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훈 /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
[앵커]
차량용 반도체의 핵심부품을 레이저와 물의 수압으로 가공할 수 있는 장비가 국내 최초로 개발됐는데요. 그동안 수입장비에 의존했던 상황이었지만, 이번 연구로 인해 K-반도체의 기술 자립과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오늘 '과학의 달인'에서는 '워터젯 가이드 레이저 융합가공 기술'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한국기계연구원 안상훈 박사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가공이 어려운 고강도 물질을 자유롭게 가공할 수 있는 '워터젯 가이드 레이저 융합가공기 기술' 이름이 아주 어렵거든요. 어떤 건지 먼저 간략히 소개해주시죠.
[인터뷰]
'워터젯 가이드 레이저 융합가공기술'은 워터젯을 통해 레이저 빔을 반도체 웨이퍼 등의 가공물에 전달하여 가공하는 기술을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워터젯 기술은 물을 높은 압력으로 분사해주는 기술인데요. 우리가 개발한 시스템은 워터젯 단독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워터젯을 통해 전달된 레이저 빔을 함께 이용하여 커팅, 드릴링, 그루빙, 패터닝 등의 가공을 하게 됩니다.
[앵커]
여] 워터젯으로 전달된 레이저를 이용해서 반도체 웨이퍼를 가공하고 커팅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말씀인데요. 이 원리가 조금 어려운 것 같은데,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인터뷰]
높은 압력으로 물을 분사해주면, 물의 표면이 깨끗한 물줄기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걸 층류 유동이라고 하는데요. 주전자에서 물을 따를 때 물줄기가 꼬이지 않고 깨끗하게 따라지는 것이 그 좋은 예입니다. 이렇게 표면이 깨끗한 물줄기 안쪽으로 빛을 넣어주면, 빛이 물줄기를 따라서 계속 이동하게 되는데요. 이런 현상은 1854년에 Tyndall에 의해 처음 보고되었습니다.
이것은 물과 공기의 굴절률 차이에 의해서 발생하게 됩니다. 빛은 굴절률이 다른 물질을 이동할 때 그 경계면에서 꺾이는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컵에 물을 반쯤 채워놓고 젓가락을 넣으면, 젓가락이 휘어 보이는 것과 같은 원리인데요.
이때, 빛이 특정 각도보다 더 큰 각도로 물줄기의 경계면에 도달하게 되면, 공기가 있는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물줄기 안쪽으로 꺾여 들어오게 되는 일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것을 전반사라고 합니다.
저희는 높은 압력으로 형성한 물줄기 안으로 레이저 빔을 잘 집어넣어서, 물속의 빛이 모두 물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고 물줄기를 따라서 전반사될 수 있도록 광학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장비를 만들었습니다.
[앵커]
네, 그러니까 물줄기에 빛이 '전반사'될 수 있는 각도와 조건을 잘 찾아야 하는 기술인 것 같은데요. 이 조건을 알아낸 과정은 어떻게 될까요?
[인터뷰]
실제 깨끗한 표면을 가진 물줄기를 만들기 위해서 펌프를 이용해서 물의 압력과 층류의 길이에 대한 상관관계를 알아내는 연구를 진행했어요. 그 결과 저희 장비의 경우에 약 200bar 근처의 압력에서 레이저 빔을 전반사하기에 가장 좋은 물줄기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물줄기가 레이저를 안내한다, 이렇게 이해하면 될 것 같은데요. 물줄기와 레이저를 합친 개념의 가공 장비가 이전에도 존재했나요?
[인터뷰]
네 1994년 스위스의 Bernold 박사가 물줄기에 레이저를 넣어 가공하는 기술의 원천특허를 취득하였습니다. 이를 토대로 Synova라는 회사를 창립했고요. 다만, 2015년에 20년간의 특허 보호 시일이 종료되어서요. 누구나 해당 기술을 이용하여 장비를 개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기존 레이저 가공 장비와는 어떤 차별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것이 다를까요?
[인터뷰]
일반적으로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와 같이 첨단 산업에 적용되는 레이저 가공기는 펄스 폭에 따라서 나노초 펄스 레이저와 극초단 펄스 레이저가 있습니다. 이러한 레이저들은 빔이 연속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맥박이 뛰는 것처럼 일정한 주기를 가지고 불연속적으로 나오게 되는데요. 이때 레이저 빔이 나오는 시간을 펄스 폭이라고 합니다.
나노초 펄스 레이저는 나노초 동안 레이저 빔이 지속 되는 거고요. 극초단 펄스 레이저는 피코초 또는 펨토초 동안 레이저 빔이 지속 됩니다. 나노초 레이저는 주로 열을 이용해서 가공을 진행해서 가공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극초단 레이저는 원자의 특성을 이용해서 가공을 진행해서 정밀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열을 이용하는 나노초 레이저는 정밀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고요. 원자의 특성을 이용하는 극초단 레이저는 가공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저희가 이번에 개발한 워터젯 가이드 레이저 융합가공기는 나노초 레이저를 사용하기에 가공 속도가 빠릅니다. 그리고 워터젯으로 레이저 빔 주위의 열을 줄여주기 때문에 정밀한 가공이 가능합니다. 결국, 나노초 레이저와 극초단 레이저의 장점을 합친 가공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그러니까 실질적인 가공은 레이저로 하는 건데, 물줄기가 식혀 주면서 더 정밀한 가공이 가능해진다, 이렇게 말씀해주셨는데요. 그동안 반도체 공정에 필수로 쓰였던 가공기라고 알고 있는데, 그동안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반도체 생산 공정은 크게 전공정과 후공정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전공정이 반도체의 회로를 그리는 공정이라고 하면, 후공정은 판매를 위해서 낱개 포장하는 공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따라서 후공정에서는 주로 자르고 포장하고 검사하는 기술들이 있는데요. 그중에서 칩 하나하나를 낱개로 자르는 공정을 다이싱 공정이라고 하고, 블레이드 saw라는 기술이 사용되어왔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특정 회사가 다이싱 장비의 90% 이상을 거의 독점하고 있어요.
이렇게 된 데에는 특허문제도 있지만, 그동안 다이싱 기술이 성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성능향상을 위한 새로운 반도체 구조들이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기존 다이싱 기술이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그래서 레이저 그루빙, 스텔스 다이싱, 플라즈마 다이싱 등의 새로운 기술들을 도입하려 하고 있습니다. 바로 지금이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장비들이 각자의 성능을 확보함으로써, 해외 기술 의존도를 낮춰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여]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이라는 말이 있어서 이런 기술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 했는데요. 장비가 개발됨으로써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기술 경쟁력도 향상될 수 있겠죠?
[인터뷰]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반도체 기술의 자립을 이루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가장 큰 영향으로 꼽을 수 있고요. 일단, 순수 국내 기술이기 때문에 지난 일본의 수출 규제 사건과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에서 만들기 때문에 장비의 유지 보수 등도 손쉽게 대응할 수 있고요. 독과점으로 인해 높은 가격을 유지하던 외국 장비를 포함하여 전체적인 장비 가격의 현실화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요. 국산 장비가 외산 장비보다 무조건 싸야 한다는 생각에서는 이제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외국 장비를 카피해서 저렴하게 만드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하거든요. 공정하게 성능을 가지고 경쟁을 하고 합당한 가격을 받는 것이 모두가 '윈윈'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앵커]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면 시장에서 제값을 받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번에 개발한 장비로 차량용 반도체 이외에 다른 것도 쉽게 가공할 수 있나요?
[인터뷰]
네, 이미 워터젯 가이드 레이저 기술로 경도가 가장 높은 다이아몬드, 세 번째로 높은 SiC 등을 가공한 연구들을 확인하였고요. 경량화 차량 소재인 CFRP 등의 복합 소재 가공을 연구한 것들도 확인하였습니다. 현재 저희에게 문의가 오고 있는 소재들은 Si, 두꺼운 유리, GaN 등이 있습니다. 정확한 사용처는 아직 파악 중입니다만, 다양한 산업군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 많은 곳에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앵커]
정말 많은 산업 현장에서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우리나라의 레이저 가공 장비의 현재 기술 수준은 어느 정도 되나요?
[인터뷰]
핵심부품들을 구매해서 장비로 만드는 기술은 이미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됩니다. 다만, 그 핵심 부품들이 문제인데요. 현재는 핵심 부품들을 국내 기술로 치환해가는 단계에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레이저 가공기의 핵심 부품으로는 일단, 레이저 광원이 있고요. 그다음 광학계, 정밀 스테이지, 제어기, 모니터링 모듈 등이 있습니다. 옆 나라 중국의 경우에는 정부에서 막대한 돈을 매년 투자하여 레이저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10년 전만 해도 품질에 의구심을 들게 했었던 중국산 핵심 부품들의 품질이 엄청나게 좋아졌습니다. 아직 세계 시장 점유율은 독일과 미국이 거의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지만, 중국 회사들의 추격이 무섭습니다. 앞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의 첨단 산업에 레이저 가공기 적용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데요.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같은 첨단 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레이저 관련 핵심 기술들에 대한 R&D 투자를 게을리하다가는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될까 봐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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