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1번 Op.1 ✦‿✦Piano Sonata No.1, Op.1 (Brahms, Johannes)✦‿✦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1번 Op.1 ✦‿✦Piano Sonata No.1, Op.1 (Brahms, Johannes)✦‿✦

Performer Pages Peter Bradley-Fulgoni (piano)
Publisher Info. Peter Bradley-Fulgoni
Copyright Creative Commons Attribution-NonCommercial-NoDerivs 4.0 [tag/del]
Misc. Notes recorded in 1996

1. Allegro
2. Andante
3. Scherzo. Allegro molto e con fuoco
4. Finale. Allegro con fuoco

브람스 Johannes Brahms 1833-1897는 스무 살 언저리에서 지은, 열정과 패기가 넘치는 피아노 소나타 1번 op.1을 평생의 지기이며 음악적 동반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요제프 요아힘에게 헌정하였다. 이즈음 무명의 브람스는 나중에 '헝가리 무곡'을 두고 갈등을 빚은 바이올리니스트 레메니를 따라다니며 피아노를 치다가 요아힘을 만나고, 그의 알선으로 당대의 거장인 리스트와 슈만 부부를 소개받았다. 1853년 9월 30일 뒤셀도르프 슈만의 집. 브람스는 슈만에게 자신의 피아노 작품을 여럿 들려주었고, 그 중 피아노 소나타 1번과 2번으로 출판된 작품에 대해서는, '베일에 싸인 교향곡' 같다는 찬사를 들었다.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1번은 실제로는 네 번째 곡으로, 처음 2개는 완벽주의자의 자기 검열에서 탈락하여 파기되고, 세 번째 곡은 1번의 상징성을 고려한 판단에서 밀려 op.2로 출판되었다. 4개 악장으로 구성된 소나타 1번은 젊고 경험 없는 작곡가로서는 놀랄 만큼 응집력이 강한 인상적인 작품이어서, 그 엄청난 규모와 폭으로 말미암아 아마도 슈만이 교향곡 같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슈만은, 젊은 브람스가 '대규모 소나타 형식에 일찍이 숙달한 것' 외에도, 브람스가 옛 독일의 연가일 거라고 여긴 것에 대한 변주곡 세트인 안단테 2악장의 민속적 운치에도 큰 매력을 느꼈다.

훗날, 브람스는 자신이 평생 지은 노래집을 개정 출판하여 클라라 슈만에게 보내면서, op.1인 피아노 소나타 1번 2악장 변주의 주제가, 마지막 노래집에 실린 민요 '은밀히 달 떠오르다'에서 왔음을 알려주었다.

"노래의 맨 마지막 것이 나의 작품 번호 1번 곡에 들어 있었다는 것을 알아내셨어요? 아니면 또 다른 뭔가도 눈치 채셨는지요? 비유컨대 마치 제 꼬리를 깨무는 뱀을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 바야흐로 이야기가 완결되는 듯한 느낌이예요. 마침내 동그라미가 만들어졌어요. 이제 육십을 넘기고 보니, 스무 살도 안 됐을 때만큼이나 똑똑해진 게 틀림없어요."

늙은 브람스가 더 늙은 클라라에게, 청춘 시절을 회억하며 정리한 민속 노래집의 끝 곡과 자신의 작품 번호 1번의 관계를, 혹시라도 놓칠세라 노파심에서 편지에 적어주는 모습이 참 귀엽기도하다. 브람스의 작곡과 연주 실력을 높이 평가한 슈만은, 주재하던 '음악 신보'에 '새로운 길'을 게재하여 젊은 천재의 등장을 알리고,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초연할 수 있도록 돕고, 피아노 소나타 두 곡 'op.1 ,2'의 악보 출판을 알선해 주었다. 당시 악단의 피아노계는 1810년생인 쇼팽과 슈만, 1811년생인 리스트가 장악하고 있었으니, 이들에게 인정받게 된 1833년생 브람스는 가히 음악 활동에 날개를 단 셈이고, 그러므로 요아힘과 슈만은 브람스의 은인이다. 사실 형식 논리보다는 작곡가의 개인적 정감 표출을 중시하는 낭만주의 시대에 있어, 소나타 형식은 한물 간 장르이고 다양한 성격과 분위기를 연출해 낼 수 있는 성격 소품들이 크게 발전하였다.

고전적인 것, 독일스러운 것에 집착한 브람스는, 낡은 형식적 틀에 특유의 로맨틱한 정감을 설득력 있게 담아, 피아노 소나타 3곡을 비롯하여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을 위한 소나타를 남겼다. 브람스는 피아노 소나타 1번에서 당시 낭만주의 작곡가들처럼 주제 변형 기법을 사용하고 있으나, 주제 선율의 윤곽을 유지한 채 성격을 변화시키는 대신, 선율을 작은 모티브로 나누어 발전기법으로 처리함으로써 고전주의에 가깝다. 흥겨운 서주로 가볍게 시작하는 알레그로 1악장은 전통적인 소나타 형식을 취하고 리스트와 베를리오즈가 개척한 주제 변형 기법을 인용하며, 느린 안단테 2악장은 차분한 진행으로 엷은 애수를 자아낸다. 다시 활기를 띠는 알레그로 몰토 에 콘 푸오코 3악장은 앞 악장의 마지막 마디 동기에서 팡생된 스케르초이고, 화려하고 경쾌한 서주로 시작하는 론도 피날레는 끝까지 즐겁고 유쾌하다가 힘차게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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