
기쁜 표정 짓는다하여
모든 게 기쁜 것만은 아니요
내 인생 네 인생 뭐 병거랍니꺼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더 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소
그렇세 사는 겁니다


삶이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으란 한조각 구름이 사라짐이니
구름은 본래 실체가 없는 것
살고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러한 것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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