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의미를 알 수 있을까?…이인성 ‘낯선 시간 속으로’ / KBS 2022.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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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와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함께 선정한 소설, 차례로 소개해 드리는 시간, 오늘(16일)은 이인성 작가의 를 만나보겠습니다. 시제와 인칭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우리 현대소설 가운데 가장 난해하고 실험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데요.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요? 유동엽 기자가 작가를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겨울빛으로 시리게 푸른 바다.

부서진 파도가 눈발처럼 사그라드는 곳.

20대인 주인공은 연인의 결별 선언과 아버지의 부고를 들은 뒤 바다를 찾습니다.

삶의 시련은, 그림자가 그렇듯 그 바다에서도 주인공을 놓아주지 않았습니다.

[이인성/소설가 : "고통을 씻어버리고 싶어서 찾아왔을 텐데, 뭔가 고통이 반복되는, 파도가 반복되듯이..."]

방황 속에서 스스로의 삶을 관찰하기로 한 주인공.

자신의 이야기로 쓴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객석에서 배우가 연기하는 자신을 바라보며 스스로를 1인칭과 3인칭으로 분리합니다.

['낯선 시간 속으로' 중에서 : "나의 이름으로 그는 이 연극을 나에게 주었다. 그의 이름으로 나는 이 연극을 받아들였다."]

[이인성/소설가 : "분열된 내가 또 다른 나를 바라보면서 추적하고 분석해보고, 그런 복잡한 양자 관계를 그려보려고 했던..."]

삶의 의미를 찾는 방황.

학자로 살아온 아버지에게 당신의 연구를 스스로 믿느냐고,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는 주인공.

우리 사학계의 거목이었던 고 이기백 교수가 소설가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인성/소설가 : "아버지 같은 경우에는 사실 제가 학자가 되기를 바라셨거든요. 그것을 벗어나고 싶다. 그러면 내가 갈 길이 뭐냐? 그건 상상의 길, 허구의 길 그것밖에 없겠다."]

내가 속한 시공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 답을 찾아 나선 이 낯선 도전기는 우리 실험 문학의 맨 앞자리에 섰습니다.

[성민엽/문학평론가·서울대 교수 : "재현과 설명이라는 방식과 타협하지 않고, 의식의 실제 모습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제시하고자 하는 것, 이것이 목표였다..."]

내면을 관찰해, 글로 옮기는 실험.

시공간이 복잡하게 섞인 문장으로 난해하다는 평가가 앞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인성/소설가 : "실제로 시각적인 것도 그런데요. 지금 보이는 것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봤던 것이 겹쳐지기도 하고 내가 꿈꾸는 것이 겹쳐지기도 하고, 그걸 어떻게 글 속에 녹여낼 수 있을까?"]

삶의 의미에 관한 40년 전 질문의 답을 아직도 찾고 있다는 작가.

소설과 문학의 의미는 무엇이냐고 묻자, '질문하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인성/소설가 : "작가가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들이, 독자가 독자 자신에게 던질 수 있는 질문으로, 절실한 질문이 된다면 그게 문학적인 가치를 가지는 게 아닐까."]

KBS 뉴스 유동엽입니다.

촬영기자:김상하 박세준/그래픽:정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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