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방 홀춤전] 김미선의 춤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 춤과 삶, 시간을 생각하며 준비하게 된 공연입니다.
‘춤은 무엇인가’ ‘춤을 어떻게 출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삶은 무엇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

공연명: 김미선의 춤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장소: 한국문화의집 KOUS
일시: 2022년 9월28일 오후8시
주최: 서울교방
주관: 춤공감_숨리

** 공연순서
1. 교방굿거리춤(김수악제 김경란류) - 춤/김미선
2. 쌍승무(조갑녀제 김경란류) - 춤/진현실, 정희선
3. 민살풀이춤(조갑녀제 김경란류) - 춤/김미선
4. 사랑방 손님 - 홍순관, 박남준
5. 구음검무(김경란류) - 춤/김미선
6. 고창고깔소고춤 – 춤/임성준, 문현주
7. 살풀이춤 애린(김경란류) - 춤/김미선

** 춤에 대한 김미선의 글
1. 교방굿거리춤
기나긴 터널을 지나온 거 같다.
봄의 따스한 햇살과 만개한 봄꽃들의 화사함과는 언제나 거리를 두고 살았던, 회색빛이 익숙했던 그 시절. 노란 저고리의 춤은 언제나 서먹했다. 잿빛 바다에 불어오는 칼바람도, 쪽빛바다에 스치는 솜털 같은 따스한 바람도 모두 같은 바다에 부는 바람이라는 걸 진정코 왜 몰랐을까? 이리저리 헤매며 돌고 돌아도 바로 그 자리가 나의 소중한 자리임을.. 이제 풍류(風流)의 정취를 잊지 말아야....

2. 민살풀이춤
오래된 느티나무 한그루.
경주 감은사지. 석탑보다 마음에 끌려 눈에 들어온 건 그 옆 묵묵히 서 있던, 생명을 다해가는 고목. 느티나무. 화려하지도 교만하지도, 뽐내지도, 그렇다고 나약해 보이지도 않는.....
오랜 세월을 간직한 채 묵묵히, 담담히 뻗어있는 가지들은 마치 조갑녀 선생님의 민살풀이춤을 연상케 했다. 나에게 민살풀이춤은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지닌 채, 그저 담담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평상함 그리고 평정심이다. 지리산을 품은 고요의 비정비팔(非丁非八)

3. 구음검무
푸른 기운이 감도는 예리한 칼날은 마침내 어디로, 누구에게로 향하는가?
밖을 향해 내리꽂고 휘저었던 그것은 어느새, 날이 시퍼렇게 선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나의 심장에 꽂혀졌다. 무구(舞具)로 칼을 쓸 때는 외유내강(外柔內剛), 외강내유(外剛內柔)를 생각하게 된다.
그래... 칼을 든 자는 외강내유(外剛內柔)의 품성을 지니고 외유내강(外柔內剛)하여, 칼날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어떻게 쓰여질 지를 알아야 함을... 이제야... 비로소... 알았다.
가슴을 후벼파는 시퍼렇고 날카로운 칼날은 어느새 명주 수건이 되어 가슴의 멍울을 보듬어 안아준다.

4. 살풀이춤 哀鱗애린 : 김미선의 춤에 대한 시인 박남준의 詩
춤 - 슬픈 비늘을 밀어내네 (시인 박남준)

깊고 푸른 심연에 누웠네
내 몸에 돋아난 슬픈 비늘은
떠도는 노래가 되어 부유하네
그대의 옷깃을 고통으로 적시네
슬픈 비늘,
나는 어둡고 그리운 모든 막다른 골목이었다가
갈 수 없는 아득한 먼 산이었다가
이르지 못한 세상의 지독한 안개 너머 강가였네
슬픈 비늘,
소름처럼 솟아나고
피어난 말이여

꽃이라면 동백이었네
뚝뚝 져 내린 꽃길
붉은 꽃무덤 속에서
나는 한없이 가볍고
뼈저린 무거움을 일으켜 춤을 추네
가장 낮은 바닥에 쓰러졌으며
손을 들어 스스로 치명에 이른 꽃송이를 안거나
내던지며 분노하는 격정과
영혼을 휘감는 시련에 몸부림치기도 하네

가슴이 온통 진탕되었네
슬픈 비늘,
참으로 슬픈 버선발을 헤매어
남김 없는 슬픔이 되었으니
그만 걷어내려네
이 도저한 슬픔을 딛고
아주 천천히 날개를 펼쳐
슬픈 비늘을 밀어내네

** 출연진
춤꾼: 김미선, 진현실, 정희선, 임성준, 문현주
사랑방 손님: 홍순관, 박남준
이끎이: 이영주, 이사라, 김유진, 김수지
음악감독 및 장구: 윤호세
아쟁: 김영길
가야금: 추정현
대금: 류근화
해금: 김유나
구음: 정유숙, 김보라
타악: 송우주
피리, 태평소: 홍지혜

예술감독/ 김경란
연출/ 남동훈
조명 디자인/ 이경은
음향/ 강진석
무대감독/ 박경진
사진 및 키 비주얼/ 옥상훈
디자인 및 홍보영상/ 이동준
실황영상/ 이재영, 최원규
분장/ 김래경
의상/ 이효수
스텝/ 이선미

** 김미선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졸업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5호 호남살풀이춤 이수자
조갑녀류 민살이춤, 승무 전수자
춤공감_숨리 대표
제26회 무용예술상-포스트 예술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