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소서(小暑) [𝑷𝒍𝒂𝒚𝒍𝒊𝒔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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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참의 시간 동안 민수라는 환상에 빠져있다. 처음 민수를 봤을 때 머릿속에 ‘예쁘다’라거나 ‘아름답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음에도 지금은 민수의 얼굴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데 얼마 되지 않는 나의 전 재산을 걸 수 있다. 내가 이렇게 말할 때마다 민수는 ‘너 나한테 푹 빠졌구나? 아주 콩깍지가 제대로 씌었네’라고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물론 민수의 입꼬리에는 흐뭇함의 흔적이 남아있다. 나는 어머니를 많이 닮아 피부가 하얀 편이었지만 민수 옆에 있으면 ‘아, 내가 황인종이 맞긴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애는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목 옆에는 점 하나가 유독 잘 보였다. 나는 종종 민수를 괴롭히고 싶어 민수의 점을 꼬집었다. 민수야 너 목에 점 묻었다. 민수야 너 목에 김 붙었어. 민수야 너 목에 아까 먹던 밥풀 묻었어. 늘 다른 게 목에 묻었다며 점을 꼬집었고 그럴 때마다 민수는 부끄럽다는 듯이 내 가슴을 밀었다.

민수의 얼굴은 늘 꾸밈없었다. 가늘고 긴 작은 얼굴에 큰 눈과 높은 코, 붉은 입술이 기특하게도 모두 자리 잡아있다. 민수의 눈은 쌍꺼풀이 없이 가로로 길었지만, 속눈썹이 유난히 길었기에 굉장히 커 보였다. 그 위에 눈썹은 정갈하게 짙어 화장하고 나가지 않아도 충분히 이뻤다. 물론 내 눈에만 그런 거라며 정갈한 눈썹 사이에 미간을 찌푸리며 억지로 화장을 하고 외출을 했다. 그럴 때마다 난 이 작은 얼굴에 미간이 찌푸릴 공간이 남아있다는 것에 그것마저 소중하게 느껴졌다. 민수는 자신의 얼굴에서 눈을 가장 마음에 들어 했지만 나는 민수의 코를 보며 항상 감탄했다. 가늘고 아래위로 길고 코끝은 당차게 솟아올라 있었다. 민수를 아래서 올려볼 때면 어떻게 사람 코가 이렇게 정갈하게 솟아있을까 감탄하곤 했다. 나는 항상 민수의 코를 보고는 ‘조형적으로 정말 완벽한 코’라며 민수의 코가 왜 아름다운지에 대해서 끝도 없이 설명했다. 생명체가 어떻게 이렇게 완벽한 직선과 적당한 곡선을 균형 있게 가지고 있는지 성형한 게 아니냐고 여러 번 물었지만, 민수는 그럴 때마다 입을 삐죽거리며 돼지코를 만들어 보여줬다. 높게 솟아오른 코 옆에 자연스럽게 연결된 콧볼은 좁지도, 그렇다고 넓지도 않은 적당한 넓이로 붙어있다. 민수가 간혹 낮잠을 자고 있을 때 나는 민수의 옆에 누워 민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볼 때가 많았다. 그때마다 민수의 코를 지켜보면 아무리 오래 봐도 전혀 질리지 않을 코라고 느꼈다.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가끔 낮잠을 자는 민수가 숨을 쉬지 못하도록 코를 집게손가락으로 집었다. 그러면 놀라 깨서는 잠결에 나를 노려보며 자신도 모르게 시옷으로 시작되는 욕을 뱉고 다시 잠들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온 입이 찢어져라 혼자 소리 없이 웃었다. 민수가 잠에서 깨고 나서 왜 아까 욕을 했냐고 서운한 표정을 지으면 민수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며 ‘거짓말하지 마. 내가 오빠한테 욕을 했다고? 자는데 또 깨웠지?’라며 당황해했다.

이렇게 멍하니 민수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면 때아닌 불안감마저 들었다. 내가 앞으로 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을 놓치거나 실망하게 할까 막연한 두려움이 들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이 날 목적 없고 이유 없이 무한한 애정을 준다는 것이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지금 이 시간이 지나고 이미 많은 게 무뎌진 민수와 나 사이였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무뎌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걱정됐다. 나에게 민수가 너무나도 당연한 사람이 될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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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7일이 소서이자 견우와 직녀가 일 년에 한번 만난다는 칠석(七夕)인 줄 알고 플리를 업로드 하려고 했으나 현생이 너무 바빠서 오늘에서야 만들어 올립니다. 다행히 칠석이 음력 7월 7일이라 아직 오지 않아 다행이긴 하지만 죄송합니다. 오늘은 미처 글을 쓰지 못해 제가 적어뒀던 민수이야기 중 일부를 같이 보냅니다. 굳이 말하자면 겸사겸사 이고요.

많은 분이 여쭤보시던 민수이야기를 7월 11일(월요일) 정말 마지막으로 판매할 예정입니다. 재출판은 아니구요. 기존에 출판 후 물류 업체로부터 남은 부분을 돌려받았습니다. 약 85권 정도 된다고 하네요. 저와 저를 도와주는 소현이 모두 재출판을 하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시간과 여유가 없어서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 될 예정이고 더 이상은 저를 칼로 찌르셔도 구매하실 수 없으니 혹시라도 허접한 제 글 읽어보고 싶으시다면... 구매를 한번 고려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판매금 전액은 아픈 어린 친구들을 위해 기부할 예정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일요일 저녁에 공지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날이 많이 습하고 덥습니다. 그럼에도 마음은 시원한 날들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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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그리움 - 진동욱
04:39 타지 (Piano ver.) - 하만
(  / piano-ver  )
06:40 물결 - 다린
10:52 Big Fish - neeha
(  / big-fish  )
16:32 처음 (with 프롬) - 후추스
20:27 Endless Shine - Tuesday Beach Club
24:48 내 맘이 내 맘인데 - 송예린
26:44 마음 다해 사랑하는 일 (with 박현서) - 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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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myoursept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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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네일 : 릴리 슈슈의 모든 것 (All About Lily Chou Chou,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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