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소개 : https://brunch.co.kr/@bynue/203
숨은 K-Pop 명곡 전체 듣기 : • K-Pop 숨은명곡 100선 시즌 1~2
'넌... 하나도 안 변했다.'
그게 몇 년도 어느 날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다만, 그 해 들어 가장 눈이 많이 왔었던 어느 겨울이었기에, 하얗게 쌓인 눈과 매서운 한겨울 추위 때문에, 도로와 교통은 마비되고 직장인들은 모두 발을 동동 구르며 퇴근과 출근 모두를 걱정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날은, 그녀와 헤어진 후 3년 만에 다시 얼굴을 보는 날이었죠.
심상찮은 날씨 때문에 약속 시간 한참 전부터 우린 카카오톡 메시지로 오늘 약속에 대한 이야기들을 쉴 틈 없이 나눴는데, 지금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재미있었던 것은 둘 중 하나라도 '그럼... 다음에 봐'라고 해도 전혀 미안하지 않았을 극악의 날씨였지만, 우린 서로 약속 장소에 늦을까, 혹은 오는 길이 험하지 않을까 서로를 걱정해 주고 있었습니다.
어렴풋한 기억이지만 그때 전 알았습니다, 우린 다시 연인이 될 것이라는 것을.
누구나 겪는 흔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오늘 소개할 백마흔한번째 숨은 명곡은 1996년에 발표된 싱글앨범 A LONG WINTER에 수록된 '오랜 겨울 - 어느 겨울날의 재회'라는 노래로 유유진 작사, Sam Lee가 작곡/편곡을 맡았으며, 우리 시대 항상 앞서갔던 원조 DIVA 나미가 노래를 불렀습니다.
'K-Pop 80년대를 지배한, 시대를 앞서간 원조 DIVA!'
아마 요즘 세대들은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나미는 80~90년대 K-Pop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원조 DIVA로 '영원한 친구', '빙글빙글', '보이네' 등의 경쾌한 디스코/댄스풍의 노래에서부터 '슬픈 인연'과 같은 발라드까지 수많은 명곡을 남긴 레전드 아티스트입니다.
당시 그녀가 선보인 음악과 퍼포먼스, 그리고 패션 센스는 그 시절 대중문화를 선도하였기에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서도 회자되기에 충분하지만, 화려하게만 보였던 그녀의 삶은 실제 파란만장한 영화와 같은 삶을 살았고, 이는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동두천 미군 부대 근처에서 레코드 가게를 하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아주 어릴 적부터 다양한 국내외 음악을 접했던 그녀는 타고난 음악성과 끼 때문에 이미 7~8세 어린 나이로 미군부대의 무대에 서게 되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미군부대에서의 공연이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그녀는 영화배우로 캐스팅되기도 하는데, 1967년 이미자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엘레지의 여왕'에서 이미자의 아역을, 1968년에는 윤복희의 일대기를 다룬 '미니 아가씨'에서 윤복희의 아역을 연기하며 한국 영화계에 데뷔하게 되기도 하죠.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그녀는 지금의 아이돌과 가장 유사한 형태의 5인조 여성 그룹 '해피돌즈'의 멤버로 발탁되어 보컬과 소프라노 색소폰, 기타 플루트 등 다양한 악기를 능수능란하게 연주하면서 베트남 위문공연을 포함 해외 공연을 다니게 되는데, 73년에는 미국으로 진출하여 미주, 캐나다 활동 시 녹음한 앨범으로 정식 데뷔하게 됩니다.
어린 나이로 해외 공연을 다니던 그녀는 1978년 고국으로 돌아와 잠시 휴식기를 거치게 되는데, 이때 자신의 남동생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것을 알게 되면서 한국에 머물기로 결정했고, 이를 계기로 '해피돌즈'는 해체하게 되죠.
한국에서의 활동을 준비하던 그녀는 그룹사운드 보컬로 오디션에 응하게 되는데, 이때 이탈리아 출신의 프랑코 로마노에게 발탁되어 프랑코 로마노 밴드의 객원가수로 활동하게 되고, 그녀의 인기가 높아지자 아예 그녀의 이름을 앞세운 Franco Romano & Nami(나미와 머슴아들)이란 그룹으로 앨범을 제작 발표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그녀는 본명 '김명옥'이 아닌 예명 '나미'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 앨범에 수록된 '영원한 친구', '미운 정 고운 정'이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얻게 됩니다.
하지만 프로듀서와 소속사간의 갈등에 음악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그녀는 82년 솔로로 전향해 새로운 앨범을 발매하게 되는데, 이 앨범엔 '영원한 친구'와 '미운 정 고운 정'을 포함한 '난 사랑했어요', '좋아해' 등이 수록되었죠.
''빙글빙글'로 전국을 휩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계속되는 신규 앨범의 부진은 계속 되었고, 1984년에 들어선 신곡을 포함한 베스트앨범인 '나미 골든앨범'을 발표하게 되는데, 이때 수록되어 나미를 전국의 Top 스타로 만들어 준 노래가 바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불후의 명곡 '빙글빙글'입니다.
'전국이 빙글빙글 신드롬에 걸렸다'며 이 때부터 나미를 '뉴웨이브 가요'의 선두 주자로 대접하기 시작했고, 이 노래는 KBS '가요 톱 10'에서 5주 정상을 차지해 골든 컵의 영예까지 그녀에게 안겨 주게 됩니다. 그리고 이 노래는 이후 일본무대에 진출하게 되는 시발점을 만들어 주게 되기도 하죠.
이후 그녀는 그녀의 최고 히트앨범이라 불리는 4집을 당대 최고 작곡가인 김명곤과 함께 발표하게 되는데, 이 앨범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유혹하지 말아요', '보이네', '슬픈 인연', '나비' 등이 수록되어 있으며, 그녀의 인기는 5집 '사랑이란 묘한 거야'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그녀는 1989년 6집에서부터 트로트 가수로 전향하고자 '아무 말 않으리', '미움인지 그리움인지'를 타이틀로 내세웠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던 '인디안 인형처럼'이 공전의 대히트를 거두게 되면서 결국 1990년 '나미와 붐붐'이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하고 국내 최초의 DJ Remix 앨범까지 선보이게 되죠.
이후 그녀는 갑자기 조금씩 외부 활동을 줄여가기 시작했는데 1992년에 발표한 7집부터 1994년 윤시내와 함께 발표한 조인트 앨범, 1996년 발표한 싱글 앨범은 외부활동 없이 거의 앨범만 발매하였고, 이후로는 대중에서 갑자기 사라지게 됩니다. 다만 7집에 수록된 '가까이하고 싶은 그대'가 요 근래 시티팝의 열풍과 함께 재조명되어 인기를 끌기도 합니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녀의 화려한 삶 이면에는 크게 알려지지 않은 가슴 아픈 사랑과 가족의 이야기들도 숨겨져 있는데, 그녀는 20살 차이의 유부남 소속사 대표와 오랜 사실혼 관계로 84년 아이까지 생겼고, 활동을 해야만 했던 그녀는 이를 숨기고 자신의 아들을 동생의 호적에 올리며 활동을 이어가야만 했었습니다.
게다가 자신의 남편은 1991년 살인 교사사건에 휘말리면서 최종 4년형의 징역을 살게 되는데, 1995년 출소하여 정식으로 결혼하기까지 그녀는 연예계의 활동을 모두 접고 남편의 옥바라지를 했던 것이었죠.
2013년 그녀는 17년 만에 신곡 'Voyeur'를 들고 컴백했는데, 당시 경쾌하고 발랄한 디스코풍 노래를 예상했던 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파격적인 유럽식 일렉트로니카와 형광색 짧은 단발머리의 앨범 재킷으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는데요, 이 곡은 당시 크게 히트하지는 못했지만 평범한 것을 거부하고 항상 새로움을 열망했었던 그녀의 결과에 '역시 나미'라는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겠네요.
• [NAMI - VOYEUR M/V] 나미 - 보여(Voyeur) M/V
'K-Pop에서 사라지기 전, 그녀가 만든 마지막 숨은 명반'
오늘 소개할 백마흔한번째 숨은 명곡은 1996년에 발표된 유유진 작사, Sam Lee 작곡/편곡의 '오랜 겨울 - 어느 겨울날의 재회'라는 노래입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이 앨범은 나미의 첫 번째 싱글 앨범으로 이 앨범 이후 그녀는 K-Pop에서 완전히 그 모습을 감추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앨범이나 수록된 곡을 아는 대중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이 곡을 작사한 유유진은 당시 가장 Hot했던 작사가로 김현정의 '그녀와의 이별', '멍', 샵의 'TELL ME, TELL ME', 타샤니 '경고', 에코 '행복한 나를' 등을 작사했으며, Sam Lee는 Top K-Pop 기타리스트 중의 한 명으로 김경호, 토이, 신승훈, 젝스키스, 베이비복스, 보아, god, 김건모, 싸이, 박진영과 이미 협업한 출중한 프로듀서이기도 합니다.
마치 눈 내리는 어느 겨울, 우리들 마음속을 끝없이 풍요롭게 만들어 주는 아카펠라 캐럴 송과 같이 아름다운 하모니와 멜로디로 시작되는 노래는 이미 이 노래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우리에게 전달해 주는 것만 같고, 가볍게 몸을 흔들 수 있는 R&B의 리듬, 그리고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매력적인 나미의 보컬 등장에 그저 멈출 수 없는 미소만 입가에 가득 머금을 수밖에 없게 됩니다.
비음과 허스키한 탁성이 황금 비율로 잘 조화되어 이보다 더 매력적일 수 없을 정도라 생각되는 그녀의 목소리는 노래전체에 묻어나는 몽환적인 편곡과 어우러져 너무나도 추웠던 눈 내리던 그날 밤, 그 거리로 나를 이끌게 됩니다.
'이젠 다시 헤어지지 마, 사랑해'
하지만,
영원한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린 다시 헤어졌으니...
올해 겨울, 우린 헤어짐의 두려움을 가슴속에 깊이 묻어 버리고,
잃어버렸던 또 다른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 용기가 아직 내게 남아 있는지....
오랜 겨울 - 어느 겨울날의 재회
나미, 싱글 A Long Winter - 1996
작사 : 유유진
작곡 : Sam Lee
편곡 : Sam Lee
노래 : 나미
참 망설였죠 오늘 그댈 만나기까지는
잊어야 할 사람이니까
너무나 오랫동안 가슴속에 숨겨둔 그 이름
한 번은 만나야 할 나의 그대인데
괜찮아 이젠 지난 일은 웃을 만큼
나도 그대도 어리진 않아 사랑은 그대로지만
흰 눈이 내려 그대 다시 날 안아요
그대도 나만큼 외롭다면 이젠 헤어지지 마
사랑해 그대
#숨은명곡 #나미 #시티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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