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처럼 화창하고 티끌 하나 없는 거짓말🌙이른 아침 책 읽을 때・공부를 위한 ASM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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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를 건너간 첼라가 새롭게 문을 연 서점, 이른 아침의 새와 바람이 마음껏 웃는 소리, 이따금 가게 문이 열리며 딸랑거리는 종소리, 여전히 창문에 매달린 뭉툭한 유리들이 바람에 나부끼는 소리.

나는 서점 주인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우선 그녀는 어깨 너머까지 구불거리는 새까만 머리를 늘어뜨렸고 얼굴의 절반을 가릴 만큼 커다란 네모 안경을 썼다. 안경에는 알이 없었다. 늘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에, 갈색 속눈썹이 무척 풍성했다. 왼쪽 턱 아래에는 제법 커다란 점이 하나 있었다. 말린 장미처럼 생기 없는 입술 오른편에만 작게 패이는 보조개와 정확히 대칭을 이루는 점이었다. 그녀의 용모는 지극히 한국적이었다. 하지만 이름은 첼라라고 했다. 백첼라. 할머니께서 지어주신 이름이란다.

언젠가 첼라에게 혼혈이냐고 물었을 때, 그녀는 무척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그녀의 웃음에서는 서점 창문에 아무렇게나 걸려 있는 뭉툭한 유리 조각들이 부딪칠 때와 같은 소리가 났다. 그 웃음은 예기치 못한 여운을 남겼다. 나는 출근길에도, 하품이 절로 나오는 근무 시간에도, 회식이 끝나고 취기에 젖어 오렌지색 가로등 아래를 걷는 순간에도 문득문득 그 소리를 떠올렸다.

첼라의 서점은 어스름이 막 피어나는 시각에 열었다가 오전 일찍 닫곤 했다. 정확한 시간이 명시되어 있지는 않았다. 여름이면 조금씩 앞당겨졌고 입김이 나는 계절엔 약간 뒤로 밀리는 식이었다. 그마저도 주말엔 문을 열지 않아, 회사원인 나로선 서점 안을 들여다볼 기회가 좀처럼 나지 않았다. 매일 출근길에 바쁘게 지나치던 그 서점엘 들어가 보려고 오전 반차를 쓴 건 순전히 충동적인 일이었다.

백첼라. 우리가 처음 대화를 나눈 날 그녀는 내게 이름을 알려주었고 거꾸로 내 이름을 물었다. 나는 당황했다. 가게 주인이 손님의 이름을 묻는 일도 있나. 내가 이연주인데요, 하고 우물쭈물 답하자 그녀가 하도 환히 미소짓는 바람에 당혹감은 금세 가셨다.

두 번째, 세 번째 방문이 이어졌다. 나는 여섯 달에 걸쳐서 총 네 번의 반차를 썼다. 첼라의 서점은 특별할 것이 없었는데도 나는 계속 그런 시간을 가졌다. 그동안 그녀는 혼혈이 아니라며 웃고, 내게 미지근한 커피를 건네고, 띠지를 잃어버린 소설책 한 권을 무료로 선물해 주고, 가게 뒤편 주차장에 샛노란 노란색 지프가 한 대 주차되어 있을 텐데 그게 자기의 드림 자동차라며 콧노래를 조금 흥얼거리기도 했다. 그날 퇴근길에 나는 노란색 지프를 발견하고 그녀의 콧노래를 따라불렀다. 들을 땐 몰랐는데, 부르다 보니 에델바이스를 멋대로 편곡한 멜로디였다.

서점은 이듬해 봄에 갑자기 문을 닫았다. 간판도 없던 그 작은 서점이 멋대로 사라진 아침, 나는 무성한 초록색 잎사귀만 남은 벚나무 아래서 한참을 멀거니 서 있었다. 그러다 팀장님께 전화를 했다. 아파서 출근을 못할 것 같습니다. 봄처럼 화창하고 티끌 하나 없는 거짓말이었다. 통화가 끝나자마자 노란색 지프가 골목을 빠져나가는 것이 보였다. 운전석에는 회색 정장 차림의 남자가 타고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조수석을 향해 눈을 굴렸다.

그 이상한 서점 주인이 그곳에 앉아 있었다. 알 없는 안경 사이로 풍성한 속눈썹이 깜박거렸다. 나는 지프의 속력을 따라잡기라도 할 것처럼 뛰듯이 걸었다. 까맣고 구불대는 머리칼과 뭉툭한 웃음과 에델바이스를 태운 차가 시야에서 점점 더 멀어져 갔다. 나는 숨을 헉헉 내쉬었다. 마침내 입에서 쇳내가 날 때쯤이 되자, 자동차는 노랗고 작은 점이 되어 버렸다. 그러고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마치 직선의 길만을 택해 도망치는 무법자처럼. 길고 좁은 골목을 가르고 건물 사이를 뚫고 산과 숲과 벼랑을 타고 넘어 마침내 바다로, 저 멀리, 서로가 서로의 이름을 아무렇게나 묻고 답하는 첼라의 나라로 떠나버릴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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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나비잠 여러부운,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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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문의가 많아 덧붙입니다.
위 글은 별도의 원작이 없는 순수 창작글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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