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스페이스공감] 피타입 - 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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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회 - 피타입 / 이지연
EBS 스페이스 공감,EBS Space

2015-05-07 01:05


힙합을 살면서 조심스레 그러나 거침없이 펜을 드는 천생 힙합 아티스트, 피타입과 사색하는 듯한 음악적 흐름과 관습적이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악기의 배치로 평단의 지지를 이끌어낸 피아니스트 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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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연주가

피타입


“래퍼는 곧 젊음의 통곡들을 모아 뱉는 스피커” -‘광화문’


‘한국 힙합의 교과서’, ‘한국어 라임의 교본’으로 불리는 피타입. 그는 데뷔 앨범 「Heavy Bass」(2004)로 한국 힙합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되었다. 육중한 베이스 위에 그의 저음으로 진중하게 뱉어내는 패기에 찬 랩은 그 누구의 것을 흉내 낸 것이 아닌 오롯이 자신의 것이었다. 또한 한국어의 문법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예술적으로도 빛나는 그의 가사와 운율은 지극히 한국적이면서도 절대적으로 힙합다운 힙합이었다.


1집과 정반대로 2집 「The Vintage」(2008)에서는 힙합에서 흔히 택하는 방식인 샘플링과 디제잉을 배제하고 대신 세션들의 리얼 연주로 구현한 빈티지 사운드에 래핑을 얹은 하이브리드 음악을 선보였다. 하지만 안주하지 않는 그의 실험정신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냉혹했다. 생계를 위해 음악계를 잠시 떠나있던 그는 2013년, 1집과 2집의 장점을 뽑아 메시지와 멜로디, 스타일과 트렌드를 모두 갖춘 3집 「Rap」을 통해 결국 무대로 돌아왔다. 더욱 정교해진 라임과 래핑, 그리고 더욱 견고해진 힙합 정신으로.


“사는 방식 따로, 만드는 음악 따로 나눈 일 없지” -‘돈키호테2’


그는 힙합 음악이란 ‘하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라 말한다. 단순히 무대에 오르기 위한 혹은 직업으로써의 수단이 아니라 힙합은 라이프스타일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현실의 경험과 철학이 자연스럽게 음악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힙합이 본디 결핍과 억압 속에서 탄생한 저항의 음악이기에 스스로와 사회에 대한 성찰, 비판 의식은 힙합을 사는 힙합 뮤지션으로서의 기본 중에 기본이다.


“정체를 부채질한 자들의 무책임한 흔적과


껍데기만 요란한 자들의 기만적인 모습에


비난은 커녕 쓰레기만도 못한 제 얘기만 노래한 그대” (1집 ‘언더그라운드’ 중)


“예술가들을 내쳐서 죽게 만들어버리는 세상의 자전 속도


그걸 좀 늦춰서 정반대로 내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한 셈” (3집 'OST: One Love' 중)

이렇게 자신의 내면과 음악 씬, 그리고 이 시대를 향해 끊임없이 눈을 돌리고, 귀를 기울이고, 힙합을 살면서 조심스레 그러나 거침없이 펜을 드는 피타입은 천생 힙합 아티스트이다.


“난 오늘 아침에도 문장을 머금은 채 눈 떴지” -‘최악의 남자’


힙합을 사는 피타입은 다시 한 번 거리 한복판으로 나갔다. 최근 정규 4집 「Street Poetry」(2015)를 발표, 작게는 자신의 어린 시절이 담긴 광화문부터, 크게는 그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 거리를 담아내고 있다. 자신과 세상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은 다소 날이 서있지만 여전히 한국어의 묘미를 십분 살린 피타입 식의 유려한 문장은 유효하며, 붐뱁(드럼의 킥과 스네어가 둔탁하고 단순하게 반복되는 형태의 비트) 사운드를 바탕으로 때론 독하게 때론 논리정연하게 래핑을 구사한다. 2015년 힙합 붐이 한창인 현재, 힙합다운 힙합을 살고자 한다면 이번 피타입의 [EBS 스페이스 공감] 공연을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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