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큐브] '청주 처제 살인사건' 이춘재는 어떻게 사형을 피했나? / 연합뉴스TV (YonhapnewsTV)

[법정큐브] '청주 처제 살인사건' 이춘재는 어떻게 사형을 피했나?
[출연 : 도진기 변호사·연합뉴스TV 사회부 나확진 기자]

[앵커]

오늘 뉴스큐브는 화제사건의 판결을 자세히 풀어보는 법정큐브로 시작합니다. 매주 금요일 함께 할 도진기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연합뉴스TV 사회부 법조팀 나확진 기자 함께 자리하셨습니다. 나 기자, 오늘 살펴볼 판결은 뭔가요?

[기자]

네. 오늘은 화성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자백한 이춘재와 관련된 판결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춘재는 최근 화성 연쇄살인 9건을 비롯해 모두 14건의 살인을 더 저질렀다고 자백했다고 경찰이 밝혔는데요. 아시다시피 이춘재가 이 같은 연쇄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춘재는 화성 사건과 별개로 1994년 1월 자신의 처제를 성폭행한 후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지금까지 25년째 수감 중입니다. 또 이보다 앞서 1989년 9월에 저지른 강도 예비 사건으로 구속기소돼 집행유예 판결을 받기도 했는데요. 오늘은 당시 이춘재가 받은 이 같은 판결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앵커]

'청주 처제살인사건'에서 이춘재가 1, 2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었죠?

[기자]

네. 이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이씨는 94년 1월 13일 오후 "토스트기를 가져가라"며 처제를 자신의 집으로 오게 한 뒤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먹이고 성폭행했습니다. 이후 자신의 범행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둔기로 처제를 폭행하고 실신하자 목을 졸라 살해했습니다. 이어 자신의 집에서 880m 떨어진 철물점 야적장에 시신을 유기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발견 당시 시신은 대형 쿠션 안에 들어있었는데, 화성연쇄살인사건 피해자들과 비슷하게 스타킹으로 꽁꽁 묶여 있었고, 머리에는 비닐봉지가 씌워진 채 청바지로 덮여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이춘재는 재판 내내 자신이 살해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1, 2심은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범행이 이뤄졌고, 뉘우침이 없어 도덕적으로 용서할 수 없다"면서 이 씨에게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앵커]

하지만 대법원에서 원심을 파기했다고요? 왜 그런거죠? 나 기자?

[기자]

무엇보다 대법원은 사형은 생명을 박탈하는 궁극의 형벌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경우에만 허용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정말 치밀하게 계획해서 살인을 저지른 경우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경우는 구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1, 2심은 이춘재의 전체 범행이 계획적이고 치밀하다고 봤는데 대법원은 성폭행과 살인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성폭행은 계획적으로 했는데, 살인까지 사전에 계획했다고 볼 자료가 없다는 겁니다. 오히려 성폭행 당한 피해자가 이춘재를 원망하자 범행이 알려질까봐 두렵고 가출한 아내에 대한 분노가 치솟아 우발적으로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어보인다고 본 겁니다.

[앵커]

대법원이 이춘재의 살인이 우발적이라고 판단한 근거는 뭐였나요?

[기자]

대법이 우발적 범행이라고 판단한 주된 근거는 역설적이게도 이춘재가 처제를 성폭행하려고 계획한 범행 도구인 수면제에 있었습니다. 대법 판결문에 따르면 이춘재는 범행에 앞서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처제에게 먹였습니다. 대법원은 만약 이 수면제가 치사량 이상이라면 살인도 사전에 계획했다고 볼 여지가 있을텐데, 그정도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봤습니다. 또 수면제 약효가 발생해 피해자가 정신을 잃는 등 반항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살인이 벌어졌다면 계획성을 인정하기 쉬울텐데 당시 피해자가 수면제 약효가 나타나기도 전에 밖으로 나가려 했던 상황이어서 오히려 우발 범죄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즉, 잔학한 범죄임은 인정되지만 살인까지 계획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이점을 형을 정할 때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앵커]

"수면제 양이 치사량이 아니었다. 때문에 계획적인 범죄가 아니다" 당시의 대법원의 판결 어떻게 보십니까?

[앵커]

그 외에도 그때의 판결문을 보면 어떤 점들이 이춘재의 범행이 사형을 선고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하게 한 것이죠?

[도진기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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