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명, 70명, 60명…"나라가 무너졌을 때 나오는 숫자" / SBS 8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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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이들이 없어 학교와 어린이집이 문을 닫고, 그 자리에 노인 요양시설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저출산 고령화를 보여주는 사례인데, 문제는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겁니다.

김희남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나이 들면서 건강을 잃어 찾게 된 요양원, 요양원 건물은 다름 아닌 어릴 적 다녔던 초등학교입니다.

[김영월/요양원 생활 노인 : 이 공간이 교실이었어요. 저 끄트머리에 있었어요. 6학년일 때.]

아이들은 줄고, 노인들은 늘고, 학교는 주간센터를 포함해 노인 100명의 요양시설이 됐습니다.

지난해 문을 연 경기도 화성의 한 요양원은 2년 전만 해도 어린이집이었습니다.

20년 넘게 아이들을 보살펴온 어린이집 원장은 요양원 원장이 됐습니다.

[유혜련/요양원 원장 : 80명, 70명, 60명 이렇게 1년 사이로 계속 줄더라고요. 이제 더 이상 못 하겠다 한 게 2년 전이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건물이 같은 자리에서 노인시설로 간판을 바꿔단 경우는 최근 5년 새 81곳에 달합니다.

2016년만 해도 40만 명대였던 출생아 수는 지난해엔 24만 9천 명, 불과 6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은 0.78까지 떨어졌습니다.

[이상림/한국보건사회연구소 인구센터장 : 전쟁이 나도 합계출산율은 1.0보다 높습니다. 이건 괴멸적 수준이에요. 나라가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졌을 때 나오는 숫자예요.]

한쪽으론 저출산, 한쪽으론 고령화, 문제는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겁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은 이제 2년 뒤면 20%대, 5명 중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가 됩니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도달하는 기간이 일본보다도 3년 빠르고, 미국 캐나다보다는 두 배, 유럽 선진국에 비하면 세 배 이상 빠릅니다.

정부는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추진하며 지금까지 322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부었습니다.

하지만 성과는 없습니다.

인구 문제는 고용과 주거 불안, 양육과 교육비 부담 등 고질적인 사회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지금의 부처별 사업 위주의 정책을 지양하고, 구조적 문제 해결 방식으로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VJ : 안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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