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센 윗입술, 사법부 [앵커칼럼 오늘] [뉴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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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다 굶어 죽을 거야!"

동물들의 식량 창고가 불타 버리자, 너구리가 나서 겁먹지 말라고 합니다.

"자, 자,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다들 윗입술에 힘을 넣고!"

'굳센 윗입술'(Stiff upper lip)이란 침착함, 의연함 입니다. 감정을 눌러 담담한 듯 분명하게, 할 말을 하는 용기입니다. 윗입술이 떨리는 건 두렵다는 표시이니까요.

"아빠가 늘 말했지. 작은 병정아, 곧게 서라. 윗입술을 단단히 물어라…"

시인 키플링이 열두 살 아들에게 써 준 시입니다.

'사람들이 이성을 잃고 비난할 때, 네가 냉정을 잃지 않는다면… 거짓된 자들이 제 무덤을 파느라 진실을 왜곡할 때, 네가 참아낼 수 있다면…'

"이 사람은 '오바마 판사'였어요."

불리한 판결을 내린 판사를 트럼프가 노골적으로 비난하자 대법원장이 점잖게 한마디 했습니다.

"오바마 판사도, 트럼프 판사도 없다.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최선을 다하는 헌신적 판사만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 #사법부 를 겨냥한 '#이재명 대표 구하기'가 거침없습니다.

대북 송금 사건을 맡은 법관 탄핵 서명이 10만 명을 넘어섰답니다. 친명계 최대 계파는 무죄 탄원서를 모으고 있습니다.

판결이 임박한 두 재판에서 '사법 정의를 실현하겠다'는 '방탄' 토론회도 보란 듯 국회에서 연달아 열었습니다.

법원 국감도 온통 이 대표 재판 얘기뿐입니다. 그 소음을 뚫고 두 법원장의 답변이 귀를 잡아끕니다.

"법원을 믿고…조용히 좀 기다려 주시면 우리나라 전체가 좀 한 단계 더 민주주의로 나아갈 수 있을 텐데…"

윤준 서울고등법원장은 "비감하다"고 했습니다.

'그런 행태 삼가 주시길 간곡히 부탁 드린다. 이러면 누가 법관 할 생각을 하겠느냐.'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도 사건 당사자와 이해 관계인, 그리고 국민에게 당부했습니다.

'법원의 역할을 믿고 존중해 주시라.’

나직하고 차분한 목소리여서 더 묵직하고 진솔하게 다가옵니다.

바람이 사납게 흔들어댈수록 곧게 서는 사법부의 자존(自尊)을, 명시 마지막 구절로 대신합니다.

'나는 내 운명의 주인, 내 영혼의 선장.'

10월 28일 앵커칼럼 오늘 '굳센 윗입술, 사법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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