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은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ㅣ일묵스님ㅣ2021. 05. 26. 제따와나선원 수요정기법회

#선정 #삼매 #호흡명상 #호흡수행

불교 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이지만, 몸 또한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수행자들은 몸이 조건 따라 생긴 것임을 잊지 않고 기억하여 몸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행을 잘 할 수 있도록 몸을 잘 관리해야 하고, 더 나아가 몸을 잘 이용해서 삼매와 지혜를 계발해야 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대념처경]에는 몸을 기준으로 지혜를 주로 계발하는 방법이, [몸에 대한 기억 경]에는 몸을 기준으로 삼매를 주로 계발하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우선 몸을 통해 지혜를 계발할 수 있습니다. 사실 마음은 몸(눈, 귀, 코, 혀, 몸)을 의지하기에 몸을 잘 이해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대념처경에는 몸의 실상에 대한 통찰을 통해 지혜를 계발하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몸의 32상을 관찰하여 부정함을, 몸을 네 가지 요소로 보아 이 몸은 내가 아닌 무아임을, 시체관을 통해 무상의 지혜를 계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몸을 통해 삼매와 지혜를 동시에 계발할 수도 있습니다. 우선 이 수행을 위해서는 마음을 관찰하는 것이 지극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마음 관찰을 위해 몸을 주 수행대상으로 삼습니다. 수행자는 현재 몸(ex. 호흡)을 수행주제로 삼아 몸과 하나 되어 머무르려 노력합니다. 그리고 그 몸에 머물지 못하고 벗어나게 만드는 마음 안의 오장애를 관찰하여, 지혜를 통해 장애를 내려놓고 다시 수행대상인 몸으로 돌아옵니다. 이렇게 번뇌가 내려놓아진 마음은 몸과 하나가 됩니다. 이 과정에서 번뇌를 버리는 지혜와 마음이 한곳에 모이는 삼매가 동시에 계발됩니다.

이런 수행의 대표가 호흡수행입니다. 호흡은 항상 수행자와 함께 하며, 생명과 관련이 있고, 또한 몸과 마음 상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래서 호흡은 선정을 위한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좋은 수행 주제입니다. 수행자는 호흡만을 알고 기억하며 머무르려 애를 씁니다. 그리고 호흡에 머무르지 못하게 방해하는 마음의 오장애를 관찰하게 되면 지혜를 통해 내려놓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옵니다. 이것을 거듭 반복하다 보면 욕망과 성냄을 쫓아 돌아다니는 것보다 호흡과 함께 머무는 것이 훨씬 행복함을 알게 됩니다. 이렇게 장애를 내려놓으면서 생기는 벗어남의 행복과 함께 호흡에 하나 되는 과정에서 지혜와 삼매가 계발됩니다. (호흡수행을 통해서는 초선~사선까지 계발 가능합니다)

걷기수행 역시 수행 대상만 호흡에서 발걸음으로 바뀔 뿐 수행 구조는 동일합니다. (걷기수행을 통해서는 근접 삼매까지 계발 가능합니다.) 또한 같은 방법으로 일상의 행위와 하나 되어 머물려 하는데 그것을 방해하는 마음을 관찰하는 식으로 일상 속에서도 수행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선정을 위한 수행의 단계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부처님 법문을 듣고 신심을 내어 출가를 합니다. (혹은 번뇌의 위험성 알고 수행을 하기로 결심을 합니다.) 그리고 수행자를 보호하고 훈련해 주는 계를 잘 지키고, 감각기능을 단속합니다. 이것이 익숙해지면 일상의 시간을 좌선과 경행으로 채우면서 깨어있음에 전념합니다. 그리고 일상 행위를 할 때는 명확히 알면서 행하는 정지정념을 닦습니다. 이 과정에서 오장애를 버리는 지혜를 길러 오장애를 내려놓으면 벗어남의 행복과 희열이 생기면서 선정에 듭니다. 이와 같이 선정에 들어가는 메커니즘을 명확히 알고 선정을 얻어야, 자신이 원할 때 선정에 들 수 있습니다.

선정은 감각적 욕망을 대치할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을 마련한다는 의미에서 수행자에게 중요합니다. 일상 속에 지친 정신적 피로를 선정에 들어 풀 수도 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선정은 지혜 계발의 조건이 됩니다. 선정 후 출정한 마음은 지극히 청정하고 특별하기 때문에 진리를 꿰뚫어 알 수 있는 든든한 토대가 됩니다. 선정 후 마음으로 숙명통과 천안통 (이 두 신통은 생길 수도 있고 안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누진통을 얻어 깨달음에 이릅니다.

이런 선정의 계발에는 지혜가 중요합니다. 단지 대상에 집중하여 들어가는 삼매는 선정이라 하기 힘듭니다. 지혜를 통해 장애를 내려놓아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삼매가 바른 삼매, 불교의 선정입니다. 일부 수행자분들 중에는 선정이 위빳사나에 방해된다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확실히 외도의 삼매는 그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른 삼매, 선정을 닦는 것은 더 깊은 지혜 계발의 필수조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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