Скачать или смотреть [W 언박싱] 세계에서 가장 후한 연금의 나라 프랑스, 연금개혁은 왜 매번 실패할까 / KBS 2025.11.14.

지구촌 이슈를 깊이 있게 풀어내보는 시간, W언박싱입니다.

수명은 늘고, 인구는 늘지 않으면서 연금 문제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뜨거운 감잡니다.

오늘은 세계에서 가장 후한 연금을 주는 나라, 프랑스의 연금개혁 얘기 풀어보겠습니다.

지금 보시는 영상은 지난 9월 프랑스를 뒤흔든 대규모 시위 현장입니다.

수백만 명의 프랑스 국민들이 정부의 연금개혁에 반대하며 거리로 뛰쳐나온 겁니다.

시위가 계속되면서 프랑스 전역이 사실상 마비되며 대혼란을 겪었습니다.

결국,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2년 가까이 시행돼 온 연금개혁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했고, 어제 프랑스 의회에서는 연금 개혁을 2027년 대선 이후로 미루는 '연금개혁 일시 중단안'이 가결됐습니다.

마크롱 대통령 얘기 들어보시죠.

[마크롱/프랑스 대통령 : "현 논쟁을 진정시키기 위해 총리는 (연금 개혁)적용 시점을 늦추는 방안을 제시한 것입니다. 여기서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이는 폐지도 아니고 중단도 아닙니다."]

중단이 아니라 늦추는 거라고 강조하지만, 국민들의 거센 반발에 또 다시 연금개혁이 좌초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민들이 이토록 반대하는 연금개혁을 프랑스 정부는 왜 하려는 걸까요?

논리는 명확합니다.

지금 손대지 않으면 미래 세대가 연금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연금제도는 현재 일하는 사람이 내는 돈으로 은퇴자를 부양하는 분배방식인데, 내는 사람은 줄고, 받는 사람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때문에 연금 재정 적자는 물론이고 나라빚도 걷잡을 수 없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지난해 프랑스 재정적자는 우리 돈 약 287조 9백억원을 넘어섰습니다.

IMF 구제금융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때문에 마크롱 대통령은 62살인 퇴직 연령을 점진적으로 64살로 올리고, 보험료를 내는 기간도 1년 늘리는 강한 처방을 내놨지만 결국 일시 중단이라는 벽에 부딪히게 됐습니다.

자 그러면, 프랑스 국민들이 왜 이렇게 세대를 막론하고 조금 더 일하고 조금 늦게 연금을 받자는 연금개혁에 이렇게 극심하게 반대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프랑스 연금제도가 너무 잘 돼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정도냐면 프랑스는 연금 소득대체율이 70%가 넘습니다.

일을 안 해도 은퇴 전 받던 돈의 70%를 나라에서 계속 준다는 얘긴데, 연금 받는 은퇴자들이 일하는 젊은층보다 소득이 높은 경우가 흔합니다.

GDP 대비 연금 지출도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입니다.

정년을 2년 연장하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일단 시작하면 계속해서 연금제도를 흔들거라는 두려움이 생긴거죠.

그리고 프랑스에서 연금은 국가가 보장하는 시민의 기본 권리라는 인식이 매우 강하다고 합니다.

프랑스 대혁명 이후 이어진 '국가는 국민의 삶을 지켜야 한다'는 정치 철학이 뿌리가 된거겠죠.

다시 말해 프랑스 국민들에게 연금은 단순한 ‘퇴직 수당’이 아니라 국가가 평생을 책임져주는 약속의 의미고, 복지국가 프랑스 국민들의 자존심이기도 합니다.

프랑스인들에게 은퇴란 노동시장에서 소외되고 그저그렇게 늙어가는 남은 인생이 아니라, 평생 노동에 대한 보상이자 품위 있는 노후를 맞는다는 개념이어서 연금 문제를 양보하는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닐겁니다.

게다가 2년 전, 마크롱 대통령은 국민반대에도 불구하고 의회 표결을 생략하는 헌법 특별 조항으로 연금 개혁을 밀여붙였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폭발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소피 비넷/CGT 노조 위원장 : "르코르뉘 총리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연금을 물가와 연동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포기해야 합니다. 이는 완전히 불공평합니다. 우리는 특혜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평생 노동하며 쌓아온 정당한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일시 중단하기로 한데는 내년도 예산안 통과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정치적 포석도 깔려 있습니다.

예산안 통과에 야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야당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인거죠.

연금개혁 갈등이 일단락됐다고 하지만, 모든 건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이런 질문을 해봅니다.

국가는 국민의 노후를 얼마나 책임져야 하는가, 세대 간 부담은 어떻게 나누어야 하는가, '복지를 지키려는 프랑스 국민'과 '지속가능성'을 위해 개혁은 꼭 필요하다는 프랑스 정부'의 근본적 충돌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지금까지 W언박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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