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춘 - 북한강에서, 촛불, 떠나가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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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강에서]

저 어둔 밤 하늘에 가득 덮인 먹구름이
밤새 당신 머릴 짓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강에
홀로 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
서울이라는 아주 낯선 이름과
또 당신 이름과
그 텅빈 거릴 생각하오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가득 피어나오

짙은 안개속으로 새벽강은 흐르고
나는 그 강물에 여윈 내 손을 담그고
산과 산들이 얘기하는
나무와 새들이 얘기하는
그 신비한 소릴 들으려 했오
강물속으론 또 강물이 흐르고
내 맘속엔 또 내가 서로 부딪히며 흘러가고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또 가득 흘러가오

아주 우울한 나날들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때
우리 이젠 새벽강을 보러 떠나요
과거로 되돌아가듯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 처음처럼 신선한 새벽이 있오
흘러가도 또 오는 시간과
언제나 새로운 그 강물에 발을 담그면
강가에는 안개가, 안개가 천천히 걷힐거요

[촛불]

소리 없이 어둠이 내리고 길손처럼 또 밤이 찾아 오면
창가에 촛불 밝혀 두리라 외로움을 태우리라
나를 버리신 내 님 생각에 오늘도 잠 못 이뤄 지새우며
촛불만 하염없이 태우노라 이 밤이 다 가도록
사랑은 불빛아래 흔들리며 내 마음 사로 잡는데
차갑게 식지 않는 미련은 촛불처럼 타오르네
나를 버리신 내 님 생각에 오늘도 잠 못 이뤄 지새우며
촛불만 하염없이 태우노라이 밤이 다 가도록

사랑은 불빛아래 흔들리며 내마음 사로잡는데
차갑게 식지않는 미련은 촛불처럼 타오르네
나를 버리신 내님 생각에 오늘도 잠못이뤄 지새우며
촛불만 하염없이 태우노라 이밤이 다 가도록
촛불만 하염없이 태우노라 이밤이 다 가도록

[떠나가는 배]

저기 떠나가는 배 거친 바다 외로이
겨울 비에 젖은 돛에 가득 찬 바람을 안고서
언제 다시 오마는 허튼 맹세도 없이
봄 날 꿈같이 따사로운 저 평화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그 곳이 어드메뇨
강남 길로 해남 길로 바람에 돛을 맡겨
어둠 속으로 뭍결 너머로 저기 멀리 떠나가는 배

너를 두고 간다는 아픈 다짐도 없이
남기고 가져 갈 것 없는 저 무욕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언제 우리 다시 만날까
꾸밈없이, 꾸밈없이 홀로 떠나 가는배
바람 소리 파도 소리 어둠에 젖어서 밀려올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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