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인물현대사 – 영웅이 된 이방인, 역도산 / KBS 20031114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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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그를 한국인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일본인이어야 했다"
1963년 12월, 역도산이 39세의 나이로 야쿠자의 칼에 찔려 사망했을 때, 그때까지도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그가 재일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아니 알고싶어하지 않았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지 모른다. 일본인들에게 역도산은 패전의 쓰라림을 달래주고 자신감을 일깨워주는 당당한 일본인 영웅이었기 때문이다.
링 위에서 거구의 서양 레슬러들을 당수로 통쾌하게 쓰러뜨리는 그는 일본인이라야 했다.
역도산 자신도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함경남도에서 태어나 17세에 일본에 건너온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철저히 숨겼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일본의 영웅이 되고 부와 명예를 얻었어도, 그 자신이 스모 선수 시절 절대로 최고 경지인 요코즈나에 오를 수 없었던 차별 받는 한국인이란 사실 또한 잊을 수 없었다. 자신을 차별하는 일본인들을, 일본사회를 그는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성공만을 위해 달려간 시간들, 그 팽팽한 줄타기 속에서 서서히 그는 부서져가고 있었다. 술을 마시면 주위 불량배들에게 시비를 걸었고, 각성제와 수면제를 번갈아 복용하며 건강도 급속도로 악화되어 갔다.
재일 한국인으로 일본 사회에서 최고의 일본인으로 성공했던 역도산, 그 아이러니 속에서 그에게 조국은 무엇이었을까?

인물현대사 19회 – 영웅이 된 이방인 역도산 (2003.11.14.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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