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 박이레 | 사진 - 손한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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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박이레


너를 위해 한 상 차렸거니 허기진 생이여
이곳에 와 수저를 들라 찬은 얼마 되지 않아도
새벽 바다에서 건져 올린 참돔 빛 심장이 있고
이제 막 그물에서 빼낸 등 푸른 꿈의 지느러미가 있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라 좀 식긴 했어도
한 톨 한 톨 차진 모국어로 밥을 지었고
네 피를 더욱 붉게 할 뜨끈한 미역국도 끓였으니
징하도록 징글벨도 울리지 않는
낙도의 보육원 마당 같은 바닷가에서
식은 별빛을 쪼는 물새들과 안개의 숲을 부드럽게 빠져나가는
바람의 젖은 발자국을 바라보는 그대여
늦도록 모래성을 쌓다 돌아가는 어린 별들을 가게 두고
고아의 눈망울로 매달린 눈꽃들과
생일을 맞아라
새 탄일종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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