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쇼돌고래, 비봉이

제주도에 비봉이란 돌고래가 살았습니다. 바다에서 태어나 11년을 바다에서 살았죠.
그러다 열 한 살이 되던 어느 날, 그물에 걸렸고 수족관에 팔려 갔습니다. 그리고 17년 동안 고향에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비봉이처럼 제주 바다에서 잡혀간 돌고래들은 모두 스물여섯, 그중 열아홉은 수족관에서 죽었고, 일곱은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비봉이는 수족관에서 남겨진 마지막 남방큰돌고래였습니다.

2022년 10월 16일, 사람들은 비봉이를 바다로 보냈습니다. 저는 멀리서 비봉이가 바다로 멀어지는 걸 지켜봤습니다. 자꾸만 주변을 두리번거렸고, 파도가 치면 물살에 떠밀리기도 하면서 정처 없이 헤엄쳐가더군요. 대정 앞바다를 지나 고산으로 향하는 비봉을 지켜보는 중에 드론 신호가 끊겼고, 곧바로 바다로 갔지만 끝내 찾지 못했습니다. 제가 비봉이를 마지막으로 기록한 곳은 제주 서남쪽 고산리입니다.

비봉이는 어떤 돌고래였을까요. 종종 먹이를 거부하고 공연을 스스로 멈추곤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수족관에 마지막까지 같이 남아있던 동료 돌고래, 태지와 아랑이가 갑자기 떠났을 때, 혼자 된 비봉이는 많이 힘들어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내 적응한 듯 괜찮아 보였다는 말도 들었는데요. 비봉이가 어떤 의지로 공연을 거부했는지, 동료들이 어디로 왜 떠났는지 모른 채 혼자 남겨진 비봉이의 심정을 우린 알 수 없습니다. 그저 짐작 할 뿐이죠. 많이 힘들었겠구나...

비봉이가 실종된 지 9개월이 지났습니다. 원하는 언제든 볼 수 있고, 멋대로 부릴 수 있었던 자연, 떠나고 이젠 없는 한 돌고래의 삶이 우리에게 남긴 숙제는 무엇일까요. 못다 한 이야기를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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