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K] 일본 노토반도서 찾아보기 힘든 온전한 주택…나무에 내부가 관통된 집도 / KBS 2024.10.21.

지난달 21일, 일본 노토반도 북부에 쏟아진 시간당 최대 121 밀리미터의 기록적 폭우.

불과 몇 시간에 하천 16곳이 범람해 마을들을 휩쓸었습니다.

15명이 숨지거나 실종됐습니다.

올 초 규모 7.6의 강진이 강타한 바로 그곳.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다시 수해가 할퀴어 버린 겁니다.

지진으로 집을 잃은 이재민들이 지난 5월부터 한데 모여 힘겹게 버티던 가설 주택 단지.

이번 폭우에, 물에 잠겼습니다.

말 그대로 '2중 재해'입니다.

이제 침수 피해 흔적들은 어느 정도 치워졌지만, 이재민들의 고통은 진행형입니다.

지진 때문에 오랜 보금자리를 떠나 이곳에서 지내야 했던 이재민들은 이곳에서 수해까지 겪으면서 또 한 번 거처를 옮겨야 했습니다.

노토반도 북부 3개 지역 450여 명이 학교 체육관 등 임시 피난소로 흩어져 사생활 없는 골판지 침대 생활을 다시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케다 키요시/2중 재해 이재민 : "(가설 주택에 들어가서) 겨우 편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상태잖아요.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잖아요."]

와지마 시내 곳곳에는 지진과 수해가 엎친 데 덮친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지진 때 부서진 집과 수해 차량이 뒤섞여 버렸습니다.

[이가와/와지마시 주민 : "거기 쌓인 진흙이 큰비가 내렸을 때의 진흙이에요. 자동차도 큰비 때문에 지반이 조금 약해지면서 1미터 정도 움직였어요."]

지진에 무너져 내리고….

물에 잠기거나, 토사 붕괴까지….

온전한 주택이 별로 없습니다.

뒷산에서 쓸려 내려온 나무가 내부를 관통한 집도 보입니다.

수해 당시 겹겹이 쌓인 나무들로 다리 밑 수도관이 파열되면서, 한 달째 누수가 진행중입니다.

와지마 시에서만 하루 평균 2천 톤가량의 수돗물이 이렇게 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정전은 어느 정도 복구됐다지만, 정수장과 수도관 파손으로 상당수 지역에서 여전히 물 공급이 중단되고 있습니다.

["전혀 안 나와요. 전화랑 물이 가능하면 좋겠어요."]

문제는 복구가 지지부진하단 겁니다.

장비와 인력 부족으로 올해 내 해결될지 미지숩니다.

지진 건물 철거 작업도 아직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옆으로 쓰러진 7층짜리 건물입니다.

아홉 달 동안 손도 대지 못하다가 지난 7일에야 해체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큰 화재가 있었던 전통시장.

불탄 건물의 잔해들을 어느 정도 치워 놓은 상탭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사람들의 온기 넘치는 모습은 기약이 없어 보입니다.

극심한 인력난 속 그나마 일본 전역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 가뭄의 단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시카와/자원봉사자/미에현 거주 : "(모두) 빨리 와지마가 부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도와드리고 싶어서 왔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은 일상으로 돌아가려 노력 중이지만 쉽지 않습니다.

[마츠시타/와지마시 주민 : "일단 정리가 되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요. 아직 치우지 못한 집들도 많거든요."]

올해 들어 8월까지 7%가량의 인구가 줄었는데, 수해까지 겹치면서 전출 러시는 심해지고 있습니다.

오는 27일 중의원 선거를 치르는 일본 정치권에서도 2중 재해를 입은 노토반도의 복구는 최대 현안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예산 책정 방식을 둘러싼 여야 논란 등으로 자원과 인력이 실제 현장에 투입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노토반도에서 황진우입니다.

촬영:안병욱/편집:오태규/그래픽: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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