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아버지의 명절 이야기

가난한 아버지의 명절 이야기

세상에 어느 아버지가 자신의 가족을 사랑하지 않을까? 아내와 아이들에게 더 나은 삶을 주고 싶지 않은 아버지가 있을까? 그 마음은 모든 아버지의 공통된 바람이다. 아버지는 항상 더 좋은 환경에서, 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예쁜 옷을 입히고 싶어 한다. 그러나 가난한 아버지는 그 바람을 실현하지 못할 때, 참 서글프다.

특히 명절이 되면 그 서글픔은 더욱 깊어진다. 가뜩이나 작은 어깨는 더 작아지고, 더욱 처져만 간다. 아내와 아이들의 눈치를 보며, 아버지는 어느새 한쪽 구석에 몰려 TV 리모컨을 이리저리 돌리기 시작한다. 마치 투명 인간이 된 것처럼, 그저 조용히 시간만 보낸다.

명절 뉴스에서는 연휴 동안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 비행기 좌석이 연일 매진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아버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와는 상관없는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진다. '나도 가족과 함께 저 멀리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 꿈은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명절 동안 고생한 아내에게 "수고했다"고 말하며 용돈이라도 넉넉하게 주고 싶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한다. 대신 아내의 눈치를 살피고, 처가에 가서도 어머니의 눈치를 본다. 가난한 아버지에게 명절은 그저 부담스럽고 불편한 시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