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자살..."보험금 지급 안돼" / YTN

[앵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보험에 가입했을 때 보험금 지급을 놓고 소송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있습니다.

이때 유서가 지나치게 꼼꼼하거나 자살이 준비됐다고 판단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자세한 이유를 한연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12년 5월 보험설계사로 일하던 정 모 씨는 집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4년 가까이 우울증을 앓다가 농약을 마시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겁니다.

정 씨는 다녔던 보험회사에서 보험을 들었지만, 지급을 거부하자 유족은 정 씨가 우울증과 질병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목숨을 끊었다며 보험금을 달라고 소송을 냈습니다.

보험회사 측은 정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만큼,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족에 맞섰습니다.

재판에서의 쟁점은 자살 당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 여부였고, 1심 재판부는 보험회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우울증이 자살에 이르게 된 하나의 원인이 된 것으로는 보이지만,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른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정 씨가 평소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고, 유서에 그동안 갈등관계에 있던 남편에 대한 원망과 당부, 자신의 채무내역을 기재한 데다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농약을 구해 마시고 목숨을 끊은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2심 재판부 역시 정 씨가 우발적이고 순간적인 자살 충동보다는 스스로 미리 준비된 자살 계획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회사에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우울증으로 인한 '정 씨의 자살'이 정상적인 상태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방해받을 정도의 상태도 아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YTN 한연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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