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체 착륙’ 사전 대비 왜 못 했나? / KBS 202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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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에서 항공기는 긴급 동체착륙을 시도하다가 결국 외벽과 충돌했는데요. 동체 착륙이 피해를 키운 건지, 사전 대비가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 이윤우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2002년 한국인 관광객 20여 명을 태운 채 보라카이로 향하던 필리핀 항공기.

착륙 기어가 작동하지 않아 마닐라 공항에 동체 착륙했는데, 탑승객 가운데 부상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고와 동일하게 동체 착륙한 사례지만, 피해 규모는 확연히 달랐던 겁니다.

동체 착륙이란, 기어 등 착륙 장치가 작동되지 않은 상황에서 항공기 동체를 땅에 직접 마찰시켜 속도를 줄이며 착륙하는 방식입니다.

사실상 조종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착륙 방식입니다.

[송병흠/한국항공대 명예교수 : "기어가 내려오지 않는 상태에서는 지상에 내려오려면 동체 착륙밖에는 길이 없는 거죠."]

다만, 이번 사고의 경우 동체 착륙 뒤에도 항공기 머리 부분이 들린 채 활주로를 질주하며 곧바로 외벽에 충돌했는데, 착륙 과정에서 마찰력이 부족해 속도가 줄어들지 않았던 게 아니냔 분석이 나옵니다.

[송병흠/한국항공대 명예교수 : "동체 착륙을 하게 되면 그 뒤쪽 배 밑이 끌리면서 속도가 현격히 줄어들거든요. 중력 자체가 약간 날개 쪽에 가 있으면 속도가 있어서 이게 무게가 적게 느껴져서 마찰력이 많이 안 줄어들어서 속도가 더 늘어난 게 아닌가…."]

동체 착륙 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도 부족했던 거로 보입니다.

공항 활주로에 특수 거품 '폼'을 깔거나 그물망을 설치하는 등의 과정이 필요하지만, 현장에서 그러한 준비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김규왕/한서대학교 항공운항관리학과 교수/음성녹취 : "관제탑하고 통화를 해서 지금 우리가 랜딩 기어가 안 내려온다. 그래서 동체 착륙을 해야 할 것 같으니 준비 좀 해달라고 타워에 알려줍니다. 그런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조종사가 관제탑에 조류 충돌로 인한 비상을 선언하고 착륙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4분.

동체착륙 사전 준비조차 어려웠던 짧은 시간이 사고를 더 키운 거로 추정됩니다.

KBS 뉴스 이윤우입니다.

영상편집:유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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