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미 - 처녀 뱃사공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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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이야기

"한국을 대표하는 강" 하면 제일 먼저 어떤 이름이 떠오르시나요? 수도권의 한강, 충청권의 금강, 호남권의 영산강과 더불어 영남지방의 젖줄로 불리우는 낙동강이 있겠지요. 오늘 감상하시는 노래 '처녀 뱃사공'의 매절 첫 가사에 등장하는 낙동강은 한강보다도 더 긴 510km라는 길이를 자랑하는, 그야말로 영남의 생명과도 같은 강이라 할 수 있겠네요.

사실 이 낙동강의 발원지를 찾아가다보면 영남지방이 아닌 강원도 태백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태백시의 매봉산(梅峰山) 천의봉(天衣峯)에서 출발하여 경북 봉화군을 지나 안동시로 흘러간 낙동강은 안동댐을 지나 문경시의 영강을 만나고, 상주시와 구미시, 칠곡군을 지나 성주군, 왜관, 고령군, 대구광역시를 지나며 경상남도로 진입하게 됩니다. 경남으로 들어간 후 합천군과 창녕군, 의령군을 지나면서 여러 강들과 합류하게 되고, 남강과 만난 낙동강은 동쪽으로 흐르며 여러 시군의 경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김해와 양산을 지나면서 그 방향을 다시 남쪽으로 바꾸면서 부산광역시로 흘러 들어가게 되지요. 을숙도에 이르러서는 비로소 바다와 만나게 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처녀 뱃사공' 가사 속의 처녀가 낙동강을 건너며 노를 젓던 뱃사공이라는 사실은 확인한 셈인데, 노랫속 이야기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요? 일단 이 노래의 가사를 쓰신 윤부길(尹富吉) 선생님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912년 충남 보령에서 출생한 윤부길 선생님은 작사가라는 수식어보다는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호칭이 더 어울릴 것 같은데요. 일본에서 음악을 공부하며 기본기를 다진 윤부길 선생님은 성악가, 뮤지컬 배우로서의 자질 뿐만 아니라 극작가, 희극인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하셨답니다. 유쾌한 무대매너와 희극적인 요소들 덕분에 "한국 최초의 코미디언"이라는 칭호를 얻기도 했는데요.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존경하는 윤항기, 윤복희 선배님의 부친이 바로 윤부길 선생님이랍니다.

1953년 전쟁이 휴전으로 멈춘 직후 전국을 떠돌던 유랑극단 "부길부길쑈"는 원맨쇼, 팬터마임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습니다. 함안 지방의 공연을 마치고 지금의 가야리에서 대산면 쪽으로 이동하던 중 강을 만나게 되고 일행들은 나룻배에 몸을 싣게 되지요. 엄밀히 말해서 이 이동 경로가 정확하다면 그들이 건넜던 강은 사실 남강의 악양지구일 확률이 더 크다고 보여집니다. 낙동강을 건너려면 창녕군 방향으로 더 멀리가야 하기 때문이지요.

어쨌거나 '부길부길쑈'를 이끌던 윤부길 선생님은 나룻배에서 노를 젓는 뱃사공이 20대의 젊은 처녀라는 사실에 의아해 하고 분명히 깊은 사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그 뱃사공은 '박말순' 혹은 '박정숙'이라는 이름의 자매 중 한 명이었고 둘은 교대로 뱃사공 일을 했다고 하네요. 전쟁이 발발하던 1950년, 군에 입대한 오빠 '박기준'을 기다리며 나그네들을 싣고 강을 건너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여동생들이 애타게 기다리던 오빠는 전쟁 중 전사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이 안타까운 사연을 듣게 된 윤부길 선생님은 곧바로 노랫말을 만들었고, 싱어송라이터로 유명세를 떨치던 한복남 선생님이 곡을 붙이게 되었던 것이지요. 거기에 최고의 신민요 가수였던 황정자 선생님의 노래로 '처녀 뱃사공'이 완성되었습니다.

"낙동강 강바람이 치마폭을 스치면
군인 간 오라버니 소식이 오네
큰 애기 사공이면 누가 뭐라나
늙으신 부모님을 내가 모시고
에헤야 데헤야 노를 저어라 삿대를 저어라

낙동강 강바람이 앙가슴을 헤치면
고요한 처녀 가슴 물결이 이네
오라비 제대하면 시집보내마
어머님 그 말씀에 수집어질 때
에헤야 데헤야 노를 저어라 삿대를 저어라

낙동강 강바람이 내 얼굴을 만지면
공연히 내 얼굴은 붉어만 져요
열 아홉 꽃과 같은 여학생들이
웃으며 서양말로 소곤거리면
에헤야 데헤야 노를 저어라 삿대를 저어라"

전쟁을 겪으며 사랑하는 가족을 잃어야 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되었던 '처녀 뱃사공'은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얼핏 보면 가벼운 내용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가사 속의 '오라버니'가 이미 전사해 세상을 떠난 후라는 전제를 가지고 다시 노래를 들어보면 어떤가요?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아픔을 가진 이들에게는 구구절절 가슴 아픈 이야기로 다가오지 않을까요?

'처녀 뱃사공'은 많은 후배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1976년 '금과은'이 발표했던 빠른 비트의 곡이 아직까지도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내 나이가 어때서'의 오승근 선배님과 포크가수로서 많은 팝송을 번안해 불렀던 임용재 선배님으로 이루어진 듀오 '금과은'은 '옛노래 모음(Remake)' 앨범에 실린 '처녀 뱃사공'으로 MBC 10대 가수상, KBS 최우수 남자 가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지요.

경남 함안군 대산면 서촌리 도로가에는 '처녀 뱃사공'의 노래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노래에 얽힌 사연이 전해지면서 함안군에서 2000년에 건립하게 된 것인데요. 지금도 함안군의 홍보대사 격인 노래로 2007년부터는 '처녀 뱃사공 가요제'를 신설하여 개최하고 있기도 합니다.

간혹 2절의 가사 중 '수집어질 때'라는 구절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분도 계실텐데요. 주현미TV에서 들려드리는 노래는 잘못된 가사나 방언, 혹은 시대에 따라 변화된 가사를 현재의 것으로 고쳐부르고 있지만 오히려 가사를 고쳤을 때 그 의미가 반감될 여지가 있는 부분은 처음 가사를 그대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수집다'는 말은 수줍다는 뜻의 방언으로 아직도 많은 지역에서 수집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고 하네요.

영남 지역으로 여행을 계획중이신 분들이라면 함안에 잠시 들러 '처녀 뱃사공'의 흔적을 느껴보시는 것은 어떨런지요. 이동 중에 중부내륙고속도로나 남해고속도로를 지나치게 된다면 악양루(岳陽樓)에 잠깐 차를 세우고 그 시절 노를 저어 이곳을 왕래하던 자매의 슬픈 이야기를 떠올리며 이 노래 '처녀 뱃사공'을 들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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