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78 - 고요하고 몽환적인 노을과 피아노의 울림. Beethoven - Piano Sonata no.14, Moonlight. I - Adagio sostenuto

Ludwig van Beethoven - Piano Sonata No. 14 in C# minor Moonlight, Op. 27 No. 2 - I. Adagio sostenuto.
루트비히 판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14번 C# 단조 월광 소나타, Op. 27 No. 2 - I. Adagio sostenuto.

베토벤의 32개 피아노 소나타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곡으로
베토벤이 31세이던 해에 작곡.
피아노 제자인 줄리에타 주치아르디에게 헌정된 곡으로,
베토벤이 연모하였지만 이룰 수 없었던 사랑(베토벤은 평민, 줄리에타는 귀족이라는 이유로...)
그녀에 대한의 정열로써 작곡했다고 추측하기도 한다.
그의 음악적 천재성과 감정 표현의 깊이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곡은 느리고 고요한 선율 속에 담긴 깊은 감정을 통해
듣는 이에게 큰 감동을 주며 그의 다른 작품들처럼
이 곡 역시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사랑받고 있으며,
피아노 음악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1악장은 고요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며,
듣는 이로 하여금 깊은 명상과 내면의 성찰을 하게 만든다.
이는 마치 일몰의 홍염(紅焰)이 현란하게 비치는 산속에 홀로 남아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베토벤의 독창성과 감정 표현의 능력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1악장을 이야기하며 월광이라는 제목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월광은 베토벤은 살아생전 알지 못했던 부제이다.
베토벤이 죽고 5년 후인 1832년,
당시 음악 평론가이자 시인이었던
Ludwig Rellstab(루드비히 렐슈타프)가
이 곡의 1악장이 마치
루체른 호수에 떠 있는 달을 묘사하는 듯하다 하여
지어진 제목이다.

하지만 월광이라는 부제 때문에 이 소나타의 해석이
밤하늘에 떠 있는 달빛의 정서에 치우칠 수 있는
아쉬운 점이 있기도 하다.
이는 베토벤은 전혀 알지 못하던 제목이었고
따라서 베토벤의 아이디어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정작 베토벤은 이 소나타의 1악장에 Sonata quasi una fantasia
즉 하나의 환상곡 같은 소나타라는 부제를 붙였다.
사실 당시 베토벤 생전에도 이 소나타는 이미 성공하여 꽤 유명했다고 하는데
그때에는 베토벤이 한 정자에서 이 곡을 작곡했다고 하여
정자(원두막 ^^;) 소나타 Laubensonate 라고, 많이 알려졌다고 한다.

프란츠 리스트 역시 이 곡에 대단한 애정이 있었던 걸로 보여진다.
그는 이 곡을 너무 특별하게 생각하여 까다롭게 굴었기에
그의 제자들에게는 이 곡을 연주하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그의 제자이기도 했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질로티는
리스트가 벡슈타인 피아노에서 연주하는 월광 소나타를 듣고 난 후
다시는 다른 연주자의 월광 소나타를 듣고 싶어 하지 않았다고도 한다.

베토벤은 이 곡을 작곡할 당시
귓병이 악화되어 매우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한다.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이 곡은 월광의 정서보다
어둠이 내려앉은
깊은 산 속에서 보는
붉은 일몰의 정서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붉은 노을이 서서히 산의 능선을 물들이고,
깊은 산 속의 고요함이 세상을 감싸는 그 순간,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첫 악장인
아다지오 소스테누토의 선율이 은은하게 흘러나온다.

음악이 흐를수록,
산속은 마치 영원한 시간 속에 잠기는 듯하다.
피아노의 부드러운 울림이 붉은빛과 어우러져,
마치 불꽃이 타오르는 듯한 황혼의 장엄함 속에서
마음은 잔잔한 물결을 탄다.
느린 템포와 깊은 음색은
자연의 고요함과 완벽히 조화를 이루며,
마치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고요한 숲속,
나무들 사이로 비치는 붉은 빛은
마치 천상의 빛처럼 신비롭게 느껴지고,
그 속에서 피어오르는 피아노의 음률은
마음 깊숙이 스며든다.
각 음표가 떨어질 때마다,
이는 마치 가을의 낙엽이 하나씩 내려앉는 듯한
아름다움을 연상시키며,
그리움과 고독의 정서를 자아낸다.

이 순간,
시간은 멈추고,
모든 것이 조용해진다.
음악과 자연이 하나 되어,
그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설명할 수 없는
고요한 평화와 함께 찾아온다.
붉은 노을과 어우러진 피아노 소리는
마치 삶의 모든 순간을 담아내는 듯,
깊은 울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