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마지막 왕녀'…독립운동 앞장선 의친왕의 5녀 [글로벌코리안] / YTN korean

조선왕조의 마지막 왕녀, 이제는 90세가 훌쩍 넘은 고종황제의 손녀 이해경 씨. 1956년에 미국으로 유학을 와 지금까지 지내고 있습니다.

[이해경 / 왕녀·의친왕 5녀 : 제가 의친왕의 21 남녀라고 하나요. 형제 중에 다섯째 딸로 태어났어요. 저는 1930년에 태어났고 그 1930년이 바로 내가 5월에 태어났는데 아버지가 일본 사람한테 작위를 뺏기시고 일본으로 끌려가셨던 해예요.]

이해경 씨는 고종의 다섯 번째 아들인 의친왕의 13남 9녀 중 다섯째 딸로, 세 살 때 생모와 헤어져 의친왕비의 손에 자랐는데요.

아버지 의친왕은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 상하이 임시정부로 망명을 시도하다 실패하고 임시정부에 편지를 보내 독립운동의 뜻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차라리 자유 한국의 한 백성이 될지언정 일본 정부의 한 친왕(親王)이 되기를 원치 않는다”

이후 일본 정부로부터 여러 차례 일본에 건너올 것을 강요받았지만 끝내 거부하며 항일의 기개를 굽히지 않던 인물이지만,

이해경 씨가 아버지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건 한참 뒤 먼 이국땅에서입니다.

그 시절, 음악을 전공해 대학까지 나온 이해경 씨는 전쟁이 끝나고 어수선했던 우리나라를 떠나 미국에 유학하기로 결심했는데요.

[이해경 / 왕녀·의친왕 5녀 : 내가 미군 부대에서 일을 하게 됐어요. 피란하면서. 도서관에서 일하는데 거기서 미국 군인 하나가 음악 하는 사람인데 '미국 가고 싶어서 학교 알아보고 하는 거 같은데 내가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겠다'고. 그러더니 그 사람이 집에 오자마자 자기 아버지가 목사인데 전액 장학금을 준다고 그래서 도망오다시피 (미국으로) 나왔어요.]

당시 미국행 비행기 푯값만 650달러.

의친왕비가 사준 피아노를 팔아 돈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항상 자신의 선택을 지지해주었던 의친왕비에 대한 고마움은 아직도 늘 마음 한편에 품고 삽니다.

[이해경 / 왕녀·의친왕 5녀 : 여자가 대학에 가서 뭐하냐고 할 적에 내가 몰래 이화대학 가서 시험 쳐서 입학이 됐다고 어머니한테 말하니 '할 수 없다, 보내주마' 그러고 그거 (돈을) 다 대주셔서 어머니 덕택에 제가 이화대학을 나왔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대학 못 나오고 다른 언니들처럼 여학교만 졸업하고 시집을 갔을 거예요.]

전액 장학금을 받기는 했지만, 형편이 넉넉지 않았던 유학 생활.

이해경 씨는 식당 서빙은 물론 백화점에서 지점장과 비서 등 다양한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는데요.

그러다 1969년 콜롬비아 도서관에서 사서 보조로 일하게 된 것이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새로이 알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때부터 한국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며 한국과 아버지에 대해 공부하게 된 겁니다.

[이해경 / 왕녀·의친왕 5녀 : 거기서 그러면서 한국 역사를 새로 다 배웠어요. 그러고 혼자 배운 거죠. 책 읽으면서. 그러다가 결국 내가 우리 아버지를 이해하게 됐고, 우리 아버지한테 죄송했고 우리나라도 신통하게 생각해요.]

일제가 기록한 역사에서, 아버지가 매일 술에 빠져 살았다는 잘못된 이야기가 그대로 남아있다는 사실도 뒤늦게서야 알게 됐습니다.

이후 이해경 씨는 아버지 의친왕의 행적을 알리고 역사적 재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해왔는데요.

또, 재외 한국 유물 반환 요청 활동과 함께, 곳곳에 흩어진 조선 왕조 자료를 발굴하고 정리하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루지 못한 게 남아있습니다.

[이해경 / 왕녀·의친왕 5녀 : 만약에 내가 죽기 전에 된다면 아버지 묘소를 그렇게 너무 가엾게 해놓지 않고 비석하고 옆에 세워놓는 그런 거라도 ... (중략)

#한국역사 #역사 #독립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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