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권 개입한 구의원, 징계 낮춰준 동료의원 / KBS 2023.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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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다양한 사안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양 기자의 왜 그럴까' 시간입니다.

오늘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지방의회 이야기로 가보겠습니다.

양 기자, 저희 뉴스에서도 짧게 전해드린 적이 있는데 광주 북구의회가 의원 징계 문제로 시끄러웠죠?

[기자]

문제가 된 인사가 기대서 의원입니다.

기 의원은 2018년에 처음 북구의원이 됐고 지금 재선 의원인데요.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해 이권을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서 징계 대상이 됐습니다.

[앵커]

구체적으로 또 어떤 것들이 문제였는지 좀 궁금해하실 것 같은데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기자]

지방의회마다 재량사업비, 포괄사업비, 주민 숙원 사업비 이런 이름으로 불리는 예산이 있습니다.

이게 공식 명칭은 아니지만 쉽게 말해서 지방의원들이 일정 규모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의원 1명당 얼마씩 이렇게 예산을 책정해 놓은 건데요.

그런데 기 의원은 이런 재량사업비 성격의 예산을 이용해서 구청에 시설 개선이나 비품 구입 등의 사업을 하도록 하고, 또 특정 업체들이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따내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이 업체들은 기 의원이 과거 대표를 지냈거나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곳들입니다.

2020년 의혹이 처음 불거졌고 이후 수사 재판이 진행됐고요.

1, 2심 모두 벌금 1500만 원 형이 나왔습니다.

특히 지방의회의 폐단으로 꼽히는 재량사업비를 이용해 자기 배를 불렸다는 점에 비난 목소리가 컸습니다.

[앵커]

이런 경우 선거로 뽑힌 구의원들도 징계를 받게 되는 건가요?

[기자]

그런데 어떤 잘못을 하면 어떤 징계를 받는다 이렇게 기계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요. 절차가 있습니다.

징계안을 논의하기 위해서 동료 의원들끼리 구성하는 윤리특별위원회를 거쳐 본회의까지 통과해야 되는 건데요.

또 객관성을 위해 자문기구인 윤리심사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듣도록 되어 있습니다.

변호사 등이 포함되어 있는 광주 북구 윤리심사자문위의 판단은 최고 수위의 징계인 제명이었습니다.

의원 지위를 이용해서 사익을 취한 만큼 의원 자질이 없다고 본 건데, 그런데 윤리특위는 이 제명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제명 대신 출석정지 30일의 공개사과로 바꿨고요.

이 의견이 제시가 됐는데 제명해야 한다는 의원도 있었지만 결국 표결 끝에 윤리특위안이 결정이 됐고, 이게 본회의로 넘어갔습니다.

오는 18일에 본회의를 거쳐야 징계안이 확정되는데, 이 안이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앵커]

다른 지방의원들도 비위행위를 저지른 것이 제대로 징계가 되고 있느냐 이런 지적들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

광주시의회 임미란 의원 사례도 한번 보겠습니다.

임 의원은 지난 7월에 보성 어업회사의 법인카드를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죠.

처음에는 카드를 안 썼다 이렇게 해명을 하다가 KBS 취재가 이어지자 회사에 돈을 빌려주고, 그걸 못 받게 되자 그 대가로 카드를 썼다 이렇게 해명한 바 있습니다.

광주시의회는 품위 의무 유지 위반 이런 명목으로 임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올렸는데요.

북구의회와 마찬가지로 시의회도 윤리심사자문위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자문위는 30일 출석정지를 권고했지만, 윤리특위는 좀 더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경찰 수사를 기다려야 한다 이런 이유로 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보류했습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법적인 판단과 별개로 이미 윤리적인 문제가 있는 상황인데 이건 봐주기 심사를 위한 포석이 아니냐 이렇게 비판한 바 있었고요.

임 의원은 여기에 2021년 초선 시절에도 본인 소유 업체가 광주시 산하기관과 수의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나서 경고 처분을 받기도 했습니다.

[앵커]

어쨌든 이 시민들 눈높이에서 보면 지방의회 의원들이 비위 행위를 저질러도 엄정한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결국 이게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 이런 지적들이 나오는 이유지 않겠습니까?

[기자]

당장 기대서 의원 징계와 관련해서 광주 북구 공무원 노조가 어떻게 비판했냐면요.

제 식구 감싼 솜방망이 처벌, 의회가 자정능력을 상실했다.

이렇게 강하게 얘기했습니다.

벌금 1500만 원 형은 일반 공무원들이라면 공직에서 배제될 정도인데 출석정지 30일 처분이 너무 가볍다는 겁니다.

게다가 이 의혹이 나오고 3년 뒤에야 징계안 논의가 이뤄졌거든요.

비위 행위를 저지른 의원 본인의 비리는 물론 솜방망이 징계에 그치는 지방의회 전반에 대한 비판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앵커]

어쨌든 결국 왜 이게 제대로 징계가 되지 않고 있느냐 이거에 대한 궁금증이 있습니다?

[기자]

제 식구 감싸기식의 윤리의식 당연히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징계 관련 제도에도 손 볼 부분이 있어 보입니다.

현재 지방의원 징계는 경고, 사과 그리고 30일 이내의 출석정지 그리고 제명, 이렇게 4가지만 규정이 되어 있거든요.

가장 강한 제명에 비해서 나머지 징계들이 너무 약하니까 소위 중간이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명하기에는 너무 지나친 거 아니냐, 출석정지로 낮춰져야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온정주의가 오히려 힘을 얻을 수 있는 상황이고요.

여기에 대다수 지방의회가 비위 행위별로 징계 기준을 따로 두고 있는데 이게 너무 약한 경우들이 있습니다.

지금 보시는 게 전라남도 한 자치단체의 지방의원 징계 기준인데요.

제명 가능한 징계 사유가 3건밖에 없고, 음주운전, 금고 이하 확정 판결, 성폭력, 성희롱, 인사청탁, 이권 개입 모두 제명이 불가능합니다.

어떤 사항을 어떻게 징계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방의회가 스스로 만들고 또 의원 본인들이 심사를 하다 보니 투명하거나 공정한 징계가 어려운 것 아닌가 싶습니다.

[앵커]

어쨌든 이 지방의원들이 윤리의식을 스스로 높이는 것 이게 중요할 것 같고 이와 관련된 제도 개선 역시 중요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오늘 이야기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양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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