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농사 지을 땅 잃고 있다” / KBS 2021.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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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기와 관련된 제도적인 헛점도 이번 기회에 자세히 알아보죠. 바로 농지법 문제입니다. 진짜 농사를 짓는 사람들만 농지를 소유해야 한다는 법 취지와 달리, 현실에서 농지법은 농사와 상관없는 투기성 매입을 제대로 막지도 못하고, 이 투기 때문에 농지 가격이 급등하니 정작 농민들은 농지를 살 수 없는, 기막힌 현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지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30년 넘게 벼농사를 지어 온 최병종 씨는 이 일대 농지 가격이 심상치 않다고 말합니다.

도시철도가 개통되면서 최근 10년 새 주변 농지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5년 전 외지인이 사들인 3천3백 제곱미터 규모의 이 땅도 소유자만 40여 명으로 '쪼개기 투기'가 의심됩니다.

당시 시세의 3배 넘는 값에 팔렸고, 가격 오름세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병종/경기 김포시 농민 : "(3.3㎡당) 3년, 4년 전만 해도 한 4, 50만 원 돌았는데 지금 여기가 다 100만 원이 넘어요. 이제 농민이 농지를 사서 농사를 짓는다는 거는 불가능하고요."]

실제로 경남과 경기 4개 시군을 대상으로 농지 거래 가격을 살펴보니 연평균 7%씩 올랐습니다.

10% 넘게 오른 곳도 있습니다.

최근 20년간 비농업인 소유 농지 면적은 해마다 0.6%씩 늘어났지만, 경지 면적은 오히려 0.8%씩 줄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값은 뛰고 실제 농사를 짓는 땅은 그만큼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현행 농지법은 농업에 이용되지 않는 농지는 정당한 사유가 아닌 경우 처분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론 제대로 안 되고 있습니다.

경작 여부는 소유주가 작성한 '농지원부'를 토대로 조사하는데, 농지원부 등록 농가는 전체의 절반에도 못 미치기 때문입니다.

[박흥식/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달 18일 : "투기꾼들에 의해서 농지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 부분으로 인해 농민들은 농지를 소유할 수 없고 도대체 누구의 땅인지 굉장히 궁금해합니다. 어떻게 그들이 농지를 소유하게 됐는지."]

농민단체는 농지 전수조사를 거쳐 투기 의심 농지 현황을 확인하고, 농지 취득 절차 강화와 투명한 농지 관리를 담은 농지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지은입니다.

촬영기자:허용석/영상편집:권혁락/그래픽:김지혜 김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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