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이것이다26. 흄 D. Hume, '인간본성론'의 '도덕론' (4) : 도덕은 사회적 유용성에 대한 공감적 시인과 부인의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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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이것이다26. 도덕은 기본적으로 사회적인 것, 외부적인 것, 타자에 대한 관심과 관계가 있습니다. 윤리학의 근본 물음들 중의 하나인 “왜 나는 도덕적으로 행위해야 하는가?” 라는 문제의식의 바탕에도 타자의 존재가 놓여 있습니다. 윤리학이 탐구하는 도덕성, 옳음과 좋음, 의무, 덕, 정의와 같은 주제들 역시 그렇습니다. 이것이 윤리학을 보통 존재의 철학이 아니라 당위의 철학으로서 규범적 학문으로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흄은 이에 대해서 전통적인 방식과는 다르게 접근합니다.

흄은 인간의 행위에 대한 경험적 관찰을 통해서 우리가 ‘도덕적’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떻게 해서 그와 같은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설명하려고 시도합니다. 이 점에서 흄을 현대 윤리학의 선구자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도덕적 현상에 대한 이런 탐구 방식을 규범 윤리학과 대비해서 기술적 윤리학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보다 정확히 평가하자면, 흄은 기술 윤리학적 탐구를 바탕으로 규범 윤리학적 문제에 답하려는 방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다만 흄이 도덕 현상을 하나의 경험적 사실로서 탐구하는 기술 윤리학의 탐구 방법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모든 학문적 탐구와 기초는 경험과 관찰 위에 놓여야만 한다는 그의 신조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흄의 윤리학을 단순히 기술적 윤리학이나 현대 윤리학의 선구자로 단정하는 것은 흄의 철학의 근본 의의를 놓칠 수 있습니다. 오히려 흄은 도덕 현상에 내재해 있는 도덕성의 원리를 방법론적으로는 경험적 관찰에 기초해서 규명하려 했지만, 실제로는 경험의 배후에 있는 도덕적인 것의 본질, 사회도덕에 내재해 있는 도덕성의 원리를 발견해내려고 한 점에서 현상학적 윤리학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흄은 도덕론을 정념론의 연장선상에서 탐구합니다. 하지만 정념과 도덕은 전혀 다른 경험적 영역입니다. 도덕성의 문제는 옳은 행위와 그른 행위 즉 도덕적 구별의 기초를 규명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흄은 도덕적 구별 (즉 도덕판단)과 행위에는 이성과 정념, 그리고 특히 도덕적 감정이 관련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제 이들 요소들이 도덕성을 규정하는 도덕적 경험 및 도덕적 지식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펴볼 것입니다.

흄은 도덕성을 규정하는 “도덕적 구별의 원천은 이성이 아니다” “이성만으로는 도덕적 선과 악을 구별할 수 없다” “도덕성은 행동과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므로 이성에서는 유래할 수 없다. 이성만으로는 그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덕적 구별은 이성이 아니라 도덕적 감정에서 유래한다” 등등... 이를 통해서 도덕적 구별 또는 도덕판단에서 이성의 역할을 최소화시키거나 중심적 지위를 박탈함으로써 전통적인 이성도덕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이와 같은 흄의 진술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은 도덕성의 본질적 성격을 도덕감 즉 도덕적 감정에 있다고 본 것입니다. 그렇다면 흄에게서는 도덕감이 무엇인지가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정념 혹은 감정에 뿌리를 두고 있는 흄의 도덕적 언어들은 모두 감정 언어로 환원될 수 있어야 합니다. 이제 이러한 흄의 감정윤리를 구성하는 원리와 요소들에 대한 흄의 얘기를 직접 살펴보려고 합니다. 흄이 말하는 인상과 관념 중심의 정념론에서 정념은 직접정념과 간접정념으로 구분되는데, 간접정념에 뿌리를 두고 있는 도덕감은 공감적 시인과 부인을 일으키는 주관적인 종합 감정입니다.

흄에 의하면, 이 도덕감은 “정신의 고유한 원리이며, 인간 본성이라는 구성체의 일부가 되는 가장 강력한 원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리고 흄은 이 도덕감을 “또 다른 정신의 원리”, “강력한 인간 본성의 원리”인 공감을 통해 해명합니다. 흄에 의하면, 공감은 “도덕적 구별의 주요 원천”이며, 도덕감은 공감의 원리와 함께 작용합니다.

이에 의거해서 우리는 흄에 있어서 “도덕이란 사회적 유용성에 대한 공감적 시인과 부인의 감정을 규범화한 것”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념론을 바탕으로 탐구되고 있는 흄의 도덕론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들로 공감, 도덕감, 유용성, 이 세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먼저 도덕감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정념론’에서 인상과 관념의 이중관계의 원리에 의거해서 간접정념의 발생과 형성의 과정을 기술한 바와 같이, 즉 간접정념은 직접정념인 신체적 쾌락과 고통에 어떤 성질이 보태어져서 생긴다고 했듯이, 흄은 도덕감을 쾌와 불쾌의 감정을 바탕으로 경험적으로 형성되는 종합감정으로 보았습니다. 이 도덕감은 유용한 성질을 느끼는 정신의 성향으로서 그와 같은 성질을 지닌 덕이나 행위에 대해서는 시인하고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감정입니다. 그러므로 도덕감 즉 도덕적 시인과 부인이나 도덕감이 불러일으키는 공감적 시인과 부인의 감정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어떤 인격을 바라보거나 유덕한 성품적 특성에서 느끼는 만족의 감정입니다.

흄은 이같은 도덕적 시인의 감정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 정신이 인격적 특성에서 유래하는 행동들을 유용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 도덕감을 모든 사람이 갖는 공통적인 감정, 즉 보편성을 지닌 특수한 감정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인간 본성의 자연적 경향성 또는 인간 본성의 보편적인 심리적 기제인 공감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흄은 공감을 통해 도덕감이 보편적인 도덕적 관점을 갖는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고 합니다. 하지만 흄에게 공감을 비롯해 모든 감정연관적인 것은 경험적으로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어떻게 보편적 관점을 획득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야 하지만, 경험적 관찰에 기초한 방법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운 작업으로 여겨집니다. 이와 함께 흄은 도덕성에 대한 또 하나의 근원을 강조하는데, 그것이 바로 유용성입니다. 유용성은 도덕감 및 공감과 함께 흄의 도덕론의 핵심 개념입니다. 특히 개인적 또는 사적 유용성과 대비되는 사회적 유용성 또는 공적 유용성은 합리적 선택으로서의 도덕에 대한 흄의 철학을 특징짓는 중요한 개념입니다. 흄에게 있어서 도덕적 시인의 감정이 사회적 유용성을 느끼는 정신의 성향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은 이미 유용성이 도덕적 시인과 부인을 일으키는 성질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두 개념, 즉 공감과 유용성을 도덕성과 연결하는 뚜렷한 방식으로 인해 흄은 영국의 도덕감학파에 속하는 연장선상에서 감정주의자나 이모티비스트로, 또한 19세기에 벤담과 밀의 고전적 공리주의의 선구자로 간주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흄을 그 어느 한 쪽에 귀속시킬 수 없는 것은 도덕의 문제에서 공감과 유용성을 함께 고려함으로써 달리 비견할 수 없는 윤리 이론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단적으로 흄에게 있어서 도덕이란 사회적 유용성에 대해서 공감적 시인과 부인을 일으키는 감정에서 성립합니다. 이와 관련해서 강조할 것은 행위의 동기와 실천으로서 감정에 대한 강조와 경험적 탐구 방법은 기술적 윤리학 또는 도덕 심리학적 연구에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감정의 작용 메카니즘에 대한 흄의 통찰은 비록 체계적이지는 않지만 매우 날카로우며 비범하기까지 합니다. 무엇보다도 흄은 무엇을 해야한다는 믿음 즉 당위적이며 의무적인 도덕적 행위는 이성이 아니라 정념과 감정의 산물이라고 했습니다.

흄은 이성은 기본적으로 객관적 지식이나 정보를 알려주는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 이성은 제 혼자서는 어떤 행위도 일으킬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우리는 흄이 말하는 정념과 이성의 관계, 정념과 도덕의 관계를 구분해서 이해해야 하며, 이 점은 흄의 윤리학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행위 일반에서 이성은 정념이 잘못된 믿음에 근거할 때 그 정념을 교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성은 어떤 정념에 어울리는 대상의 존재를 일깨움으로써 해당 정념을 유발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흄이 말하는 이성의 역할을 이것에 제한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해석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성의 도움이 제공되더라도 최종 행위의 결정은 언제나 정념과 감정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해석은 이성과 정념의 관계에 대해서만 타당합니다. 하지만 이성과 도덕의 관계에서는 이성의 역할과 비중이 좀 더 강조되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특히 정념과 도덕의 관계에서 경험적 원리로서 도덕감의 형성과 공감의 교정과 관련해서 이성이 하는 역할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도덕적 시인과 부인의 감정을 일으키는 도덕감은 인간 본성의 구조가 갖는 성향 즉 인간 본성의 심리적 기제인 공감을 작동케 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경험적 원리인 도덕감은 기본적으로 공감적 시인의 감정입니다. 그리고 이 도덕감이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인 시인이나 부인의 감정으로 작용하는 것은 공감이라는 인간 본성이 갖는 공통의 심리적 기제 때문입니다.


도덕적 의무는 본능이나 충동 혹은 단순한 정념에서 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도덕적 실천은 감정이 하는 일이지만 합리적 숙고에서 하는 판단, 즉 도덕적 지식을 필요로 합니다. 흄에 의하면, 정념은 그 자체만으로는 참도 거짓도 아닙니다. 정념이 의지와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가 도덕적이라 부르는 행위는 단순한 정념이나 감정이 아니라 도덕감이라 불리는 감정과 결합해 있습니다. 실제로 흄은 “행위의 산출이나 억제에 있어서 이성은 완전히 무기력하며, 양심이나 도덕감과 같이, 결코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원리의 근원이 될 수 없다”고 말입니다. 이 진술을 잘 살펴보면, 여기서 행위를 결정하는 근원 즉 도덕성은 이성이 아니라 양심이나 도덕감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역으로 이 도덕감의 형성에 기여하는 것이 사회적 유용성에 대한 이성적 인식인 도덕적 지식입니다. 흄에게는 사회적 유용성은 시인의 감정으로 일으키는 느껴지는 성질을 갖고 있습니다. 이 느껴지는 성질은 정신이 느끼는 성질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도덕적 행위에서 유용성에 주목하는 이유를 설명해줍니다. 즉, 인간의 본성은 유용성을 선호하는 경향성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유용성은 즐거움이나 이익, 만족을 느끼는 성질을 표현한 것으로서 흄은 사회적 유용성 또는 공적 유용성에 대해서 공감적 시인을 강조합니다. 사회 전체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행위에 대한 공감의 메커니즘이 인간의 본성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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