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더듬이의 기도〉 낭송_김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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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더듬이의 기도

너는 왜 절실히 기도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무릎 꿇는 일에 서툴렀으나
내 귀에만 들리는 희망과
절망의 혼잣말이 나의 기도라고
세상의 어휘가 내겐 조금 부족할 뿐이라고
너는 왜 참회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고행승처럼은 아니지만
박하풀 돌에 찧으면 향이 나듯이
후회와 반성의 돌쩌귀에 찧인
손등이 나의 참회라고
너는 왜 아픈 곳 제때 치료하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마음 데인 자리 아물기 기다리느라
남보다 조금 오래 걸렸을 뿐이라고
너는 언제 피어날 것이냐고 물으면
어떻게든 살아 있음이 나의 꽃이라고
내 어둡고 환한 이마 보라고
걸음이 더뎌 가끔 봄을 놓칠 뿐이라고
너는 벽에 부딪쳐 어떤 문 내었느냐고 물으면
더듬어 간 방향이 나의 문이었다고
나를 길 잃게 한 것은 어둠이 아니라
빛이었다고
다만 생각이 많아 안에서 잠겨 있었을 뿐이라고
이것이 한 생을 건넌 내 점자 같은 기도라고

류시화

신작 시집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중에서

시낭송_김혜자
music_Yotam Haimovitch-Liquid Love
영상촬영_류시화
영상편집_손경화
장소_인도 바라나시 갠지스강

#꽃샘바람에흔들린다면너는꽃 #류시화 #김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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