Скачать или смотреть [남북의 창] 녹화중계 보며 ‘거리응원’?…“동원된 자축” [클로즈업 북한] / KBS 2025.11.22.

박소현 앵커, 우리 국가대표 경기를 거리에 나가 다른 사람들과 응원하는데, 이게 생중계가 아니고 결과를 이미 아는 녹화 중계다. 어떤 기분일까요? 글쎄요. 우리가 이겼다면 흥이 날 것 같기도 한데, 하지만 짜릿함이나 긴장감은 덜 할 것 같고... 좀 이상한데요? 네, 그런데 북한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북한이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 2연패를 달성했는데, 이를 전하는 방식이 이전과 많이 달랐습니다. 스포츠를 체제 선전의 핵심 소재로 활용하는 북한의 전략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어둠이 내려앉은 저녁, 대형 전광판 주위로 평양 주민들이 모여있습니다.

2025년 17세 이하 여자 축구 월드컵의 결승전을 지켜보기 위해서인데요.

'북한판 거리응원'현장으로 볼 수 있습니다.

골이 터지자 환호성이 터지고, 승리가 확정되자 도시는 더욱 술렁입니다.

[평양 시민 : "이들이 바로 진정한 애국자들이고 영웅들이고..."]

지난 15일, 북한 여자축구 대표팀의 귀국 때는 더욱 대대적인 환영 행사가 열렸습니다.

북한 축구협회 위원장인 김일국 체육상을 비롯해 선수들의 가족, 응원 인파가 평양 국제비행장에서 선수단을 맞았습니다.

[조선중앙TV : "대회 전 기간 우리 선수들과 함께 달리는 심정으로 승전의 소식을 기다려온 온 나라 인민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속에 이렇게 지금 비행장에 수많은 군중이 선수들을 맞이하기 위해서 나와 있습니다."]

인공기를 두르고 등장한 선수들에게는 박수와 꽃다발이 쏟아졌고, 선수단은 평양 시내를 돌며 카퍼레이드를 이어갔습니다.

[평양 시민 : "정말 나이는 어려도 우리의 여자축구 선수들은 조선 여성들의 자랑이고 긍지이며 기쁨입니다."]

북한의 이러한 국제 스포츠 성과에 대한 선전은 과거부터 반복돼 온 패턴입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국제대회 메달리스트들을 '국가적 영웅', '미래의 기둥'으로 내세우며 김정은 위원장의 업적으로 포장하는 것이죠.

[조선중앙TV : "우리 조국을 체육 강국의 지위에 높이 올려세워 주시려 그리도 마음 쓰시는 경애하는 원수님이십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의 선전 방식에서 독특한 특징이 눈에 띕니다.

바로 주민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킨다는 겁니다.

이번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 결승에서도 인민복, 군복, 체육복 등 다양한 옷차림의 주민들이 등장했고 거리뿐 아니라 가정집, 대동강 유람선에서도 응원에 동참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그런데 이 떠들썩한 응원이 녹화 중계를 보며 진행됐다는 사실입니다.

주민들도 이미 노동신문 등을 통해 결과를 알고 있었지만 거리 응원은 그대로 이루어졌는데요.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주민들을 강제로 동원한 것으로 보입니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북한은 모든 동원에서 자발적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존재하기 어렵죠. 왜냐하면 전체 동원이 되면 어느 구역에 가야 되고 어떤 날에 나와야 하고. 북한 같은 경우엔 그 정도의 준비를 했었는데 이게 만약 실패하거나 잘못되면 의도대로 작동되지 않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진행을 늘 해왔었고요. 기술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정치적인 맥락에서 이긴 게임을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의도적인 면도 있다고 판단됩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초기부터 대중 체육은 물론 국제 스포츠에도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직접 경기장을 찾아 경기를 관람하고 시설 개선을 지시하는가 하면, 각종 체육 인프라 확충에도 힘을 쏟았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2015년 신년사 : "온 나라가 체육의 열기로 끓게 하고 체육인들이 국제경기들에서 공화국기를 더 높이 휘날리며 체육 강국 건설의 전망을 열어나가야 합니다."]

'체육강국' 구호 아래 전문 선수 양성과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이어왔습니다.

[이조영/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대내적으로는 인민 생활 향상이나 사회 통합을 위해서 스포츠를 중요시하게 됐고 또 대외적으로도 국제 관계 개선에 스포츠 외교를 활용하려는 의도에서 스포츠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는 배경이 되는 것 같습니다."]

스포츠를 통해 주민 결속과 체제 선전,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려 했다는 해석입니다.

나아가 '정상국가'이미지 확보를 위해 스포츠 외교를 활용한 측면도 있습니다.

여느 나라처럼 다양한 스포츠 경기를 보여주고, 주민들이 직접 응원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식도 하나의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일단 스포츠가 갖고 있는 매력이라고 하는 게 인민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있고요. 우리가 굉장히 정상적으로 잘 나가고 있고, 우리의 역량들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는 소위 국가에 심취하는 것을 인민들에게 주입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식 중에 축구라든가 길거리 응원들이 굉장히 효과적이기 때문에 직접 중계하면서 유도를 한 것 같아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북한은 자국의 조별리그 경기를 생중계한 바 있는데요.

당시 포르투갈에게 7대 0으로 대패했음에도 주민들의 반응을 전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리명일/2010년 : "경험이 다른 팀에 비해 너무 적다고 생각합니다. 큰 대회 역사상 이렇게 세계선수권대회도 처음이고 아이들이."]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2012년 런던 올림픽과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녹화 중계를 시청하는 주민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평양 시민/2012년 : "기쁨을 나 혼자만 감사한 게 너무 아쉬워서 우리 모든 선수와 체육인들이 거둔 성과를 같이 나누고프고 온 나라 인민들과 같이 나누고픈 그런 심정에서..."]

현재는 주민 참여와 시각적 연출이 결합된 방식으로 선전 수단을 확대하고 있는데요.

강제 동원이었더라도 정치 행사와 달리 스포츠라는 소재 자체가 주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다만 이러한 열기가 북한의 스포츠 산업이나 삶의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먼저 긍정적인 입장은, 북한이 생활 체육과 스포츠 외교를 강화하며 주민 삶에 변화를 주려는 정책적 의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 "근로자들 속에서 한 가지 이상의 체육 기술을 소유하기 위한 된바람을 일으켜 나갔습니다."]

북한이 스포츠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주민들의 일상에도 작지만 가시적인 변화가 감지된다는 분석입니다.

[이조영/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생활 스포츠 시설들을 좀 많이 확충해서 지원해 주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스포츠 외교에 활용하기 위해서 스포츠 분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다 보니까 이러한 정책적인 변화와 함께 또 북한 주민들의 생활도 어느 정도는 향상돼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대로 이러한 열기가 체제의 내부 통제와 정권에 대한 충성을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교수 : "국가가 잘 나가고 있고 우리가 잘하고 있기 때문에 이럴 때 더욱더 열심히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 일해야 한다고 하는 게 기본적인 목적이고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목적이기 때문에 항상 결론은 뭐냐면 당에 대한 감사한 마음, 고마운 마음,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야겠다는 쪽으로 이어지는 것이지 '다음에 언제 또 뭘 할까?' 이런 개별화된 행동으로 이어지긴 매우 어려운 구조죠."]

실제로 17세 이하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한 북한 대표팀 선수 역시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감사 인사를 빠뜨리지 않았는데요.

[김원심/북한 여자축구 국가대표 : "원수님의 믿음에 득점으로써 꼭 보답하고 우승의 첫 돌파구를 열고 싶은 심정으로 상대 팀의 문에 공을 찼습니다."]

일각에선 북한의 이같은 현상을 활용해 스포츠를 매개로 북한과의 접점을 넓히고 남북 간 단절된 관계를 회복하는 실마리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이조영/통일부 통일교육위원 : "(한국은) 2027년 충청권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유치했고요. 북한은 2026년 아시아 주니어 탁구선수권대회 그리고 2028년 아시아 탁구선수권대회 유치를 확정해 놨거든요. 그러니까 지금 앞으로 3년간 꽤 큰 국제 스포츠 대회가 남북한에서 계속 열리고 있기 때문에 이런 기간에 서로가 자연스럽게 협력하고 관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그걸 통해서 남북 스포츠 교류를 활성화할 방안이 생길 것 같고 꼭 그렇게 됐으면 하는 것이 제 희망입니다."]

스포츠에서 체제 선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거리 응원까지 등장시킨 북한.

이번에 일회성으로 끝날지, 아니면 향후 다른 국제 스포츠대회에서도 이 같은 응원 방식이 계속 나타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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